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진통제 이야기

제약회사 퍼듀 파마 Purdue Pharma, 그리고 30억 달러 매출을 자랑하는 퍼듀 제품 옥시콘틴 OxyContin의 기이한 스토리를 통해 미국에 만연한 진통제 의존증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By Katherine Eban

미국은 상습적 약물복용 국가가 되 었다. 그 주범은 진통제,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오피오이드 opioid 라 할 수 있다. 생소할 수 있는 이 '오피오이드' 란 단어는 천연 또는 합성 형태의 아편이 나 모르핀에서 추출한 다양한 종류의 의약품을 의미한다. 독자 여 러분은 아마도 퍼코셋, 비코딘, 펜타닐 등 이 부류에 속하는 제품의 이름을 몇 가지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이런 의약품의 화학성분을 고려하면, 미국은 헤로인 중독자들의 나라가 될 형편에서 탄소 분 자 몇 개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다.

다음과 같은 2010년의 통계를 살펴보자. 월가의 시장분석 전문 회사 코웬앤컴퍼니 Cowen & Co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오피 오이드 처방전이 총 2억5,400만 건 발급되었다고 한다. 연방 질병 통제예방센터(CDC)는 "모든 미국 성인을 한 달 내내 24시간 동안 치료할 수 있는 양" 의 진통제가 처방되었다고 지난 11월 1일 보고했 다. CDC는 또한 "처방 진통제의 비의료적 사용으로 발생하는 직접 적인 보건의료비로 의료보험 회사들이 연간 725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고 추정한다. 또한 제약회사들은 오피오이드로 약 110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고 시장조사 회사 프로스트앤설리번 Frost & Sullivan은 밝혔다.

오피오이드 제조사로는 애봇 랩스, 노바티스 Novartis, 존슨앤존 슨과 화이자(향후 예정) 등 거대 제약사들뿐 아니라 퍼코셋을 생산 하는 델라웨어 주 뉴아크의 엔도 제약과 로탭을 만드는 벨기에의 UCB 등 중소 업체도 여럿 있다. 오피오이드 대다수는 지난해 매출 36억 달러를 기록한 왓슨 제약과 104억 달러를 기록한 아일랜드의 코비디엔 등 대형 복제약 회사에서 제조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오피오이드는 암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 경감에 만 사용되었기 때문에 매출이 오늘날의 몇 분의 일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화학 성분이 헤로인과 유사한 의약품은 거의 헤로인만큼 이나 중독성이 강한 탓에 의료진이 이런 강력한 제제를 말기 암 환 자를 위한 용도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 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진통제 중독이 꾸준히 뉴스 헤드라인 을 장식하고 있다. 올여름 하이드로코돈을 절박하게 구하던 중독자 가 롱아일랜드의 한 약국에서 4명을 살인한 사건처럼 이와 관련된 끔찍한 범죄도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몇 년 전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통제 중독을 인정한 러시 림보 Rush Limbaugh*역주: 미 국의 극우 성향 언론인나 시신에서 옥시코돈이 검출된 배우 히스 레저 Heath Ledger, 또는 비코딘 등 약품 의존증을 고치기 위해 재활 센터에 들 어간 가수 에미넴 Eminem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의 중독 사례는 더 빈 번하게 나타났다.

재활 시설에 입소한 연예인이나 약물을 손에 넣기 위해 약국을 터는 중독자가 워낙 상투적인 이미지로 고착된지라 진통제로 인한 불행을 범죄자나 유명인사의 전유물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진통 제 오남용의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그 대상은 매우 광범위하다. 오 남용 정도도 심각히 우려되는 수준이다. 2008년 약 1만5,000명의 미국인들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해 1999년 수치보다 세 배나 높아졌다는 사실이 CDC의 최근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이 는 헤로인과 코카인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숫자 다. 의사이자 의약품 안전성 연구원인 이르판 달라 Irfan Dhalla 박사 의 말을 빌리면 "매년 9.11 사태가 네 번 발생하는 셈" 이다.

오피오이드 중독을 가볍게 넘기기 쉬운 또 다른 이유는 헤로인이 나 코카인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어도 처음에는) 의사의 권 유에 의해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중 독이라 부를 수도 있다. (각양각색의 기업인들을 포함해) 셀 수 없이 많은 미국인들이 처방받은 의약품을 복용하다 수개월, 혹은 수년 후 이를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임성 있는 오피오이드 처방을 위한 의사들의 연합 Physicians for Responsible Opioid Prescribing 은 오피오이드 복용자의 25% 이상이 중독 기준에 해당한다고 말하 고 있다.

오피오이드 제조사 중 2010년 3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당당히 업계 1위를 차지한 옥시콘틴을 탄생시킨 퍼듀 파마만큼 대성공을 거두거나 큰 논란에 휩싸인 회사는 없다. 퍼듀와 그 막강한 마케팅 역량이 오늘날 오피오이드를 다양한 종류의 고통에 두루 처방하게 된 주된 원인이라고 달라 박사는 말한다. "퍼듀는 의사들이 오피오 이드 처방을 꺼리지 않게 만드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차후에 다 시 다루겠지만, 퍼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 이렇게 많은 미국 인들이 강력한 진통제의 수렁에 빠지게 된 연유를 이해하는 데 상당 한 도움이 된다.

90년대 말 처음 출시되었을 때 옥시콘틴은 중독을 거의 100% 예 방한다고 홍보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의존증과 파멸을 불러왔 다. 당시 옥시콘틴 마케팅의 과대광고 수준이 워낙 심각했기 때문 에 퍼듀는 2007년 연방 법원의 형사 소송에서 "대중을 기만하고 오 도하겠다는 의도로 약품을 허위 홍보했다" 는 사실을 인정하고 벌금 으로 6억3,500만 달러를 내야 했다. 현재까지도 보호관찰에 상응하 는 수준의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옥시콘틴의 불명예스러운 평판 뒤에 가려진 중요한 진전 사항이 있다. 퍼듀는 작년부터 옥시콘틴 제조법을 수정해 가장 심 한 수준의 약물 오남용을 감소시킬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버전의 제 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옥시콘틴은 서방형 time-release*역주: 시 간의 경과에 따라 약물이 방출됨 기제에도 불구하고 알약을 분쇄해 그 가루를 코로 흡입하거나 담배처럼 피우거나 물에 타서 주사 형태로 투여하 면 마치 헤로인과 같은 환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서방형 기제가 중독의 위험성을 줄인다는 퍼듀의 주장은 의사들이 중독성이 강한 옥시콘틴 처방을 꺼리지 않게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새 버전의 옥시콘틴은 가루가 아니라 덩어리로 잘라지 고, 물을 더하면 끈적끈적하게 들러붙게 된다.

아직까지는 신규 옥시콘틴을 분쇄해 코로 흡입하거나 주사로 투 여하려는 시도가 모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퍼듀가 설립 하고 후원하는 레이더스 RADARS (약물 오남용·중독 관련 연구와 감독을 하는 단체)는 처방약 남용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 서 "길거리 가격" , 즉 중독자들이 암시장에서 옥시콘틴을 살 때 지 불하는 1밀리그램당 가격이 기존 제품 0.73달러에서 신제품 0.52 달러로 떨어졌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새 버전을 면도날로 잘게 다 지려 시도하다 실패한 후 넌더리가 난 한 중독자는 블루라이트 Bluelight라는 약물 중독자 채팅 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퍼듀가 이겼다. 옥시가 안에 들어 있는 걸 알았지만 금고를 열고 들 어갈 수 없었다.

퍼듀의 이런 조치는 바람직한 진전이지만 도리어 오피오이드의 역설을 강조하기도 한다. 정제 분쇄를 어렵게 만들면 기존 방식의 옥시콘틴 오용이 (실제로 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약 물 남용" 에 가장 가까운 형태다) 줄어든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 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를 통해 옥시콘틴이 중독성의 오명 을 벗게 되면 퍼듀가 기대하는 대로 의사들의 처방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중독자를 더 많이 양산해내 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퍼듀는 진정한 의미의 비공개 기업이다. 가족 소유의 경영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말을 아낀다. 거듭된 방문 취 재 요청에도 영 내키지 않아 하는 반응을 보였던 퍼듀는 마침내 지난여름, 필자가 코네티컷 주 스탬퍼드 Stamford에 있는 본사를 방문하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건물에 기자가 들어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퍼듀의 시스템에 장애가 초래되는 듯했다. 인 터콤이 왱왱 울리기 시작했고 전화와 인터넷 서비스가 다운되었다. 기술자들이 장애를 고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동안 필자는 회 의실로 안내되었다. 이메일로 보낸 질문을 띄워 놓은 빔 프로젝터 화면 앞에 임원 두 명이 문서를 잔뜩 쌓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퍼듀의 주정부 및 대외 업무 담당 부사장 앨런 머스트 Alan Must 와 최고보안책임자 마크 제라시 Mark Geraci 는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회사 입장을 대변할 기회에 대해선 반기는 기색이었다. "비난의 목 소리를 잘 알고 있다" 고 머스트는 말했다. "우리를 악마라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더라도 그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할 것 같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환자들을 제품에 의존하거나 중독되게 만 드는 것이 우리의 사업 모델이란 생각은 정말 얼토당토않다. 하지 만 그는 "환자들이 물리적으로 (약품에) 의존하게 되는 일이 드물지 는 않다" 고 시인했다. 회사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인들은 오래전부 터 만성 통증에 시달려왔고 퍼듀는 이를 크게 경감시켜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자랑스 럽고 우리가 이루어낸 성과가 영광스럽다" 고 머스트는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퍼듀는 스스로 약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편에는 회사와 실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옥시콘틴 이 필요한 목표 환자들이 있으며, 그 반대편에는 환각을 느끼기 위 해 진통제를 오용하거나 처방전을 기꺼이 써줄 융통성 있는 의사를 찾아 다른 주까지 진출하는 나쁜 환자들이 있다. 머스트와 제라시 는 옥시콘틴의 올바른 판매를 보장하고 남용을 최소화시킬 수만 있 다면, 퍼듀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매출이 늘 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고 머스트는 말했다. "옥시콘틴을 처방할 때 의사들이 속고 있지 않다는 확신을 어느 정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회사 스스로가 해결책의 일부가 되려고 노력 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퍼듀는 약물 남용과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구 체적 수치를 밝히기는 거부했지만) 거액을 들이고 있다. 약물 범죄 에 대한 경찰 보고서를 공개하는 알엑스 패트롤 Rx Patrol이라는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불법 복용자들의 단속을 돕는 시민에게 포상하 고 있다. 처방약 중 자주 남용되는 제제를 파악하기 위해 사진과 약 품명을 담은 책자를 경찰차 차양에 딱 맞는 크기로 만들어 배포하 기도 한다. 중독자를 위한 상담 전화, 자녀가 약 상자에 몰래 손대고 있는지 부모들이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자, 중독의 위험을 설명 하는 DVD 등에도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증인들이 강도의 키를 추 측할 수 있도록 수천 개의 키 재기 표를 약국에 돌리기도 했다. (키 재기 표가 옥시콘틴을 판매하는 약국이 강도에게 털릴 위험이 더 높 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좀 그렇다. 이는 브랜드 연계의 안타까운 사례라 할 수 있다.)

퍼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규모가 큰 것 중 하나는 경찰 에게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의 오남용을 파악하고 방지하는 방법을 교육시키는 세미나다. 어느 9월 아침, 필자는 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텍사스 주 오스틴 메리어트 호텔의 연회장에 들어섰다. 청중 석에는 떡 벌어진 어깨의 텍사스 경찰관들이 빽빽이 앉아 있었다. 이들 중 여럿은 카우보이 부츠를 신었고 대부분은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었다. 강사는 은퇴한 경찰관 두 명, 랜든 깁스 Landon Gibbs 와 에드 카트라이트 Ed Cartwright였다. 이들은 이제 회사가 제공한 폴 로셔츠를 입은 퍼듀의 직원이었다. 둘은 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무 료 세미나를 개최하는 6인조 팀의 일원이었다. 제약회사 중 이런 서 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퍼듀가 유일하다.

깁스와 카트라이트는 네 시간에 걸쳐 약물 남용과 중독의 충격적 인 현실을 상세히 묘사했다. 수술실 간호사가 수술 시작 전 환자의 마취약을 훔쳐가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 요양원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의 피부에서 진통제 펜타닐 고약을 떼 어가는 약물 중독자들, 청소년들이 부모의 약 상자를 탈탈 털어 내 용물을 큰 그릇에 쏟아 담고는 무작위로 약을 복용하는 "약물 파티" 등이 이들의 강연에서 사례로 등장했다.

발표자들은 옥시콘틴과 관련된 이슈를 회피하지도 않고, 그렇다 고 특별히 초점을 맞추지도 않았다. 이들이 무언가에 대해 알리고 있다면, 그건 어마어마한 약물 규모였다. 처방 의약품의 남용은 현 재 미국 응급실에서 처리하는 약물 과다복용 건수의 3분의 1을 차지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약들이 약국을 떠나면 어디로 가는가?" 카트 라이트는 청중에게 질문했다. 우리는 모른다.

휴식시간 동안 필자는 참석자들에게 워크숍이 어땠는지 물어봤 다. 법무부 마약단속국(DEA)에서 나온 한 조사관은 자신의 소속 기 관과 퍼듀 간의 긴장을 암묵적으로 시인했다. 그는 "상관들이 우리 의 참석을 막지 않았다" 고 말했다. 아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미술 애호가이거나 학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새클 러 Sackler라는 이름이 낯익을 수도 있다. 뉴욕 시 메트로폴리탄 미술 박물관 Metropolitan Museum of Art 의 휘황찬란한 이집트 덴두르 Dendur 신전은 새 클러관에 위치해 있다. 스미스소니언 Smithsonian 박물관과 하버드, 옥스퍼드 및 북경 대학교의 갤러리들, 그리고 클라크, 터프츠, 뉴욕 대학교의 연구소들에도 옥시콘틴을 세상에 내놓은 새클러 일가의 이름이 붙어 있다.

이는 실로 대단한 규모의 자선사업으로, 새클러 가족의 초라한 출신 배경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아서, 모티머, 레이몬드 새클러 형제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동유럽 이 민자 부모 아래서 1920년대 태어났다. (그중 91세인 레이몬드만 아 직 살아 있으며, 그는 여전히 퍼듀 사무실로 출근한다.) 삼형제는 모두 정신과 의사가 되었고 1940년대 퀸스 Queens 지역의 정신병원 에서 일했다. 이곳에서 이들의 통찰력은 크게 환영을 받았다. 삼형 제는 "정신병의 생물학적 연구를 개척하는 데 기여했다" 고 BMJ(영 국의학저널)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수십 년 후 약물치료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젖히는 데 일조했다.

자신들의 과학적 역량을 활용해 새클러 형제는 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1952년 모티머와 레이몬드는 퍼듀 프레더릭 Purdue Frederick이라는 60년 된 제약업체를 인수했다. 주요 상품은 셰리 베 이스의 '약용 강장제' 그레이즈 글리세린 Gray' s Glycerine이었다. 이전 소유주가 효능 과대광고로 1914년 연방 당국에 의해 기소당하기도 한 제품이었다. 그 후 퍼듀는 귀지 제거제, 완화제, 살균제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갔다.

한편 비상한 두뇌의 맏형 아서는 의약품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광고회사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 기자 배리 메이어 Barry Meier의 2003년 저서 '진통제: 기적의 신약이 남긴 중독과 죽음의 자 취 Pain Killer: A Wonder Drug' s Trail of Addiction and Death ' 에 따르면 그는 동생들의 퍼듀 인수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탄탄한 경력을 쌓 아온 아서는 1997년 의료광고 분야 명예의 전당에 처음 오른 인물 중 하나였다. 의료광고 명예의 전당 웹 사이트는 "그는 오늘날 우리 가 아는 모습의 의약품 홍보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고 기록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그는 이미 TV 마케팅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이 웹 사이트에 의하면 아서의 과학적 지식과 진정제 발륨 Valium의 용 도를 확장한 능력에 힘입어 발륨이 사상최초로 매출액 1억 달러를 돌파하는 의약품이 되었다고 한다. 의사들에게 화려한 선물을 안기 고, 비싼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짭짤한 강연 사례비를 챙겨주는 방 식으로 약품을 판매하는 아서의 철학은 엄청난 효과를 거두어 이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퍼듀 자체는 여전히 침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형제들에겐 야심 이 있었다. 아서의 연구에선 진통제가 향후 성장할 약품 분야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1984년 퍼듀는 암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오래된 약품인 모르핀 황산염에 서방형 기제를 추가해 'MS 콘틴' 이라는 약 품을 출시했다. 그 후 10년 동안 이 약품의 매출은 4억7,500만 달러 를 넘었다. 진통제 부문을 분리시켜 퍼듀 파마라는 별도 회사를 차 리기도 했다. 이때는 이미 아서 새클러가 사망한 후였다. 하지만 그 의 두 동생들은 진통제로 빅히트를 치려면 말기 암 환자들보다 훨씬 큰 시장에 약품을 판매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 었다.

퍼듀의 돌파구는 약품이 아니라 마케팅이었다. 옥시 콘틴의 진통제 성분에는 전혀 새로울 게 없었다. 유효 성분은 옥시코돈으로, 이는 1916년 독일에 서 개발된 아편성 알칼로이드인 테바인 thebaine 을 부분적으로 개조한 강력한 물질이었다. 테바인의 특허 기간은 수십 년 전 이미 만료되어 여러 제약회사들이 복제약을 팔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서방형 메커니즘을 도입한 퍼듀는 1995년 말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옥시콘틴의 판매 승인을 얻었다. 즉시 아서 새클러의 방식으로 신약 홍보에 나선 회사는 옥시콘틴을 허리 통증부터 관절염까지 광범위한 종류의 만성 통증에 활용할 수 있도 록 총력을 기울였다. 퍼듀는 중독성에 대한 의사들의 우려를 극복 할 필요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서방형 기제를 마법의 해결책인 것 마냥 내세웠다. 옥시콘틴이 통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12시간 동안 약효를 보장하고, 금단현상이 없으며, 환각효과를 원하는 중독자들 을 좌절시킬 것이라고 홍보했다. 1998년 퍼듀의 한 홍보용 동영상 에서는 의사의 치료를 받는 환자의 오피오이드 중독률이 "1%보다 한참 아래" 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홍보 전략이 성공을 거둬 옥시콘틴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 가기 시작했다. 매출은 1996년의 4,500만 달러에서 2002년에는 15 억 달러로, 그리고 2009년에는 거의 3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 서 핵심은 옥시콘틴을 처방한 의사 중 거의 절반이 암 전문의가 아 닌 1차 의료진이었다는 사실이라고 회계감사원(GAO)은 보고했다. 퍼듀의 시장 확대 전략이 성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오래 되지 않아 옥시콘틴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 했다. 의사들은 약효의 지속 시간이 12시간이 아니라 8시간가량이 고, 환자들이 금단현상을 느껴 복용 양과 강도를 늘려야 한다는 사 실을 깨달았다. 허리 통증이나 관절염 때문에 적당한 양을 복용하 던 환자들도 어느새 약물에 의존하게 되었다. 중독자들은 옥시콘틴 을 분쇄해 그 가루를 코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물에 녹여 주사로 투 여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환각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의회 증언에서 퍼듀의 최고 경영진은 2000년 메인 주의 연방 검 사가 심각한 오남용을 경고한 이후 옥시콘틴에 문제가 있음을 처음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 자료에 의하면 최소 3년 전부터 회 사 임원들은 오남용에 대한 경고를 알고 있었다. 일례로 1997년 10 월 퍼듀의 한 마케팅 담당 임원은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 마이 클 프리드먼 Michael Friedman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에게 보낸 이메 일에서 "약물 중독자들의 채팅 사이트에 올라오는 옥시콘틴 중독에 대한 언급은 하루 종일 읽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 라고 말했다. 그 는 "웹 사이트 채팅 방을 방문하는 사람이 세 명 있다" 고 덧붙였다. (프리드먼과 전직 퍼듀 임원 두 명을 대변하는 변호사는 "실질적 수 준의 오남용이 2000년과 2001년부터 시작됐다" 며 정부에 보고된 사례의 수치가 2000년과 2001년에 처음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DEA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2000년대 초 약물 중독률이 증가하자 검찰 당국과 원고 측 변호 사들이 퍼듀를 옥죄기 시작했다. 사건의 심각성이 커지자 연방 검 찰은 회사와 최고 경영진 세 명(새클러 가족은 포함되지 않음)을 허 위광고 외에도 공모, 우편 사기 및 전화사기, 돈 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그러나 퍼듀는 이 중 가장 심각한 혐의를 피해갔다. 연방 검사 출 신인 메리 조 화이트 Mary Jo White와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1순위로 떠오르던 루돌프 줄리아니 Rudolph Giuliani 를 위시한 올스타 변호인 단을 구성했다. 회사 측은 해당 사건을 맡은 검사들의 윗선과 연결 해 법무부 형사부문의 총책임자와 만나기도 했다.

결국 양측은 퍼듀가 허위광고 한 건에 대해 유죄에 유죄를 인정 하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2007년 5월 회사는 벌금 6억50만 달러 를 내기로 동의했다. 최고 경영진 3인은 3,450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그러나 이는 회사가 부담했다) 그 후 회사를 떠났다. 3 인 모두 허위광고 경범죄 한 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3명의 임 원(당시 CEO 마이클 프리드먼, 최고의학책임자 폴 골든하임 Paul Goldenheim , 법률 자문 하워드 유델 Howard Udell)을 대변한 변호사 조 너선 에이브람 Jonathan Abram 은 자신의 고객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 해 개인적 책임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검사가 이 세 명 에 대해 의식적, 또는 고의적 부정행위 혐의를 유지할만한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음" 을 인정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과실 책임 경범죄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되었다. 에이브람은 이 3인이 약 물 오남용에 대처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을 이끈 리더들이었다고 말 했다.

유죄 답변을 하며 퍼듀는 회사 홍보 자료가 상대를 현혹시키는 내용이나 부정확한 데이터를 담고 있으며 영업 직원들이 과학적 근 거 없이 중독의 위험을 허위로 축소시켰다는 것을 시인했다.

당국의 처벌이 가해지기 한참 전부터 퍼듀는 옥시 콘틴의 오남용 및 중독 수준이 사업에 위협을 가 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2001년 DEA는 이미 옥시콘틴에 쿼터를 지정하고 통증 전문가만이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퍼듀의 의료 담당 이사는 이메일에서 "쿼터를 1996년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위협은 정말 끔찍한 것이다… 이건 진짜 전쟁이다" 라고 표현했다. 회사가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방어책은 안전성을 추구하겠다는 의 지를 보이고 자기감독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퍼듀는 "옥시콘 틴의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자발적 프로그램은 의사-환자 간 관계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하고 효과 적인 수단" 이라는 내부전략계획을 세우고 핵심 관료들을 설득하고 자 했다.

그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퍼듀는 이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대변인 제임스 하인스 James Heins는 이 런 견해에 반론을 제기한다. "우리의 오남용 방지 노력의 목적은 옥 시콘틴 및 기타 처방약의 남용을 방지하거나 줄이는 것" 이었다.) 2010년 8월, 회사는 새로운 옥시콘틴 제조법을 선보였다. 퍼듀는 과거의 허위 마케팅 논란과 연방 당국의 지속적 감독, 소송의 위험 과 언론의 비난 등의 이유로 새 버전에 대한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하인스는 회사가 형사소송에 처하기 훨씬 전부터 제조법 재 조정에 돌입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론 오남용이 어려워진 옥시콘틴 새 버전이 얼마나 팔리 는지가 이 제품을 흡입하거나 주사 형태로 투여하던 이들이 차지하 는 비중을 가늠할 일종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독자들 은 아마 옥시콘틴을 버리고 다른 진통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 문이다. 새 버전은 옥시콘틴 매출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마 이모니즈 Maimonides 의료원의 정신과 교수이자 책임감 있는 오피 오이드 처방을 위한 의사 연합의 회장인 앤드류 콜로드니 Andrew Kolodny 박사는 주장한다. "중독 사실을 깨닫지 못한 많은 통증 환자 들도 실제로 새 버전의 강화된 서방형 기제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 그는 말한다. 콜로드니 박사는 옥시콘틴의 중독성이 퍼듀 에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환자가 일단 제품에 중독되거나 물리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복용을 중단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 화된다면 이는 매우 훌륭한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 고 말한다.

코웬앤컴퍼니는 "FDA가 다른 진통제 제조사들에게도 약품 오 용을 방지하는 제조법을 개발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고 최근 보고했 다. 향후 몇 년 내로 옥시코돈 성분의 복제약을 출시할 계획인 화이 자도 이 같은 제조법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남용 방지법이 진통제라는 빅 히트 제품에 큰 타격을 입히지는 않을 듯하다. 애널리스트들은 오피오이드 시장이 지금의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프로스트앤설리번의 매 출이 현재의 110억 달러에서 2016년경에는 153억 달러로 늘어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점차 많은 의료인들이 오피오이드의 사용 가치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오피오이드를 사용하는) 비악성 Non-malignant 통 증의 장기 치료가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 다" 고 샌프란시스코 공중보건의 미첼 캐츠 Mitchell Katz 는 지난해 한 저널에 기고했다. 그의 기고문에는 "신봉자가 믿음을 잃다" 라는 소 제목이 달려 있다. 이젠 진통제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줄여가는 게 국가적 차원으로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번역: 류지예 (yoojiye@gmail.com, 010-3248-0918)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