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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사장 "소셜게임 플랫폼 업계 1년 내 빅4로 정리될 것"

[TECH STAR] IT 창업의 대부 허진호 크레이지 피쉬 사장

허진호(51) 크레이지 피쉬(Crazy Fish) 사장이 소셜 게임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돌아왔다. 게임 개발이 아니라 배급만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역사는 대한민국 IT 벤처 창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분당의 작은 사무실에서 허진호 사장을 만나 새로 시작한 사업 얘기를 들어봤다.
한정연 기자 jayhan@hmgp.co.kr
사진: 이종철 부국장 bellee@hk.co.kr

"사업계획서 딱 한 장을 마련했다. 그 다음해 중순까지만 예측하고 사업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인터넷이 갑자기 화두가 됐다"

허진호 사장은 1990년대 중반 대기업이 모두 뛰 어들었던 인터넷 접속 업계에서 자본금 4억 원 으로 시작해 4년 만에 400억 원 대박 신화를 썼다. 한국 최초의 IT 창업 신화다. 그는 안주 할 수도 있었지만 단 한 순간도 창업에 대한 생각을 접지 않았다. 때론 실패도 했다. 그런 그가 50대에 크레이지 피쉬라는 독특한 회사를 차렸 다. 소셜 게임을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회사다. 그에게 새로 만든 회사 와 창업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회사를 하나 더 만들었다고 하던데.

스마트폰 기반의 소셜 게임 쪽에 새로운 기회 온다고 보고, 2010년 말 중 국과 한국에 레이커(Raker)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시제품을 만들었고 게임도 실제로 올렸다.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하지 만 펀딩 작업 들어갔다가 투자사 쪽 문제로 무산됐다.

허진호 하면 펀딩계의 마이다스 손 아니었나?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그 사업을 지금 크레이지 피쉬에서 넘겨받아 다 시 추진하고 있다. 펀딩 작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기 때문에 다시 창업 작업을 할 여유가 없어 팀을 접고 우리가 하기로 한 거다. 지금 새로운 펀딩이 마무리 단계다. PC버전은 2012년 초에 출시하고, 모바일 게임 플 랫폼은 1분기 중에 시작한다.

소셜 게임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 앱스토어, 네이버 앱스토어처럼 사용자 풀이 있고 친구관계 즉 네트워크가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모바 일 게임의 무게중심이 과거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 온라인 즉 소셜 게임 으로 넘어가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 국내 톱10에서 8개가 게임이고 그 중에서 5개가 소셜 게임이다. 소셜 게임의 유저 풀 등을 제공하는 게 중 요한데, 그게 플랫폼이다.

NHN이나 다음처럼 굉장히 센 기업과 또 경쟁하는 건데 잘 될 것 같은가?

전체 시장 점유율 20% 정도만 노리고 있다. 현재는 다음, 한게임(NHN), 컴투스, SK텔레콤, KT 등 10개 정도가 이 시장에 진입했다. 결국 이 중 에 3~4개 정도가 살아남을 것이다. 시장 규모는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앱처럼 구동을 시키고 나서 하는 플랫폼인가?

게임 안에 플랫폼 기능이 들어가는 거다. 플랫폼 앱이 따로 있을 수도 있 고 아닐 수도 있다. 플랫폼을 아주 쉽게 얘기하자면 유저 풀이다. 유저가 100만 명이나 500만 명이라고 하면 그 풀을 대상으로 게임을 올리는 것 이다.

소셜 게임을 확보하는 게 관건일 것 같다.

그게 핵심이다. 게임 개발은 안 할 생각이다. 이미 우리는 PC기반으로 퍼블리싱(게임 배급)을 하고 있다. 그걸 모바일로 하자는 것이다. 올해 1 분기에 론칭하는 건 4개 정도다. 연말까지 20~30개 정도 소셜 게임을 출시할 생각이다. 해외 개발사와 계속 얘기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유 럽, 미국 등의 업체가 대상이다.

중국은 기술적으로 우리보다 떨어지는데, 한국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 잘 될 것 같나?

게임 개발은 우리보다 뒤처진다. 하지만 소셜 게임은 중국이 훨씬 더 잘 한다. 소셜 게임 삼국지 같은 경우, 두 달 만에 이용자가 8,000만 명이 됐 다. 중국에서 잘 되는 소셜 게임업체는 2,000만~3,000만 달러 정도 투 자유치를 할 수 있다. 중국은 많은 실험을 한다. 실패해도 계속한다. 다 른 게임을 카피하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이 없다. 우리는 그 죄책감이 크기 때문에 카피를 하면서도 새롭게 뭘 붙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게 임의 기본 콘셉트가 왜곡된다. 소셜 게임은 굉장히 단순하다. 우리나라 개발사의 경우, 게임 자체에다가 뭔가를 넣으려고 하니까 복 잡해지고 소셜 기능은 약해진다.

저작권 문제는 없나?

기본적으론 개발사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소 셜 게임을 처음 선보인 징가의 팜빌도 중국 회사가 먼저 만든 것을 카피 했다. 일반적으로 소셜 게임의 수명은 2년 정도다.

게임 배급을 하는 크레이지 피쉬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게임 기획을 하고 마케팅을 하는 게 퍼블리싱 업체의 주된 업무다. 우리 가 운영하고 있는 것만 5개다. 현재 인원은 15명에 불과하지만 소셜 게 임은 온라인 게임과는 다르기 때문에 사업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2010년 크레이지 피쉬를 창업할 때 모바일 플랫폼 사업도 염두에 둔 건가?

처음엔 아니었다. 하지만 트렌드가 모바일로 넘어가는 게 보였다. 모바 일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없었지만, 소셜 게임 플랫폼 개 념은 잡을 수 있었다. 2010년 초에 시도했다가 너무 이르다는 판단이 서서 연말에 다시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첫 창업을 했을 때부터 보통 4~5년 정도 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했다. 크레이지 피쉬 상장계획 을 갖고 있나?

상장도 가능하고 매각도 가능하다. 모든 걸 염두에 두고 있다.

과거 창업 얘기로 돌아가보자. 1994년 아이네트를 창업 해 4년 만에 3,5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외 환위기 때였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당시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들이 자금이 생기면서 글로벌 확장을 하고자 했다. 한국에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업체 가 빅3인 KT, 데이콤, 아이네트뿐이 었다. 나머지 두 업체는 통신사였기 때문에 해외업체가 살 수 있는 건 우 리밖에 없었다. 5개 업체와 협상을 했고 미국 PSI에 매각했다.

아이네트를 미국계 기업에 넘긴 후 아이월드네트워킹을 창업했다. PSI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대표직을 그만뒀는데, 얼마나 손해를 본 건가?

보통 스톡옵션은 4년짜리다. 1998년 9월에 정식계약을 했으니 1년 3개 월 정도 경영을 맡은 셈이다. 매각대금 외에 별개로 받은 스톡옵션 4분 의 3 정도를 포기한 것이다. 몇 십억 원 정도되긴 했다.

2년 더 하면 다 받는 건데 왜 그런 결정을 했나?

나는 창업을 하고 싶었다. 오히려 창업 타이밍을 놓칠까 봐 조바심이 났 다. 별로 남다른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시작한 아이월드네트워킹은 성공했나?

성공하지 못했다. 4년 만에 회사를 청산했다.

그 후 블루마인미디어에 이어 네오위즈인터넷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 다. 6개월 이상 쉰 적이 없었다. 어떤 일들을 했나?

창업할 기회를 계속 모색했다. 2004~2008년 상황은 좋지 않 았다. 처음에는 스페인에서 시작한 폰(FON)이라는 와 이파이 공유 사업을 했다. 초창기에 확 올라왔다가 가라앉았다. 해외와 한국 환경이 많이 달랐다.
한국은 무료 와이파이가 워낙 많아서 사업기회 를 잡기 힘든 상황이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 스도 시도했다. 미국의 넷플렉스나 훌루처럼 해야 하는데, 투자규모가 너무 커서 접을 수밖 에 없었다.

동영상 서비스는 대기업도 할 수 있는 서비스 같은데 같이할 생각은 없었나?

그럴 생각은 없었다. 대기업과 협상 하면 기간이 오래 걸리고 결국 그러 다가 결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특성이 다 그렇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면 자신들이 직접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나 미국 대기업은 그렇지 않다.

30대에 창업을 시작했고 첫 사업에서 대박을 쳤다. 50대인 지금도 여 전히 창업을 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재미있지 않나. 창업은 다이내믹할 뿐만 아니라 고민해야 할 것이 많다. 케이스마다 하는 일도 다 다르다. 창업의 매력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잘 될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일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같은 일을 한다면 설득하는 데 몇 개월씩 걸리고, 중간에 발 목 잡히고, 나중에는 뒤집어질 수도 있다. 창업은 잘 되든 안 되든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할 수 있다. 물론 계획을 아무리 정교하게 세워도 그 대로 가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새 로운 기회도 많이 생긴다.

첫 창업인 아이네트 때도 그랬나?

많이 배웠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1994년 8월 자본금 4억 원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사업계획서 딱 한 장을 마련했 다. 그 다음해 중순까지만 예측하고 사업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인터넷 이 갑자기 화두가 됐다.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확 변했다. 95년 초에 두세 달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은 결국 통신이 고 인프라라고 생각했다. 3년 동안 들어가는 자금을 가지고 시작해야 하 는데,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 12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 다. 1996년 5월에 본격적으로 펀딩에 들어갔다. 지분 투자 44억 원을 유 치했다. 1대주주 지위를 넘기면서 지급보증(크레딧 라인) 80억 원을 서 라고 했다. 그래서 총 124억 원을 모았다. 그리고 결국 아이네트가 메이 저 플레이어로 살아남았다. 대기업은 업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잘 되지 않았다.

1대주주 자리를 포기한다는 건 창업자에게 큰 결심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 안 했다. 지분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오히려 팀원들을 이해 시키는 게 어려웠다.

경영권을 보장 받지 못했을 텐데 불안하지 않았나?

자신이 있었다.(대주주가) 경영권을 가져가서 잘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했을 테지만, 나에게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창업자가 경영권에 집착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카이스트 전길남 교 수로부터 자신을 객관화시킨 후에 판단 하라고 배웠다. 큰 도움이 됐 다. 자신이 경영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상황을 객관화시키 기 어렵다.

소셜 게임은 대부분 10대와 20대가 주 소비층이다. 50대 창업자로서 젊은 소비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어린 친구들은 이해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업계에 오래 있 다 보면 같은 뉴스를 봐도 다른 관점을 갖게 된다.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 오면 '아, 이런 좋은 기능이 있구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내가 하는 일, 내가 할지도 모르는 일과 연계해서 생각을 한다. 또 젊은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20대나 30대 초반이 대부분인 게임업계 모임에 도 스스럼없이 나간다.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감이 온다. 컨퍼런스나 세 미나에도 꼭 간다. 발표 내용은 공식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 지 않는다. 복도에서 사람을 만나 얘기하기 위해 간다. 그때 듣는 것이 진짜 정보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직접 개발 안 하는 게 회사에 훨씬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전체 상황을 보고 중요 한 것을 파악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내 일이다.

창업가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별히 자질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열정만 있으면 된다. 그 다음은 배우는 것이다. 나도 1994년 창업할 때 모든 걸 다 알고 시작하지 않았다. 바른 의사 결정은 훈련을 통해 생성된다. 나는 운 좋게도 전남길 교수님에게 여러 해 동안 훈련을 받았다. 그 훈련 덕분에 시스템적 사고 를 하는 게 몸에 배어 있는 편이다.

많은 창업자가 실패 한다. 어떻게 실패를 방지할 수 있나?

많이 물어봐야 한다. 아이디어보다는 그걸 어떻게 실현해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패스(path)라는 사진공유 모바일 앱이 6개월 전에 나왔다. 초 반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패스는 3주 전에 서비스를 리뉴얼했다. 기본 아이디어는 처음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금 모든 서비스 기획자 가 좌절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반응도 빠르게 나오고 있다. 아이디어 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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