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5년 후 아웃런의 마니아였던 가넷 허츠가 당시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500㎏짜리 레이싱 게임기를 도로주행이 가능하도록 개조한 것이다.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 미술가인 허츠는 2008년 한 오락실에서 아웃런 게임기를 다시 보고는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몇 달 후 그는 인터넷으로 중고 아웃런 게임기를 구매했고 자동차로의 개조를 위해 게임기의 폭과 차축 길이가 일치하는 1959년형 3륜 골프카트도 구했다.
그리고 당시 자신이 가르치고 있던 캘리포니아대학 얼바인캠퍼스의 비디오게임 개발 과목 학생 몇 명과 함께 본격적인 개조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스트리트 뷰
소프트웨어가 웹캠이 촬영한 전방의 도로를 8비트 증강현실 그래픽으로 변환, 게임기의 스크린에 보여준다.
드라이빙
센서가 게임카의 가속 및 제동 여부를 감지해 소프트웨어에 알린다. 소프트웨어는 이 데이터에 맞춰 스크린 속 자동차 캐릭터를 움직인다.
후드 내부
원래 게임기에 달려 있던 덩치 큰 음극선관(CRT) 모니터를 평면 스크린으로 교체, 배터리와 노트북 설치 공간을 확보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골프카트의 상부 차체를 제거한 뒤 게임기를 얹었다. 하지만 골프카트의 차대가 안정적으로 통제하기에는 게임기의 중량이 너무 무거웠다. 자칫 회전을 할 때 전복될 우려가 컸다. 고민에 빠진 제작팀을 구해준 것은 얼바인 소재 게임연구소인 컴퓨터게임·가상세계센터(CCGVW)였다.
이곳에서 허츠를 지원키로 결정, 2007년형 4륜 골프카트를 구입해준 것.
이후 제작팀은 카트와 게임기를 결합하고자 2010년 여름을 꼬박 투자해 절단, 용접, 배선 작업을 했고 게임기의 핸들과 카트의 조향시스템을 새로운 조향 축으로 연결했다.
다음은 이 게임카의 앞유리를 게임기의 평면 스크린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방의 차도와 보도를 촬영, 스크린에 실시간 전송할 2대의 웹캠을 게임기에 부착하고 차량 내부의 노트북과 연결했다. 또 촬영된 영상이 아웃런 게임 화면처럼 보이도록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도 탑재했다. 이렇게 탑승자는 마치 아웃런 게임을 하듯 실제 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
제작을 마친 허츠는 차량 통행이 적은 도로에서 게임카를 시험주행 해봤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기는 해도, 그리고 최고시속이 21㎞에 불과한 느림보 차량이었음에도 운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자신의 눈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보여주는 영상을 믿고 목숨 건 주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만큼 즐겁게 운전하기에는 꽤나 겁나는 차량인 셈이다.
HOW IT WORKS 설계 개조에 사용된 골프카트는 운전석 밑에 6개의 배터리가 들어있다. 허츠는 이를 각각 3개씩 차량 전방과 후방으로 옮겨 실제 레이싱카처럼 운전석이 지면 가까이 위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음향 지원을 위해 게임기의 스피커시스템을 후드 속의 노트북과 연결했으며 바퀴를 새것으로 교체, 주행 안정성도 높였다. 제어장치 골프카트의 핸들 축은 구동렬의 좌측, 게임기의 핸들은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래서 제작팀은 조향시스템의 원활한 작동과 고장 방지를 위해 새로 조향 축을 만들어 카트의 핸들 축 위치를 중앙으로 옮겼다. 게임기에 달려 있던 액셀러레이터 및 브레이크 페달 역시 카트의 시스템에 맞춰 단순화했다. 그리고 허츠는 굳이 속도조절기(speed controller)를 채용,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최고시속 21㎞면 빠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전성 처음 개발한 소트프웨어는 도로만 탐지할 뿐 사람은 탐지하지 못했다. 때문에 허츠는 아웃런 게임카를 여러 전시회와 행사장에서 선보일 때마다 시운전 중에 사람을 치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했다. 그래서 최근 게임카의 전방을 실시간 촬영한 영상에 아케이드 게임 스타일의 동영상을 중첩시키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량했다. 덕분에 이 게임카는 운전이 용이하고 선회도 안전하게 수행한다. 단 혹시라도 선회 중 전복될 경우에 대비해 배터리가 프레임에서 분리되지 않도록 별도의 마운트로 고정시켰다. |
EDITED BY Doug Cantor ● H20@popsci.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