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아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달콤한 화학색소의 유혹 뒤에는 위험한 진실이 숨어 있다. 때문에 화학색소의 대안으로 천연색소가 떠오르고 있다.
환경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천연색소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본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최진현 경북대학교 천연색소산업화센터장 교수 jinhchoi@knu.ac.krr
자연친화, 인간친화 소재
천연색소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의 제조, 가공, 보존을 위해 첨가, 혼합, 침윤, 기타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라 정의돼 있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 에 '천연색소는 색을 발현할 수 있는 물질로서 색소, 안료, 및 기타 물질의 형태로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에 적용됨'이라고 표현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천연색소의 적용분야가 식품, 화장품, 의약품을 넘어 섬유, 생활용 품, 건축자재, 인테리어 용품, 문구 및 완구 류 등으로 급속히 파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천연색소에 대한 정의도 바뀌고 있다.
천연색소는 합성색소와는 달리 안전성이 높아 소비자 신뢰성이 크다. 색조의 종류도 많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착색효과가 뛰어나고 생산·정제 기술이 합성착색료에 비해 간단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합성 색소나 합성염료는 제조과정에서 상당한 공해와 폐수를 발생시키지만 천연 색소·염료는 제조 및 염색 과정이 단순하고 독성이 없어 인간과 환경에 매우 친화적인 소재다.
천연색소가 가진 또 하나의 큰 장점은 다양한 기능성에 있다. 천연색소는 구성성분에 따라 항산화, 항균, 방취, 항염증 등 생리활성이나 건강 기능성을 지닌다. 또한 시력 개선, 간 기능 장애 억제, 피부암 예방, 내분비계 항진 작용, 항알레르기 작용, 면역기능 활성화 등 의약 생리활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약소재로도 활용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천연색소가 올바르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살균이나 가열 공정에서 퇴색·변색되지 않으며, 내열성·내과성·내약품성이 좋아야 한다.
21세기는 천연색소가 대세
웰빙과 녹색성장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최근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천연색소를 포함한 천연물 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13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식용 착색료 시장 중 천연색소의 비중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천연 식용색소 시장규모는 2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약 40여개의 식용색소 업체 중 천연색소 생산기업은 중소업체를 포함해 10여개에 불과하며 그나마 식용색소에 편중돼 있다. 또 이들 천연색소 생산기업 대부분은 색소의 원료를 수입해 가공·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고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높다. 아예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단순 혼합하는 수준의 업체들도 많다.
관련시장에서 있어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식품에 천연색소 사용이 일반화 된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주로 합성색소가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2006년 9월 식품의 라벨에 모든 성분명과 원재료명을 많이 사용한 순서대로 표시토록 규정하면서 천연색소의 사용량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앞서 언급한 대로 천연색소의 적용분야가 식용에 더해 화장품, 섬유 등의 미 용·생활소재에 본격 적용되면서 웰빙과 로하스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시장규모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로하스 (LOHAS) -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물론 환경과 사회정의, 지속가능한 소비에 높은 가치를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개인 중심의 웰빙을 넘어 이웃의 안녕과 후세에 물려 줄 소비 기반까지 생각하는 소비 패턴을 지향한다.
지구촌의 천연 바람
실제로 지난 2008년 천연식물 추출물 함유 화장품 시장이 이미 1조원에 도달했다. 대한화장품공업협회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 색조화장품 시장 규모는 2004년 기준 전체 화장품 시장의 14.3%, 생산액 기준 5,921억원을 기록했고 수입규모도 1억 달러에 이른다. 천연 색조화장품에 국한해도 2008년 약 1,000억원 이상의 시장이 창출됐으며 수요는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패키지드 팩트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유기 농 화장품 시장이 2004년 50억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13.1% 성장했으며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총 51.6%, 연평균 11%의 고도 성장을 보였다. 이중 천연·유기농 색조 화장품의 비중은 6.7% 정도로 약 3억3,600만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서도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증대에 힘입어 천연색소 관련 제품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1990년 대부터 천연염료 연구개발이 적극 진행 중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오래 전부터 천연색소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데다 최근 친환경 소비가 늘어나면서 천연염료, 천연페인트, 천연 벽지 등이 속속 제품화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독일 AS와 미국 브루스터의 천연 벽지는 국내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천연염색이 대세다. 슬로우 패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친환경 천연염색을 활용한 다양한 패션디자인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천연색소 융합 소재 개발
이렇듯 천연색소는 전통적으로 식용이나 천연염색에 적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화장품이나 생활소재, 기능성 섬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천연색소는 천연물 그대로 사용되기보다 섬유, 고분자 등으로 이뤄진 다양한 소재들과 융합해 미려한 색상과 생리 활성을 담보할 수 있는 로하스 제품군으로서 개발하는 것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 소재와의 효과적인 복합화 및 제형화 등을 토대로 천연색소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소재와의 융합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같은 맥락에서 낮은 일광 견뢰도 등 천연색소 특유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도 확보돼야 한다.
이 점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용색소와 천연염색에 국한돼 있는 국내 천연색소 관련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천연색소 복합 소재 개발과 함께 색상 및 공정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그 세부 방안으로는 재배 단지 지정, 연구개발과 지원 확대, 선진국 수준의 규제 강화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천연색소 및 천연색소 융합소재의 개발과 제품화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향상 시키고 기능성 생물자원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농가소득 증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화장품, 섬유, 화학 관련 부품소재 산업과의 융복합화를 통한 동반 발전이라는 국가적·사회적 가치도 빼놓을 수 없으며 국내에 부존하는 신규 생물자원의 발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덧붙여 천연색소 원료를 생산하는 중소 기업의 유치는 녹색 신성장동력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연색소 원료작물은 지역 특화 블루오션 작목으로 육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색소시장의 국산화로 이어져 상당한 수입대체효과와 수출산업 육성의 토대가 될 것이다.
견뢰도 (fastness) - 염색물의 색상이 여러 외적 조건에 대해 가지는 저항성이나 내구성의 정도. 예를 들어 일광 견뢰도는 햇빛을 받았을 때 색상이 변하는 정도, 세탁 견뢰도는 세탁 시 색상빠짐의 정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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