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POWER INTERVIEW]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수월성과 자율성, 창의성 겸비한 글로벌 기초과학 연구거점 도약할 터"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은 주로 단기적인 문제 해결과 상업화를 위한 응용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존재는 정부의 정책이 기초와 원천기술 위주로 방향을 선회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기초·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설립한 기초과학연구원의 초대 수장인 오세정(사진·58) 원장은 우리나라가 그간의 선진국 추격형 성장 구도에서 선도형으로 나아가려면 기초과학 연구에 더욱 주력해야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 원장은 또 곧 구성될 연구단의 단장들에게 자율성을 보장, 창의적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국내외 우수 인력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을 덧붙여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거점으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Q. 기초과학연구원을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발전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 설립된 핵심기관입니다.

물리, 수학, 생명, 지구과학, 천문 등의 기초 과학은 응용과학과 융합과학의 근간이 되는 순수·자연과학을 통칭하며 이런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 바로 IBS입니다.

우리나라는 응용과학에 비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적었으며 그로 인해 경제적·문화적 입지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낮은 편에 속합니다.

이런 가운데 작년 11월 IBS의 설립으로 기초 과학 연구의 초석이 마련됐다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IBS는 이 같은 국가적·시대적 사명을 직시하고 우리나라가 기초과학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Q. 기존 출연연과의 차별성은 무엇입니까.
IBS가 기존 정부 출연연구기관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부분은 장기적인 연구의 수행입니다.

대학은 기초연구를 수행하지만 주로 교수연구실 단위의 중‧소형 연구이며, 출연연은 대형‧중기 연구를 수행하지만 주로 응용연구에 치중합니다. 반면 IBS는 이들과 달리 장기, 대형 기초연구를 하게 됩니다.

특히 IBS는 연구 기능에 더해 인재양성 기관으로서의 기능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연합대 학원대학교(UST), 포스텍 등 이공계 분야의 우수교육기관들과 학위과정 개설을 협의 중인 상태입니다.

향후 IBS의 연구현장에서 학점의 이수가 가능하도록 교육기관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입니다.

Q.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서 IBS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나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ISBB)는 말 그대로 국제적으로 과학과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기초과학 연구와 그 성과를 비즈니스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해당 비즈니스가 국제적으로 활발히 펼쳐지는 장(場)인 것입니다.

아마도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ISBB의 좋은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는 12월에서 3월까지를 제외하면 비가 내리지 않아 전자산업 발전에 이상적인 지리적·환경적 입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때문에 반도체 생산기업과 관련 기업들이 모여들면서 지금은 약 80개 업체가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았고 국제적 반도체 메카로서 공고한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ISBB 또한 기초과학의 자연스럽고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출연연들과의 협력이 뒷받침 돼야 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대덕 연구개발특구가 ISBB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두 연구 클러스트의 상호 협조는 ISBB는 물론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거시적 관점에서도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IBS 운영의 모토가 있다면.
가장 기본적 운영철학은 수월성과 자율성, 창의성, 개방성입니다.

먼저 IBS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를 수행토록 함으로서 수월성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고품질의 연구성과를 창출하려면 수월성이 필수적이라 판단합니다. 그래서 1차 연구단장 선정 기준도 연구 테마보다는 후보자들의 수월성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선발된 수월성을 지닌 연구자들에게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할 것입니다. 독립적·안정적 연구 여건을 조성,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걸출한 성과들이 도출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런 자율성은 또 창의성과도 직결되는 가치입니다. 다른 연구자들이 가지 않는 미개척 분야에 대한 도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를 내는 것 자체에 치중하다보면 위험부담을 줄이는 연구, 성과 도출이 가능한 연구에 눈을 돌리게 되지만 자율적 연구환경은 독창적·창의적 도전 의지를 불러옵니다.

이는 대형 장기 프로젝트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단기·중기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 없이 장기간의 연구 활동을 보장하면 창의적 연구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국내외 우수 인력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이 더해진다면 IBS는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거점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Q. 자율적 연구환경 조성의 세부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십시오.
성과에 대한 부담, 연구기간의 촉박함, 논문과 특허 숫자에 대한 압박, 행정처리 등 결코 적지 않은 부수적 업무들이 우리나라 연구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IBS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기간의 연구를 추진하면서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한 평가는 3~5년 단위로 수행할 예정입니다. 연구단별로 원활한 행정업무를 위한 별도의 행정인력도 지원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국내 연구 생태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신개념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연구에 매진하는 것은 그 결과의 성패에 관계없이 우리 나라의 기초과학이 발전하는 모태가 될 수 있으며 연구자들의 '성실 실패'를 용인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대한민국의 과학은 더욱 강해지리라 확신합니다.

Q. IBS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의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중이온가속기는 IBS의 대표적인 대형연구시설입니다. 지난해 12월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이 출범, 조직의 틀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중이온가속기의 개념설계 보완작업이 진행 중이며 올해 6월까지 개념설계를 보완·완료한 뒤 내년 6월까지 상세설계를 마칠 예정입니다.

완공 목표는 2017년으로 가속기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연구를 추진할 준비작업도 착실히 병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또한 해외 유명 가속기 연구소들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올해 내에 몇몇 연구소와 상호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할 방침입니다.

Q. 연구단 구성의 큰 그림은 그려졌는지요.
올해 모두 25개의 연구단을 꾸릴 계획입니다.

다만 연구단장 후보들의 수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일부 연구단은 차기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지난 4월 27일 1차 연구단장 후보 11명에 대한 공개 심포지엄을 진행했으며 5월 초쯤 선발된 연구단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후 2차와 3차에 걸쳐 연구단장을 선발, 오는 2017년 까지 총 50개의 연구단을 구성·가동한다는 복안입니다.

연구단 구성은 본원 연구단 15개, 캠퍼스 연구단 25개, 외부 연구단 10개 등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이렇게 연구단이 꾸려지고 중이온가속기까지 완공되면 약 3,000명이 상주하며 국내 기초과학 연구를 주도하게 됩니다.

Q. 연구단들에 대한 지원 계획은.
우선 IBS는 단장에게 연구단 운영의 전권을 부여합니다. 연구주제, 연구비 규모 등에 따라 연구단장이 자율적으로 그룹리더, 박사후 과정 (포스닥), 석·박사 과정 학생 등의 연구팀을 구성해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 우수 연구자와 신진 인력의 연구 참여 유출입이 자유로운 개방형 조직형태를 취해 타 기관 소속 연구자의 파견과 겸직, 포스닥, 석·박사 과정 학생, 방문연구원 등 다양한 인력 배치로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덧붙여 중이온가속기는 이들 연구원이 한층 모험적이고 실험적 연구를 수행할 최고의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Q.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와 '브레인 리턴 5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약 50명의 해외 과학자를 국내로 유치하는 것을 필두로 오는 2017년까지 총 500명의 우수 해외 과학자 유치를 표방합니다.

그 일환으로 석학급, 중견급, 신진급 등 유치 대상별로 차별화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입니다.

또한 이들이 국내에서 불편 없이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교육, 주거, 의료, 행정 등 거주 여건 조성에도 힘쓸 것입니다.

Q. 국내 첫 과학기술 부문 노벨상 수상자는 언제쯤 배출될 것으로 보는지.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박사학위를 받은 뒤 10년 정도 이후의 연구자가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IBS도 연구단 설립 후 약 10년 뒤쯤 노벨상을 노려볼만 하지 않을까 여깁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이 국가적 경사임에는 틀림없지만 노벨상을 목표로 세우기보다는 기초과학연구 그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야만 우수한 연구결과가 자연스럽게 노벨상 수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IBS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과 국가 발전을 넘어 인류에 공헌하는 연구기관을 꿈꾸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과학사와 세계 과학사에 한 획을 긋는 기관이 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15년 연구원 건물이 완공되고, 2017년 연구단 구성과 중이온가속기 도입이 완료되면 IBS라는 이름의 함선이 힘껏 닻을 올리고 돛을 활짝 편 채 세계라는 대양으로 출항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인류를 위한 선물을 가득 싣고 돌아올 수 있도록 연구자들과 국민 여러분의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