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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녹색화학기술 Ⅱ

화학은 복잡하다? 화학은 머리 아프다? 화학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 주는 심리적 중압감은 적지 않다. 하지만 화학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매일 화학과 만나며 화학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무수한 문명의 이기들이 화학의 힘으로 탄생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는 지구촌의 화두로 떠오른 녹색성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 삶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주는 녹색기술, 그 최밑단에 바로 화학이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박소란 과학전문기자 psr@sed.co.kr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6 개도국 지원 소외질병 치료제
약자들을 위한 가슴 따뜻한 연구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 소외질병이다. 매년 이들 지역을 주축으로 3억명 이상이 감염되고 사망자 수도 1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사망자 중 85%가 5세 이하 어린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그럼에도 신약개발 능력을 갖춘 다국적 제약사들은 치료제 개발에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구매자들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시장성, 다시 말해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말라리아와 같은 소외질병의 치료제 개발에 적극 뛰어들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약개발본부 하재두 박사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 박사는 "말라리아에 더해 소외질병에 속하는 뎅기열과 결핵 역시 각각 연간 2,500만명, 1,400만명의 감염자가 개도국을 중심으로 발생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민간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의 무관심 탓에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하 박사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신종이 출현했으며 뎅기열은 해열·진통제를 처방하는 것 이외에 실질적인 치료제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이의 타개책을 모색하던 중 연구팀은 WHO와 스위스 소재 비영리단체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의 지원을 받아 차세대 항 말라리아제를 개발, 유럽의약품청(EMA)의 신약 허가 승인을 획득한 국내 제약사 신풍제약에 주목했다. 연구개발비 규모가 작은 중소 제 약사가 국제단체와 손잡고 10여년의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소외질병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좋은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도 현재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 역량을 결집하는 형태로 말라리아, 결핵, 뎅기열, 기생충 등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항말라리아제는 신풍제약, 뎅기열은 녹십자, 기생충은 서울대 의과대학, 그리고 결핵은 연세대 의과대학과 KAIST 의과 학대학원이 담당하는 일종의 컨소시엄 방식이다.

연구팀은 질환 타깃 검증과 약효 평가법 확립, 질환 타깃별 유효물질 도출 및 최적화 연구, 신약 후보물질 도출, 기술이전, 후보물질 전 임상 및 임상 연구 등의 과정을 거쳐 향후 10년 내 신약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하 박사는 "이들 4종의 소외질병은 국내에도 신약 개발에 충분한 연구 인력과 인프라가 확보돼 있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소외 질병 치료제의 개발과 지원이야 말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우리나라가 국제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7 정밀화학제품 주문생산용 광-바이오시스템
태양에너지 정밀화학 제품 생산공장

태양에너지는 풍력, 수력과 함께 인류가 오래 전부터 이용해온 에너지의 하나다.

한국화학연구원 백진욱 박사팀은 바로 이 태양광을 모태로 화학제품 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미노산, 플라스틱 원료 등 다양한 정밀화학 제품과 의약품 중간체를 하나의 장치에서 마음대로 선택해 주문생산할 수 있는 광-바이오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이 시스템은 크게 광촉매를 활용, 태양광에너지를 전환시켜주는 '광에너지 전환부'와 '전자전달시스템', 그리고 산화 환원 효소의 도움을 받아 정밀화학제품을 생성하는 '바이오촉매(효소) 반응부'가 일체형으로 구성돼 있다.

백 박사는 "시스템 내에 원료물질과 그에 합당한 효소만 넣어주면 태양광 이외의 추가에너지 투입 없이 정밀화학제품이 생산되는 개념"이라며 "원료물질과 효소만 교체하면 곧바로 다른 물질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광-바이오시스템은 인공광합성의 한 분야로 국제적으로도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 에너지부(DOE) 산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가 연간 수천만 달러 규모의 '헬리오스(Helios) 프로젝트'를 출범, 인공 광합성 콘셉트로 태양광-메탄올 생산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이 그 방증이다.

게다가 백 박사팀에게 이는 더 이상 개념이 아니다. 백 박사는 "이미 α-케토글루타르산에서 아미노산의 일종인 L-글루타민, 이산화탄소에서 액체연료전지 연료인 포름산의 제조에 성공해 원천기술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백 박사는 이어 "효율이나 상용성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비행에 성공한 것처럼 개념에 불과했던 광-바이오 시스템을 실현한 최초의 성과라는 데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바꿔놓을 지도 모를 원천기술을 국내 연구팀이 확보한 것이다.

광-바이오시스템 구현의 핵심은 효율적인 가시광 촉매의 개발과 효소 반응에 필수적인 보조인자의 재생이다. 백 박사는 "이산화티타늄(TiO₂) 등 기존 광촉매는 자외선 영역만 이용, 광반응 시 태양광에너지의 활용도가 4% 미만"이라며 "태양광의 46%를 차지하는 고효율 가시광 촉매의 개발이 광반응 실용화의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이에 연구팀은 나노기술, 광화학기술 등 독창적 패러다임을 적용해 지금껏 40여종의 신규 가시광 촉매를 개발했다. 종류로는 세계 최대다. 특히 고가의 산화 환원 효소용 보조인자를 반응기 내에서 즉시 재생시키는 데 성공하여 산업적 응용의 큰 장애물이었던 비용 부분이 해결 가능함을 입증했다.

백 박사는 "이 같은 성과는 미래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독보적·창의적 연구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화학연의 'KRICT 2020 프로젝트'를 통해 안정적 연구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며 "올해 중반기 이후 전개될 2단계 사업에서는 시스템을 고도화해 해외의 권위 있는 관련분야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추진, 선도적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 시드형 유효물질 파이프라인 구축
신약개발 성공의 일등 도우미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유효·선도물질을 발굴은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일반적으로 8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성공률은 매우 낮다. 그동안 자금 여력을 갖춘 다국적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항암제, 당뇨병 치료제 등 수요가 많은 일명 블록버스터 신약에 개발의 초점이 맞춰져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신약 개발의 비용과 기간, 그리고 실패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최적의 유효·선도물질 발굴이 그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약 후보물질의 전 단계인 유효·선도물질을 얼마나 잘 선택하는지가 사실상 신약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며 비용과 시간의 절감과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우리나라는 이런 유효·선도물질의 파이프라인 구축을 통한 핵심 연구개발 인프라 강화가 필수적이라 강조한다.

한국화학연구원 약리활성연구그룹 조희영 박사팀은 바로 이 점을 직시하고 오래전부터 신약 유효물질 파이프라인 구축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드형 신물질을 발굴한 뒤 유효성, 약물성, 기초 독성 평가를 통과한 일종의 신약 유효물질 은행을 만들어 국내 제약사에 제공함으로서 신약개발의 새로운 단초를 제공하겠다는 게 연구팀의 목표다.

조 박사는 "신약개발은 고비용·고위험 사업으로 투자액 대비 성과가 보장되지 않아 안정성 높은 모델 구축이 요구된다"며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조차 외부 라이선싱을 방식으로 혁신 신약 유효물질의 파이프라인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현재 생물정보체계, 자동화·전산화 기술 등의 복합기술과 유전공학, 분자생물학, 약리학, 의약화학 등 필수요소가 융합된 초고속 약효검색(HTS)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유효·선도물질을 개발 중이다. 이 과정에서 타깃 질환별 화합물들의 약효평가와 동물실험에 의한 부작용 검사 등을 거쳐 최적의 유효물질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다.

조 박사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당뇨, 고지 혈증, 약물에 내성을 가진 암 치료제 등 4가지를 시드형 유효물질 발굴을 목표로 추가했다.

또한 환자수는 적지만 불면증, 말라리아, 안과 질환 등 희귀질환 치료제의 유효·선도물질 발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신약개발 역량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우리나라는 유효·선도물질의 파이프라인 구축을 통한 핵심 연구개발 인프라 강화가 필수적이에요."

조 박사는 "국내 신약개발은 전임상 및 임상단계에 집중하는 구조여서 기초 단계인 시드형 유효물질 발굴은 매우 취약한 편"이라며 "그에 따른 시드물질 부족이 결국 신약개발 성공률을 낮추고 비용적, 시간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이어 "시드형 유효물질 파이프라인이 신약개발로 이어진다면 경제적 부가가치는 개량신약이나 복제약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다"며 "향후 더욱 다양한 표적 질환에 대해 후보물질 발굴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9 꿈의 신소재 그래핀
탄소나노튜브를 능가하는 화학소재의 황제




안기석 박사팀이 연구 중인 그래핀 제조 및 패터닝 공정기술이 상용화되면 전자·반도체, 태양전지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가 예상된다.

세상에서 가장 얇지만 가장 강한 물질. 전자 이동도가 실리콘의 140배, 열전도율과 허용 전류 밀도는 각각 구리의 100배와 1,000배에 달하는 물질. 이는 지난 2004년 처음 발견된 이래 나노소자·화학재료 분야의 최고 핫이슈로 떠오른 그래핀(Graphene) 소재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벗겨낸 한 겹의 탄소 원자 막으로서 원자들이 6각형 벌집구조로 결합돼 있다. 마치 원통형인 탄소나노튜브(CNT)를 평면으로 펼쳐 놓은 모습으로 CNT의 탁월한 전기적·물리적 특성을 지니면서 두께와 투명도는 CNT보다 뛰어나다.

또한 CNT와 달리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이 변하지 않으며 제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때문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터치 스크린, 초고속 반도체 소자, 고효율 태양전지, 투명 전극, 초고용량 축전기 등 우리 삶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 산업적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한국화학연구원 안기석 박사팀은 세계적으로도 톱클래스에 속하는 국내 그래핀 연구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안 박사는 "이제 그래핀 연구는 초기 물성 파악을 끝내고 원재료 제작과 가공방법, 즉 산업적 연계를 위한 기능화· 응용화 단계에 있다"며 "현 추세라면 2015년 이후 그래핀을 채용한 초기 제품들이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여타 연구팀들은 4~5단계의 공정을 수행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단순화시킬수 없는 2단계 일괄공정을 표방합니다."

안 박사팀은 현재 고효율 그래핀의 제조와 산업화 공정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흑연을 박리하여 제조한 그래핀 파우더의 기능화 및 분산기술, 투명전극 패터닝, 대면적 그래핀 공정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다.

이중 그래핀 파우더는 인쇄전자공정에 적용 가능하도록 액상 분산액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안 박사는 "그래핀 분산액은 용액 속 그래핀 파우더가 얼마나 고른 간격으로 분포돼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는 지가 기술력의 척도"라며 "이미 3개월 이상 놓아둬도 파우더가 가라않지 않고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에 도달해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그래핀에 특정 분자를 붙여 균일한 분산성을 확보했다. 분산액을 인쇄한 뒤 이 분자들을 제거, 그래핀만 남기는 형태의 공정이 전개되는데 우수한 분산성에 주목한 모 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을 요청받은 상태다.

대면적 그래핀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주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올해 내에 패터닝 공정을 완성, 4~5인치(10.1~12.7㎝)급 터치스크린 시제품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안 박사는 "현재 보유 중인 패터닝 기술은 공정의 단순성에서 확연한 특화점을 갖는다"며 "여타 연구팀들의 경우 4~5단계의 공정을 수행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단순화시킬 수 없는 2단계 일괄공정을 표방한다"고 강조했다.

안 박사는 오는 2014년까지 관련기술들을 더욱 고도화해 산업체에 기술이전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그리고 그래핀에 기반한 차원복합형 신소재 연구에 다시 도전장을 던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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