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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미래 IT 기술 핵심 키워드는 스마트화, 융합화, 실감화"

"오는 2020년까지 모든 사용자들이 기가바이트급 네트워크에서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고품질의 디지털 정보를 자유롭게 유통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입니다."

지난 35년간 대한민국의 IT 강국 도약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흥남 원장은 ETRI가 범정부 부처와 공동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인 '기가코리아(Giga KOREA)'의 지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미션 임파서블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SF영화에 등장한 기술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Q. 얼마 전 ETRI가 세계 최고의 특허 경쟁력 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번 발표는 특허 종합평가기관인 페이턴트 보 드가 미국등록특허를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입 니다. ETRI는 최근 발표된 2011년 종합평가에 서 전 세계 237개 대학과 연구소, 정부기관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양적 지표인 특허등록건수뿐만 아니라 질적지표인 기술력, 혁신주기 등에서도 탁월한 경쟁우위를 지닌 것 으로 평가됐습니다.

10위 내에 포함된 기관은 미국이 7개로 가 장 많았고 우리나라와 대만, 독일이 각각 1개씩 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2위는 미 캘리포니아대 학이었고 대만 산업기술연구소(ITRI), MIT, 미 해군 등의 순이었는데 ETRI가 이들을 이기고 수위를 점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특히 ETRI는 IT 분야만을 전문 연구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IT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새삼 각인시켜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Q.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지요.

지식재산권(IP), 즉 특허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믿음으로 연구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연구환경 조성과 전략적 특허경영을 수행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현재 ETRI는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 목표로 다양한 공식·비공식 소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넛데이(Donut Day)'와 '브레이 크스루(Breakthrough 1-1-1) 운동'이 대표적입니다. 이중 도넛데이는 매주 금요일 부서별로 시행하는 격의 없는 대화의 장입니다. 직원들은 본인이 생각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타인의 의견을 듣거나 연구 아이디어의 동료 검증을 받는 등 소중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스루 운동의 경우 혁신적 성과창출 프로그램입니다. 연구개발 과정 중 떠오른 아이디어가 특허, 표준화, 기술이전 등 조직의 연구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직원 1명이 1년 동안 1건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만들자는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ETRI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특허의 양적 성장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꾀하기 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IP의 창출, 가공, 활용, 인프라라는 4대 중점 분야를 선정해 분야별 핵심 과제를 수행 중입니다.

특허 등록 및 실시 보상금 등 발명자에 대한 금전적 인센티브도 특허 경쟁력 제고에 일조했다고 봅니다.

Q. 올해의 중점 연구개발 사업은 무엇인지요.

ETRI는 급변하는 IT분야의 미래 트렌드를 반영, 중점 연구개발 분야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향후 성과 도출이 예견되는 혁신 연구를 꼽자면 가장 먼저 IT 융합 분야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중에서도 올해는 의료-IT 융합 연구의 하나로서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양성자 치료기와 관련해 '레이저 기반 양성자 발생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기존 양성자 치료기는 고에너지 양성자 확보를 위해 양성자 가속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설치비용이 600억원 이상 필요하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로인해 치료비가 수천만원에 달해 일반인의 접근성이 취약합니다. 반면 레이저 기반 양성자 치료기는 제작비와 유지비를 지금의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국가 의료복지 수준도 향상될 것입니다.

휴대폰 이후 IT 업계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지능형 자동차 분야의 성과도 예상됩니다.

올해부터 융·복합 메가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될 '미래 지능형 자동차(Z-Car)용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코-파일럿 시스템 개발 사업'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Q. IT 분야는 어떤지요.

이동통신 강국의 명맥을 잇고 차세대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의 선점을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포스트 4세대 기술로서 '스마트 모바일서비스를 위한 B(Beyond) 4G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며 열차 등 고속 이동 중에도 빠르고 끊김 없는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기가급 모바일 서비스 기술', 와이파이의 기술적 한계 극복을 위한 '10Gbps급 차세대 근거리 무선전송 원천기술(Post WiFi)' 등도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입니다.

최근 급격히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를 모색할 '유전체 분석용 슈퍼컴퓨팅 시스템 소프트웨어', 그린 IT 산업 육성을 위한 '환경 적응형 디스플레이 기술' 등도 향후 중점 개발할 연구과제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Q. 범정부 부처와 공동 추진 중인 '기가코리아'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기가코리아(Giga KOREA)는 IT의 십년대계를 지향하며 한차원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위한 범정부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가급 유·무선 네트워크를 구축, 자유로운 디지털 정보 유통 구조를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인터넷 속도를 현재의 40배가 넘는 기가급으로 끌어올려 실감형 3D, 4D, 홀로그램 등 고품질 콘텐츠를 끊김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인 프라 자체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물론 네트워크 인프라의 개선만을 표방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가코리아에는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을 포괄하는 IT 생태계 전반의 동반 성장을 위한 처방이 담겨있습니다. IT의 4대 요소인 콘텐츠(C), 플랫폼(P), 단말(T), 네트워크(N)를 개별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생태계 차원에서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적 가치로 인식하여 각각의 로드맵을 담았다고 보면 됩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SF 영화 속에서나 등장했던 최첨단 기술들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Q. 창립 이래 개발한 연구성과의 가치가 170조원에 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ETRI는 1976년도 설립 이후 35년 간 우리나라의 IT 강국 도약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 역사의 시작으로 불리며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교환기 (TDX)를 필두로 초고집적반도체(DRAM), 지상파 DMB, 와이브로 무선광대역 인터넷,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4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인 LTE-어드밴스드까지 세계 최고와 세계 최초의 IT 기술들을 무수히 개발한 바 있습니다.

최근 성과만 봐도 작년 12월 전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휴대형 한-영 자동통역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해외 여행이나 출장 중 언어장벽을 무너뜨릴 혁신적 기술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35년의 연구성과를 경제적 파급효과로 환산했을 때 약 170조원에 이릅니다.

Q. 휴대형 한·영 자동통역기술은 언제쯤 상용화가 가능할까요.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제주도에서 시범사업을 벌였고, 현재는 여수 세계박람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관련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 개막한 런던 올림픽을 위시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에서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영어 외에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불어 등 대표적인 7개 언어의 자동통역기술 개발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내년 연말쯤이면 일반인들이 이 기술의 혜택을 직접 누릴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Q. 미래 IT 기술의 발전상을 예상해주신다면.

급속히 변화하는 IT 환경에서 5년 뒤, 10년 뒤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언제든 기존에 예측된 트렌드를 일거에 붕괴시키고 IT 기술의 진화 방향을 바꿔 놓을 일명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외 유수 연구기관의 미래 전망 보고서와 얼마 전 지식경제부 등이 발표한 'IT 미래비전 2020' 등을 참고해 보면 미래 IT 기술은 크게 스마트화, 융합화, 실감화라는 3대 축을 지향하며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먼저 스마트화는 IT 생태계 전반에 지능이 부여되고 첨단 지식으로 재창출되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지식통신을 지향하는 5세대 이동통신, 빅 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인공지능, 스마트 센서, 지능형 컴퓨팅을 탑재한 스마트 디바이스 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융합화와 관련해서는 바이오센서, 라이프 케어 로봇, 스마트자동차, 스마트그리드 등의 기술이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감화의 경우 3D와 4D 입체기술을 비롯해 초기 홀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오감을 사로잡는 감성 콘텐츠 기술들의 전성기가 다가올 것입니다.

Q. 이런 미래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미래 IT 기술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의 수립과 시행이 필요합니다.

우선 IT 분야 원천기술 개발과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과감한 R&D 투자가 요구됩니다. 1등 기술만이 생존하는 지금의 IT 시장 환경에서 2등은 의미가 없는 만큼 R&D 투자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기술 자립화를 이뤄 관련시장을 선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비교열위에 있는 분야의 역량 강화도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바로 그것입니다. 애플과 구글이 몸소 입증하고 있듯 콘텐츠-플랫폼-단말-네트워크의 균형 성장은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입니다.

애플과 구글이 플랫폼에 기반해 소비자와 개발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형 IT 생태계를 특화시켰다면 우리나라는 단말과 네트워크에서의 막강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중심으로 콘텐츠와 플랫폼을 연계하는 상생형 생태계의 조성에 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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