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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너지 해수담수화

국내 연구팀이 풍력과 태양열 등 친환경 대체에너지를 활용한 해수담수화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국지적인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의 조사결과, 현재 약 26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물 부족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물 부족 현상은 상수도, 하수처리장 등 인프라가 정비돼 있지 않은 도서산간이나 해안지역, 그리고 저개발국에서 더욱 큰 피해를 유발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지적 물 부족지역 여건에 적합한 중소규모의 독립전원용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설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 연구진이 풍력발전과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해수나 오염수를 담수화하는 원천기술을 개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4kWh 풍력에너지로 담수 1톤 생산

해수담수화는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직접 사용하기 힘든 바닷물로부터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순도 높은 음용수와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을 얻어내는 일련의 수처리 과정을 말한다. 이와 관련 한국에너지 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 김동국 박사팀이 최근 풍력발전과 연계한 해수담수화 MVR 파일럿 플랜트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 실증운전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풍력발전을 통해 얻은 전력으로 가동되는 증기압축기를 활용, 바닷물을 가열하여 생산한 증발 증기의 온도와 압력을 높이고 이 증기의 열에너지를 재사용함으로써 전체 시스템에 투입되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MVR 히트펌프시스템을 개발한 뒤 엑서지 개념에 기초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설계를 완성했다. 실제로 현재 에기연의 제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에 설치된 이 플랜트는 실증운전 결과, 1.5㎿급 풍력발전기로 하루 최대 75톤의 용암해수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12.4kWh의 에너지만 투입하면 담수 1톤의 생산이 가능해 지금껏 상용화된 증발 방식 시스템 중 가장 경제성이 뛰어나다.

구체적인 해수담수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원료인 15℃의 용암해수를 예열기로 보내 온도를 높인다. 이후 해수는 열교환기를 거쳐 증발기로 투입된다. 증발기에서 해수를 증발시키면 MVR이 가온·가압하여 110℃의 고온 증기를 만드는데 이 증기를 다시 열교환기로 보내서 증발기에 투입되기 전의 해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 시스템의 최대 강점은 안정적인 일반 전력 대신 부하의 변동이 큰 풍력발전을 사용하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풍력의 시간대별 발전량에 맞춰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고립지역에서도 독립적으로 운전 가능한 고효율 담수플랜트를 설치·운용할 수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기존 증발 담수화 과정과 달리 농축수를 방류하지 않고 18% 이상의 고농도로 농축시켜 소금을 생산할 수도 있다.

김 박사는 "해양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농축염수를 고부가가치 미네랄이나 소금으로 제조하여 담수시설의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전력망 연결이 어려운 고립지역에 독립적 담수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누릴 수 있는 경제·산업적 메리트로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비용부담 없는 태양열 담수화 기술 개발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플랜트안전연구실 박창대 박사팀의 경우 풍력과 함께 양대 재생가능에너지로 꼽히는 태양에너지, 구체적으로 태양열을 해수담수화 시스템에 접목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태양열 집열기, 축열조, 진공장치 등 기존 태양열 해수담수화 시스템의 필수 요소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것. 현재의 태양열 해수담수화 시스템은 집열기가 모은 열을 축열조에 저장한 후 열교환을 통해 해수를 증발시켜 응축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열교환 과정에서 열에너지 손실이 발생, 담수 생산 능력이 하루 10ℓ 이하로 제한된다는 치명적 아킬레스건이 있다. 여기에 설비 건설비가 비싸고 유지·보수까지 어려워 실질적 상용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상태다.

반면 박 박사팀의 시스템은 투명 유리탱크 속의 해수를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증발을 유도한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열에너지는 증발된 수증기가 액화될 때 발산되는 응축잠열을 회수, 증발 공정에 재투입하는 '다중 효용 증발' 기술을 채용하는 것으로 강화했다.

박 박사는 "이에 힘입어 이 시스템의 담수 생산량은 하루 15ℓ 이상"이라며 "버려졌던 폐열을 재활용해 에너지 소비량 절감과 발전단가 하락을 꾀할 수 있는데다 시스템 크기도 가로와 세로가 약 1m에 불과해 제작단가를 대폭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시스템은 태양열과 함께 소형 발전기의 배기가스 폐열 등 여타 에너지원을 복합적으로 투입, 성능을 배가할 수 있다. 일례로 태양열과 5㎾급 발전기의 폐열을 복합 운용하면 담수 생산량이 하루 최대 43ℓ까지 높아진다. 태양열만 사용했을 때보다 약 3배의 생산성 향상이 발현되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태양열은 물론 폐열로도 단독 운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활용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장의 약 40%가 하루 1만톤 이하의 중소형 시장으로 연간 11조원대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설비에 쓰이는 증발법과 막 여과법은 초기 투자비와 유지관리비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에너지 사용량, 담수수송망 구축비 등을 감안하면 전력 및 상수도 인프라가 구비되지 않은 곳에는 사실상 적용이 어려웠다.

이와 달리 박 박사팀의 태양열 해수담수화 시스템은 비용 부담이 적고, 전력이나 상수도 인프라에서도 자유롭다. 때문에 저개발 국가, 도서산간지역, 오지 등에도 원활한 설치와 운용이 가능하다.

박 박사는 "현재 다수의 해수담수화 관련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며 "오는 2014년정도면 기술판매계약 등 상용화를 위한 가시적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서지(exergy) 특정 환경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가용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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