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미아는 단순한 가구회사가 아니다. 회사 측은 스스로 토털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라고 강조한다. 60만 명의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까사미아는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고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한국 상륙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지난 4월 13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에 문을 연 ‘데일리까사미아’` 1호점을 찾았다. 인근도로는 주차된 차량들로 가득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매장에 북적이고 있었다. 매장에선 직원들을 찾기 어려웠다. 고객들이 직원들과 상담을 거쳐 가구를 구매하는 보통 가구 매장 모습과는 달랐다. 대신 고객들은 손에 주문서를 들고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곳에선 고객들이 직접 구입할 가구를 골라 주문서에 체크를 한 후 매장 관리 직원에게 제출한다. 구매한 제품은 고객들이 직접 포장한다. 1호점엔 단 두 명만이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매장을 관리 · 운영하고 있는 한 매니저는 말한다. “데일리까사미아를 찾는 고객들은 20대부터 40~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가격 부담 없는 실속형 까사미아 브랜드라는 매력 때문인지 주말이면 고객들로 매장이 꽉 차요.”
‘데일리까사미아’ 1호점은 지난 2월 문을 열었지만 벌써 방문 고객이 4만 명을 넘어섰다. 방문 고객만 넘치는 게 아니다. 매출도 쑥쑥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하루 매출만 5,000만 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매주 매출액 증가율이 30%에 달하고 있다는 게 까사미아 측의 설명이다.
‘데일리까사미아’`는 까사미아 제품에 비해 30~40%가량 저렴한 실속형 제품이다. 하지만 예쁜 디자인과 고급스런 자재는 기존 까사미아 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다. 까사미아는 1호점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힘입어 경기도 파주에 2호점을 열었다. 총 4개 층 건물로 약 1,320㎡ 규모다. 이곳에는 데일리까사미아 외에도 전시제품이나 소량생산제품, 샘플제품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아웃렛 매장과 캐주얼 다이닝 카페 까사밀이 들어서 있다. 4월 25일 이후에는 부천 상동 홈플러스에 3호점이 문을 연다. 까사미아는 3호점이 성공하면 연내 홈플러스 5곳에 추가 입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까사미아 영업본부장은 말한다. “앞으로 3년 내 데일리까사미아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30%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데일리까사미아의 매출만 1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까사미아가 실속형 제품을 내놓은 건 국내 소비자들의 가구 소비 형태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까사미아 주력 제품들이 포진했던 중고가 가구 시장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존에 까사미아 가구를 구매하던 소비자들 상당수가 저가 가구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런 소비행태 변화는 깔끔한 디자인의 값싼 가구를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이케아가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원천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케아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가구업체다. 그동안 이케아가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활동에 나선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사업자들이 수입한 이케아 제품은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불티 나게 팔리고 있다.
4~5년 전부터 국내 상륙설이 돌던 이케아는 현재 법인 설립신고를 마치고 한국 1호 매장을 광명시에 설립하기 위해 건축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다. 이케아의 국내 상륙이 임박함에 따라 국내 가구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케아가 국내 가구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는 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한국가구산업협회 이용원 사무국장은 말한다. “그동안 이케아를 수입해 팔던 업체들은 물론, 국내 가구공장과 수입판매업체, 한샘·까사미아 등 토탈인테리어를 콘셉트로 하고 있는 브랜드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겁니다. 국내 가구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어요.”
국내 가구 업체들은 이케아의 가격경쟁력을 두려워한다. 이케아 제품은 임의 수입임을 감안해도 국내 브랜드 제품의 절반 가격대밖에 안된다. 일례로 가장 인기 있는 이케아 제품 중 하나인 철제 서랍장의 경우 4만원 선에서 팔리고 있다. 국내 사제 가구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가구 업체들은 1?2년 전부터 이케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해 왔다. 그 결과 일제히 온라인 몰을 확대하고 중저가 소형 제품군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케아의 약점인 사전 · 사후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용원 사무국장은 덧붙인다. “벌써부터 인터파크, 11번가, G마켓 등에는 한샘, 리바트 같은 제품과 이케아 제품이 함께 진출해 경쟁하고 있어요. 사실상 이케아의 공습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하면 많은 국내 가구 업체들이 문 닫을 수 있어요.”
국내 가구 업체들은 이미 사활을 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케아의 국내 상륙 임박이라는 잠재적 위험 외에도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가구 시장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가구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가구 시장 규모는 8조2,00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2008년에 비해 17.5% 쪼그라든 것이다.
까사미아도 이 같은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했다. 데일리까사미아를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까사미아는 최대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내릴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자재를 대량 구매해 재료 비용을 절감하고 매장 직원들을 줄여 운영비용을 대폭 삭감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까사미아는 데일리까사미아 브랜드와 함께 싱글과 신혼 부부의 입맛에 맞는 가구나 소품류를 대거 선보여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철저히 대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까사미아의 실험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까사미아의 핵심역량은 디자인이다. 까사미아 마니아층이 형성된 가장 큰 이유도 제품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싫증나지 않아 오래 쓸 수 있어서다. 까사미아는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생산, 판매, 디자인을 모두 책임지는 것이 어려워지자 1991년 생산공장을 과감히 없앴다. 생산은 외주로 해결하는 대신 디자인연구소를 통해 디자인 개발능력을 극대화했다. 까사미아 임직원 381명 중 디자인 개발과 시장 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는 디자인연구소 인력이 50명이다. 지금도 매출액의 약 5% 정도를 디자인 연구소에 투자하고 있다.
까사미아 타깃 고객층은 중상류층 이상 신혼부부에서 40대 중반까지다. 이 연령대에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까사미아 회원에 가입한 고객 수는 60만 명이다. 이들은 모두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재구매율은 약 60%에 달한다. 700만 원 이상 구매한 VIP고객의 재구매율도 무려 99%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까사미아의 큰 영업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까사미아는 할인을 많이 하지 않는다. 최대 할인률은 10%다. 10% 할인이지만 세일 기간 중 매출은 평소보다 50% 정도 늘어난다.
현재 까사미아는 현재 직영점 20곳, 백화점 8곳, 대리점 50곳, 인터넷 쇼핑몰 8곳, 홈쇼핑 4곳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까사미아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태세다. 유통망 확장이 큰 전략 중 하나다. 또 하나는 온라인과 홈쇼핑 시장이다. 국내 고객의 구매 흐름에서 온라인과 홈쇼핑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까사미아는 1982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상가건물에 이현구 회장의 부인인 최순희 현 디자인연구소장이 인테리어 가게를 열면서 시작했다. 1974년 제일합섬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회사에 다니던 이현구 회장은 건강 악화로 회사를 그만둔 후 본격적으로 인테리어사업에 뛰어들었다. 까사미아는 사업 10년 만인 1992년에 정식 법인을 설립하고 매년 2~3개씩 직영매장을 늘려갔다.
까사미아는 1988년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외환위기가 닥쳐 대형 가구업체가 줄줄이 무너지던 1998년에도 까사미아는 되레 25억 원의 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가구 업계 영업이익률은 보통 5~8% 정도다. 김영환 까사미아 영업본부장의 설명이다. “한샘도 리빙 인테리어 업체죠. 한샘에는 크게 특판, 부엌가구, 인테리어 사업 부문이 있습니다. 매출 규모는 한샘이 저희보다 5배 정도 큽니다. 까사미아는 인테리어만 하니까요. 한샘의 영업이익률이 7~8%정도 되는데, 까사미아는 199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돈 적이 없습니다.”
까사미아는 단순히 장롱이나 소파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다. 가정용 가구, 인테리어 소품부터 사무용 가구까지 인테리어 전 부문을 다룬다.
직영매장 각 공간마다 가구, 침구류, 인테리어 소품 등 각각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한 제품을 진열하고 고객이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이 같은 차별화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까사미아는 디자인이라는 핵심역량을 잘 가꿔 성공을 이뤄냈다. 지금까지 까사미아는 내실을 다지는 전략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지금부턴 더 성장하기 위한 공격에 나설 참이다. 제2 도약에 시동을 건 까사미아는 이케아의 공습이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