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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과장보도

과학단신 이면의 과학성을 살펴보자
By rebecca skloot

언론의 비만 보도
이슈: 뚱보가 되자, 장수의 첩경이다! CDC 연구보고서에 대한 언론의 과장보도 후 사람들은 이러한 열광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속단은 절대 금물이다


몇 주 전 나는 버지니아 주(전국에서 비만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주) 서부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TV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젠 정말 스포츠센터에라도 다녀야겠어. 직업상 하루 종일 책상에만 앉아 지낸 게 이제 표시가 나니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다음과 같은 아나운서의 말이 들려왔다. “다음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뉴스를 명심하십시오. 새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살이 찜으로써 수명 연장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순간 식당에 있던 사람들 아니 전 국민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방금 전 점령군의 항복 소식을 전하는 뉴스라도 들은 양 서로의 낯선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말 들었어요? 우린 자유예요!' 이런 표정으로 말이다. 파이를 더 시킬 것인지에 대해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심 이 사람들이 프렌치프라이로 축배라도 들지 않을까 기대했다.

문제의 헤드라인은 꿈결처럼 들렸다. “비만의 위험성, 정부가 과장하다,” “지방이 몸에 좋을 수 있다”등등.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2명은 비만과의 전쟁이 “과학적 설득력을 잃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들은 “열심히 운동하며 식사량을 조절하는 사람들,” “샐러드나 씹어대는 건강 염려증 환자들”이야말로 일찍 죽을 거라고 조소해마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한 연구에서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오래 산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불과 한 달 전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급증하는 비만율이 “교통사고나 살인, 자살의 영향을 합친 것보다 [더]”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권위 있는 일리노이대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주요 보도매체에서는 여러 연구 결과 “비만이 치매 발병 위험을 3배나 높일뿐더러” 호흡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란 말인가?

문제는 언론매체에서 CDC의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솔깃한 헤드라인에 앞다퉈 편승하기만 한 것이다. 쟁점이 되는 연구의 본래 제목은 “저체중, 과체중, 비만과 관련된 과다 사망”이다. 이런 제목을 읽고 어떻게 “연구 결과 비만은 해롭지 않다”는 식으로 둔갑시킬 수 있었는지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연구 결과는 본래 연구의 기획의도를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다. 즉 비만이 갖가지 중병과 연관된다는 사실 말이다. CDC에서는 2000년에 비만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인구 수(111,909명)가 미리 추정한 규모(365,000명)보다 적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연구에서 지적하듯이 비만 사망자 수를 추산하는 것은 “방법론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며 연구진이 사용한 방법론상에는 “중차대한 한계가 노정된다.”

비만이면서도 오래 살 수 있다는 소식은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운동을 집어치우고 파이를 더 시켜먹을 구실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정확히 언론매체에서 부추긴 행태다. 공식적으로 비만문제는 "과장"되고 있을 따름이라고 떠들어대는, 패스트푸드업체의 후원을 받은 광고로 나를 자극하지 말라. 이런 광고를 대하다 보면 어느새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비만이 되도 괜찮다고 말하는 학술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비만문제는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엄연한 과학적 진실이다.



이러한 한계점 중 하나는 기본적인 질병과 관련해 통제하는 일이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 비만 연구원인 토비아스 커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많은 질병이나 치료제가 체중 증가나 감소를 유발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적절히 통제하지 않은 채 누가 죽었는지, 얼마나 뚱뚱했는지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세상에 대해 그릇된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 과체중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위해 이 연구결과를 이용한다면 이는 데이터내용을 단순히 과장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에게 낯익은 “비만 패러독스”즉 고령층의 경우 약간의 과체중은 보호기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진짜 비만인 사람들은 이 정도 혜택을 볼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지도 못하겠지만 말이다.

문제의 연구에서 가장 명확한 한계점은 바로 “정상”과 “과체중”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신뢰성이 희박한 “체질량 지수(BMI)”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BMI란 신장과 체중을 토대로 결정되는 수치다. BMI가 18.5~24.9 수준이면 “정상,” 25~29.9 수준이면 “과체중,” 30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된다. 문제는 BMI의 경우 신체활동이나 지방 대 근육 비율, 성(性), 다이어트 같은 대다수 중요 인자를 감안하지 않는다. 예컨대 왕성한 식욕과 규칙적 운동습관을 지닌, 신장 6피트, 체중 200파운드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온종일 소파에 누워 패스트푸드나 먹으며 소일하는 신장 6피트, 체중 200파운드인 남자와 비교한다면 BMI수치는 동일하다. BMI수치 27.1로 두 사람 모두 “과체중”으로 판정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심혈관 기능이 아주 건강한 상태다. 나로서는 이 연구에 체지방 지수를 적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부시 대통령의 체지방 비율(%)은 18.3으로 연령에 비해 훌륭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소파에서 뒹구는 남자의 경우는 이와 판이할 것이다.

주요언론보도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이 문제에 애매모호한 산술을 가미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사망자수는 111,909명인데도 불구하고 비만으로 사망한 미국인 수가 25,814명이라는 보도를 종종 내보내면서 말이다. CDC의 연구보고서상에 “정상”범주보다 “과체중”범주로 분류된 사람들의 경우 사망인원이 적다는 내용이 기술돼있기 때문에 언론 측은 사망한 비만인구 수에서 사망하지 않은 과체중 인구수를 빼버렸다. 마치 미처 발생하지 않은 사망자 수가 실제 사망자 수를 상쇄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헤드라인뉴스
"장수의 비결, 항산화제" 그럴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연구가 시중에서 파는 항산화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대상은 항산화제 성분을 생성토록 유전자 조작된 쥐였다. 물론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항산화제를 무리해서 복용하진 말라. 많이 먹으면 해로우니 말이다.

"위스키가 항암에 좋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허나 실상은 위스키에 엘라직산(酸)이 함유돼있다는 것인데 이 성분은 식물에서 추출되는 항산화제로 발암 가능성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이 성분은 레드 와인에도 들어있다.) 그러나 엘라직산이 더 많이 함유된 식품은 연육 과일이다. 한편 음주와 각종 암 발병간의 연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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