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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K 초대석] “대한민국 해운산업 유례없는 위기 상황”

[INTERVIEW]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알릭스 파트너스는 앞으로 2년 내에 한국 해운업체 10곳 중 4곳 이상이 파산할 것이란 무시무시한 전망을 내놓았다. 해운산업은 ‘국가 경제의 혈관’과도 같다. 따라서 해운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중국, 덴마크,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국 해운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 해운산업은 추진력을 잃은 배의 모습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STX팬오션 등 국내 해운 빅3 모두 돈줄이 말랐다. 국회와 정부가 해운산업 위기타개를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문제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해운사들이 금융지원을 기다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연내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 규모가 2조 원에 육박하는데, 경영난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신규 회사채 발행은 물론 만기 회사채 연장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상장사의 경우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급락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도 기대하기 어렵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언제쯤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순항할 수 있을까. 이윤재 선주협회 회장을 만나 국내 해운산업을 살릴 해결책을 들어봤다.

대담 : 채수종 편집국장 sjchae@sed.co.kr

정리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 :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Q: 얼마 전 미국의 컨설팅업체 알릭스 파트너스는 ‘한국 해운업체의 44%가 앞으로 2년 내에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A: 알릭스 파트너스도 나름의 방법으로 결과를 낸 것이겠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도 경영 등의 문제로 폐업하는 회사가 있고, 경기가 나쁠 때도 새로 등장하는 회사, 성장하는 회사가 있기 마련이죠. 한국선주협회는 경기 호·불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180여 회원사를 유지해 왔습니다. 알릭스 파트너스의 전망은 2012년과 같은 불황이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해운 빅3인 STX팬오션, 한진해운, 현대상선을 비롯한 여러 해운업체들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했습니다. 그 결과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해운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 해운 시장은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유로존 재정악화에 따른 경기침체, 그리고 선박공급 과잉과 국제해상운임 폭락, 고유가로 인한 선박운항원가 상승 등으로 장기불황을 겪었습니다. 이에따라 우리 해운업계도 누적적자 확대에 따른 금융부담 증가와 유동성 악화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건설과 조선, 해운 부문을 리스크 업종으로 분류하면서 대형선사들마저도 회사채 발행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STX팬오션이 현재 (그룹 내에서 방향이 정해져) 은행 채권단과 협의가 진행 중이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국제정기선그룹에 속해 협력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보니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될 것 같습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두 회사에 특별한 대우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하는 정도의 보조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나 프랑스 등 경쟁국들은 전부 국가가 뒤에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둘 다 그룹을 업고 있으니 정부가 조금만 지원해주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세 대형선사들을 제외하면 남는 건 중견선사들인데, 중견선사들은 아직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중견선사보다는 대형선사들이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해운업계 전체의 올해 회사채 만기가 1조9,000억 원이나 됩니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만기 금액 규모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바로 그런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연기금이나 은행에서 회사채를 어느 정도 사주면 롤오버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가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충분히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해운업계에 몸담으면서 그동안 큰 위기도 많이 거쳤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의 위기들에 비해 현재의 위기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마도 공급 사이드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는 조선소들이 배 한 척을 만드는 데 3년씩 걸렸는데 요즘엔 6개월 만에 나옵니다. 이렇다 보니 경기가 조금만 좋아지면 공급이 과도하게 많아집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정부 당국과 금융권,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협의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해운사는 글로벌화되어 있는데 국내 공급량만 줄여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을 예로 들자면, 지난 호황 때도 조선소 물량 등을 조절했습니다. 자기 역량을 지키면서 불황에 대비했죠. 당시 일본을 타산지석 삼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조선소를 짓고 싶은 사업자들은 다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까. 당시 조선소가 우후죽순 생길 때에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 걸 알면서도 당장에 돈이 되니까 뛰어든 거죠. 정부가 조절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조선소를 짓는 데 개인 돈으로만 지었겠습니까? 정부 돈이 들어간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부분에 있어선 정부가 방임한 잘못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중국에서도 조선소를 많이 지었는데, 현재는 중국의 조선소 절반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덴마크, 프랑스 등 경쟁국들에서는 해운업계에 적극적인 지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례들 좀 말씀해 주십시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쟁 국가들은 개별선사들의 구조조정이나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자국 해운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행이 COSCO에 108억 달러의 신용을 제공한 데 이어 중국 수출입은행도 COSCO와 China Shipping에 앞으로 5년간 각각 95억 달러씩 지원키로 했습니다. 또 중국수출입은행은 최근 5개 민영 중견해운사에 1억6,000만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이 Hapag-Lloyd에 18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섰으며, 지방정부인 함부르크시도 이 선사에 7억5,000만 유로의 유동성을 지원했습니다. 덴마크 역시 MAERSK에 62억 달러의 금융을 차입하고, 수출신용 기금을 통해 5억2,00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프랑스도 자국선사인 CMA-CGM에 채권은행을 통해 5억 달러를 지원토록 한 데 이어 국부펀드를 통해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금융권을 통해 향후 3년간 2억8,000만 유로를 더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KAMCO 선박펀드를 통해 4,700억 원을 투입해 33척의 선박을 매입했으며, 작년에는 무역보험공사 수출기반보험을 통해 6척, 4,300억 원의 보증서를 발행했습니다. 2012년 6월에는 수출입은행의 중견·중소기업 신용대출 대상에 해운업을 포함시켜 대출한도를 1,500억 원으로 설정했습니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은 해운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됐으나, 중국이나 독일 등 경쟁국가에 비해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시황이 개선되어야 해운산업이 성장할 텐데요, 해운시황의 회복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십니까?
해운업계 사이에선 올해가 바닥이 아니겠느냐는 예상들을 많이 합니다. 저도 여기에 동의하는 편이고요.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서서히 진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고, 미국 역시 주택 경기와 소비지출, 제조업 경기, 실업률 등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조업 부진 등의 여파로 주춤하고 있지만, 신흥시장의 약진으로 올해 세계경제는 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게다가 국제유가도 선진국의 수요 감소와 신흥국의 수입억제, 그리고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등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해운시황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죠.

구체적으로 부정기건화물선 부문을 보면,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과 중국 및 인도의 연료탄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간 6,000만 톤에 육박하는 선박 해체량과 신조선 인도량의 증가세 둔화 등으로 선복공급량이 감소세로 전환된 것도 호재죠. 이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올 하반기 이후에는 부정기건화 물선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기선시장은 그동안 금융위기 이후 ‘수요 둔화에 의한 해운시황 악화 및 벙커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선사들은 ‘계선, 감속운항, 서비스 감축’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운임 하락을 저지해 왔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 하반기 이후 선복수급 개선으로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경제 흐름과 선박수급 추이, 그리고 운임회복을 위한 선사들의 노력 등을 감안할 때, 세계 해운 시장은 오는 2014년에는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선사들은 세계 해운 시장 회복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합니까?
국내 선사들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정부의 지원이 선행돼야 합니다. 국가가 보증을 해주는 식으로 필요한 선박을 구입한다든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회사채를 매입해준다든지 등 여러 방법으로 말이죠. 각 선사들은 회사 형편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해운이라는 것 자체가 국가가 주인이지 개인이 주인은 아니거든요. 개인은 그냥 운영을 맡은 오퍼레이터일 뿐입니다. 해운이라는 것 자체가 자본집약적인 사업 아닙니까? 배한 척이 공장 하나보다 더 많은 자본이 들어갑니다.


한국선주협회에서 해양 강국 도약에 대한 비전을 발표한 바있습니다. 앞으로 7년 안에 3배 가까운 성장을 한다는 목표인데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우리 협회는 오는 2020년에 해운 수입 100조 원, 한국상선대 1억 톤 달성을 통해 세계 3대 해운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한국 해운 비전 2020’을 수립해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쉬운 목표는 아닙니다. 목표를 높게 잡고 협회가 앞에서 끌며 캠페인을 해야 각 해운사들이 좀 더 분발할 것 아닙니까? 세계 3위권에 들어감으로써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해운 강국이 되어 해운 종사자나 국민들 모두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바다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도 있겠죠.


해운업 위기 탈출과 비전 현실화는 결국 좋은 선박금융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선박금융공사안이 발의돼 있고 국토해양부는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추진 중인데, 이들 두 가지 안의 장단점과 개선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선박금융은 해운기업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핵심입니다. 선박금융공사와 해운보증기금 설립은 해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합니다. 선박금융공사는 지난 2012년 7월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선박금융공사법을 발의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공약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해운보증기금은 해양수산부가 해운 위기 극복을 위한 효율적인 정책지원수단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선박금융공사와 해운보증기금은 선박금융 보증·선박채권 매입 및 중개·부실 선박 매입 및 운영 등의 기능은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선박금융공사는 선박 관련 대출기능이 추가되는 장점이 있고 해운보증기금은 은행법이나 은행회계 등 관련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신속한 지원은 물론 투입자본의 크기에 비해 투자효과가 큽니다.

이같이 별도의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해 해운산업에 집중할 경우 해운 강국 도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해운보증기금은 호황 시보다는 불황 시에 대형선사는 물론이고 중견 및 중소선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선박금융공사 안과 해운보증기금 안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취지나 내용을 봤을 때 두 안 모두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걱정은 국회에서 너무 오래 잡혀 있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실천이 빨라야 좋은 법인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KDB산업은행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 안에 선박보증기금 부서를 따로 설치해 발족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두 방법보다 현장 적용이 더 용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새로 취임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청문회 때 미흡했던 측면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생긴 이래 해운업에 대해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장관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동안 해양산업과 무관한 정치와 인연이 깊은 분들이 장관을 했는데, 조정제 2대 장관에 이어 이번 윤진숙 장관만 해양산업에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두 분 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출신이라 해운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윤진숙 장관은 취임 전에 만나 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추진력 있는 분이었습니다. 선박금융 등의 문제로 금융위원회 등을 접촉했었는데 이미 장관이 한 번씩 다 훑었더라고요. 선박금융 등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도 미리 다 해놓으셨고요. 윤 장관은 벌써 해운업계 현황도 모두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진력도 강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아는 분이니 업계에서 거는 기대가 큽니다. 여러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현재 면담 요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해운산업의 성장을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해양전문인력 양성입니다. 우리나라의 해양전문인력 양성은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우리나라의 해양전문인력 부족 현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해양전문인력 양성 규모만 보더라도 1970년대 이래 답보 내지는 퇴보하고 있습니다. 해기사를 양성하는 한국해양대학교의 경우 해방 직후인 1946년 정원 100명으로 시작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7년에 400명까지 증원된 이후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한국상선대의 규모가 1977년 330만 톤에서 최근에 3,700만 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는데도 해기사 정원은 그대로인 것입니다. 이처럼 해기사 공급이 선박 증가를 따라오지 못함에 따라 선박운항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을 비롯한 해양산업 전반에 필요한 전문인력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통계적으로 외항상선 1척당 필요한 전문인력은 해상인력 8명, 육상인력 10명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외항상선은 약 1,000여 척이며 매년 발생되는 신규인원 수요는 약 1,350명인데 정규 양성과정인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 해사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원은 750명에 불과합니다. 이들 중 군입대자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해양업계에 유입되는 인원은 결국 650명에 불과한데 이 규모는 우리 상선대가 300~400척 규모이던 70년대 말보다도 200명 정도가 적은 것입니다.

국제해상물동량과 선박 증가 추이를 감안했을 때, 2020년 우리 외항해운의 보유선박은 약 2,000여 척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해양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선박 수만 늘어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죠. 해양수산부에서는 2015년에 3,000명, 2020년에 6,000명가량의 해기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양전문인력 배출 인원을 현재 750명에서 2,000명 수준으로 시급히 증원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현재 국내 해운사 선박에 타고 있는 선원들 중 몇 %가 외국인들입니까?
2013년 1분기를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 보유 선박은 모두 978척입니다. 선원은 한국인 해기사 6,731명, 부원 1,763명이고 외국인 해기사 1,655명, 부원 8,031명입니다. 해기사의 20%, 부원의 82%가 외국인 선원들이죠. 그나마 한국인 부원들은 의무요건이나 병역을 위해 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선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정선박 300척이 있는데, 이들 지정선박에는 외국인 선원이 6명 이상 승선하지 못합니다. 이들 선박 때문에 한국인 부원이 이 정도 규모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 예전에는 배 한 척당 외국인 선원 수가 제한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해기사를 제외하고는 인원 제한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선주들의 제일 큰 고민이 ‘배는 있는데 선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외국인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국내 대량 화주들이 2자 물류에 진출하면서 3자 물류 비중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해운업계에 끼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국가 물류비는 2001년 105조 원에서 2010년 174조 원으로 10년간 연평균 5.8% 증가했으나, 3자 물류비중은 2005년 42.9%에서 2010년 36.6%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대다수의 국내 대량 화주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해 2자 물류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규모 세계 7위의 무역대국이며 상선 보유량 세계 5위국임에도 세계 물류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지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해운산업이 위기에 강한 이유는 해운사들과 대량화주들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견고한 데다, 타 산업을 존중해 주는 선진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신일본제철이나 도요타자동차 등 대형화주들의 경우 해운업 진출은 아예 생각지도 않으며, 자국의 전문수송선사인 NYK나 MOL 등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어 모든 물량을 몰아주고 있습니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실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재산을 증식하고 부를 이전해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이들 대기업이 운송물량을 물류자회사가 아닌 전문 물류회사에 경쟁가격으로 몰아줬다면, 상호 이익은 물론 우리나라 해운 및 물류산업의 위기극복에 큰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STX팬오션 등 국내 5대 선사의 선대규모를 합쳐도 일본 최대 선사인 NYK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3자 물류가 활성화된 선진국과는 달리 물량규모가 어느 정도만 되면 직접 회사를 차려 2자 물류에 뛰어드는 국내 기업풍토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자 물류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전문 해운 및 물류기업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만큼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강력한 규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2자 물류라는 것 자체가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한창인 이때 기업들이 강력한 요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별 해운사 입장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대량 화주인 만큼 혹시나 있을지 모를 보복성 거래 단절이 겁나서요. 결국 이런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 곳은 협회밖에 없습니다. 바로 전 회장인 이종철 회장의 경우 2자 물류 대량 화주들을 기자회견 때마다 공격하다가 그가 몸담고 있던 STX팬오션이 큰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영향력에서 꽤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유관산업 간 동반성장 분위기가 많이 무르익었습니다. 선주협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사업도 몇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협회는 해운, 조선, 철강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2년 전부터 상반기에는 육상에서 동반성장 세미나를 공동개최하고, 하반기에는 선상세미나를 통해 상생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동반성장을 위해 지난 2003년부터 해운·조선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운영 중에 있습니다. 양 협회는 해운과 조선산업 공동발전 세미나 개최는 물론, 대량화물수송협의회를 구성해 공동 대응하고 동반성장을 위한 연구용역을 공동 시행하는 등 상생의 협력 틀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전력 자회사의 유연탄 장기수송계약 시 반드시 국내 조선소를 이용토록 함으로써 해운과 조선산업 동반성장의 틀을 마련했습니다.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한 신조 벌크선 건조와 관련해 양 업계가 설계와 조선기 자재를 공동 발주 및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상호협력해 나간다면 동반성장은 물론이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운산업은 국가경제의 혈관과도 같은데 국민들의 인식은 미흡한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해운산업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선주협회에서는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수출입화물의 99.7%를 적기에 수송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함은 물론, 연간 400억 달러의 외화가득을 통해 국제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조선을 비롯해 조선기자재, 선박금융과 보험, 철강 등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유사시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으로서 안보 및 기간산업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해양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미흡한 실정입니다. 우리 협회가 해운산업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외항해운의 특성상 일반 국민과 접할 기회가 없어 국민산업 이미지 구축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매년 5월 31일 열리는 ‘바다의 날’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부산에서 큰 규모로 진행하려 했으나, 해양수산부의 발족이 늦어져 아쉽게도 작년 국토해양부 시절 계획했던 규모로 축소됐습니다.


해운산업을 대변할 수 있는 정부 부처 해양수산부가 5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해양수산부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없던 시절엔 국토해양부가 교통, 건설, 4대강 및 해운산업을 총괄했습니다. 국토해양부 장관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워낙 일이 많다 보니 (해운산업)순번이 밀렸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서자 취급을 받았었죠. 이번에 해양수산부가 독립된 부처로 부활했고, 또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어 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양수산부와 선주협회가 힘을 합한다면 좋은 시너지효과가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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