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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요법의 과학적 고찰

Hypnotherapy! Does It Work?

‘레드~썬!’ 이 한마디에 최면에 빠져버린 사람이 최면술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딸기셰이크라며 식초를 주면 맛있게 먹고, 팔이 돌처럼 굳어버린다고 말하면 최면에서 깬 상태에서도 팔을 움직이지 못한다. 이는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다. 엄연히 실재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최면이 무엇이건데 이렇듯 비상식적인 일들을 벌일 수 있는 걸까.

최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전생 체험이다. 이는 TV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연예인들을 최면 상태에 빠뜨려 전생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분명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최면으로 알아보는 전생. 정말 믿을 만한 것일까? 여기에 답하기 위해서는 윤회사상이니 뭐니 하는 복잡다단한 문제를 차근차근 따져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전에 우선 단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생이나 전생 체험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전혀 없다. 하다못해 국제최면학회(ISH)에서도 전생요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미국임상최면협회(ASCH)의 경우 전생은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상상력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생 체험의 진위

‘신비한 최면 이야기’의 저자인 최면 전문가 정동하 박사는 대다수 최면 전문가들이 전생 체험의 객관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종교적 신념에 의해 부정하기도 하고, 최면술의 활용이 심리적 분야를 벗어나 초심리적이거나 영적인 분야와 결합되면 최면의 과학성이 의심받게 될 것을 우려해 부정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정 박사는 저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피험자가 보는 전생 장면을 상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측면이 많지만 상상이라고 설명하는 근거에도 한계성이 있다. 최면에는 간단히 상상이라고 단정해 버릴 수만은 없는 부분이 있다.”

오늘날 전생 체험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분분한 상태다. 또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생 스토리가 피험자의 과거 경험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곤 한다. 그런데 현재 학계에서 정작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전생 체험의 사실성이 아닌 듯하다. 정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전생 체험의 사실성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그 치료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더 발전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들에 따르면 전생 체험을 한 피험자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현재의 감정과 전생의 경험 장면에 대한 감정이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의 ‘나’에게 특정한 감정이 내재해 있다면 ‘나’는 그 감정을 투영해 전생 장면을 불러낸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불러낸 장면을 통해 현재의 묵은 감정을 정화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최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전생 체험은 우울증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치료에 특히 탁월한 효험을 보인다고 한다. 가령 전생 체험을 하는 동안 피험자가 죽는 장면을 경험했다고 해보자. 이 경험은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현실처럼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체험이 끝나면 피험자는 대개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전생 체험을 통해 죽음에 대한 잠재적 욕구가 해소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명쾌한 정리를 내놓는다.

“최면 전문가들은 전생 체험의 사실성을 떠나 치료적인 효과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마치 신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신을 믿는 마음으로 삶에 변화가 온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듯이.”



창조적이고 충동적인 무의식 상태

사실 전생 체험은 최면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최면의 영역은 매우 광활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최면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 없다. 학계에서는 최소 200년 이상 최면에 대해 탐구해 왔지만 최면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면을 의식의 변형 상태, 다시 말해 ‘트랜스 상태’라고 풀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의식은 완전히 깨어 있지만 무언가에 집중한 나머지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자극이 감지되지 않는 무아지경, 혹은 몽환적 상태를 뜻한다. 바로 이때 사람의 무의식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각종 미스터리한 현상들을 정리한 에세이 ‘초감각 현상의 비밀’에서도 ‘최면 상태는 의식을 뒷전에 앉히고 당신과 최면술사가 직접 잠재의식과 의사소통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의식이라는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 난다면 우리는 훨씬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변한다. 더불어 한층 솔직해진다. 최면 상태의 피험자들이 기꺼이(?) 기괴한 행동을 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면 상태에서 일어나는 몇몇 생리적 변화가 이를 방증한다. 고려대학 심리학과 고제원 박사는 저서 ‘최면의 이론과 실제’에서 “최면 상태에서는 긴장이 풀어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진다”며 “혈압, 맥박, 호흡 등이 감소하고 체온이 상승한다”고 밝혔다. 물론 고 박사는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최면 상태의 생리적 반응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해석에 대해서는 아직 일관된 견해나 정설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쨌든 일각에선 피험자의 맥박과 호흡이 느려지는 현상이 최면 상태 자체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라 최면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완 작용의 산물로 파악한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 활동을 관장하는 중앙통제센터인 뇌의 반응은 이 해석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초감각 현상의 비밀에는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실마리가 적시돼 있다. 먼저 한 연구에서 최면 상태에 놓인 피험자의 뇌전도(EEG)를 측정했더니 꿈과 수면에 연관된 저주파가 촉진되고, 각성 상태와 연관된 고주파는 감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면 상태에서는 의식의 힘이 약해지고 잠재의식이 활발해진다는 가정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뇌의 대뇌 피질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피험자의 대뇌 피질 중 논리력을 관장하는 좌반구의 활동이 감소한 반면 상상력에 관여하는 우반구의 활동은 증가했다. 즉 최면에 빠지면 의식이 억제되면서 창조적이고 충동적인 무의식 상태로 접어든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최면에 걸린 사람의 경우 뇌의 여러 영역에서 물질적 변화가 발견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렇지만 최면에 대한 연구는 그 실체를 명명백백히 파악하기에는 미진한 수준이다. 지금껏 밝혀진 내용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단지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그동안의 뇌연구로 최면을 생물학적으로 정의하고, 확증할 수는 없어도 과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최면 상태만의 독특한 뇌 활동이 실재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금연, 다이어트 성공의 어머니?!

주지하다시피 최면이 불러오는 무의식 상태와 편안함, 자유로움은 한 개인이 자신이 마음 한 구석에 억압해놓았던 감정과 대면해 문제를 해결하는 최면 치료가 가능한 배경이 된다. 현재 최면치료는 비교적 익숙한 용어가 됐다. 거리에서 심심찮게 최면치료 간판을 접할 수 있으며, 각종 서적들이 서점 곳곳을 메우고 있다.

최면 치료는 일종의 습관 통제 치료다. 조금 미심쩍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최면의 도움을 받으면 그 어렵다는 금연과 다이어트도 비교적 쉽게 수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초감각 현상의 비밀에서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당신의 마음을 통제하는 제어판이 열렸을 때 최면 전문가는 무의식 프로그램을 다시 작성하여 당신의 행동을 바꿔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면 구토를 한다’고 무의식에 암시를 주고, 그 연상 작용이 효과적으로 프로그래밍 되면 담배를 피우려 할 때마다 구토가 일어난다. 잠재의식에 담배는 필요 없는 것이며, 담배를 원치 않는다고 암시함으로써 당신의 의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 목적 외에도 최면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피험자가 경험했거나 목격했던 범죄 기억에 접속해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알아내는 법의학적 최면술이 대표적이다. 최면술사가 피험자의 기억을 거짓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조작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이쯤 되면 궁금한 부분이 생긴다. 최면에 빠지는 과정 말이다. 초감각 현상의 비밀에 따르면 ‘적절한 이완과 집중 기술로 거의 모든 사람이 최면 상태에 들어가 무의식에게 자기 암시를 걸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자기 최면이든, 전문가에 의한 타인 최면이든 최면 상태로 돌입하는 문을 여는 것은 항상 피험자 자신이라는 것이다. 최면술사는 최면 과정을 용이하게 해주는 안내인에 불과하다. 최면에 걸리려는 의지와 걸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능적으로 남의 말을 의심하는 경찰관이나 기자들이 최면에 잘 걸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최면에 걸리면 각 피험자의 정신 상태나 성격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30분 이상 최면 상태가 지속된다.

최면에 대한 이 같은 다양한 담론에도 불구하고 최면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사실상 최면은 실제로 트랜스 상태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렇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이다. 이들 회의론자는 최면 전문가의 압박과 사회적 영향력이 대중들로 하여금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었다고 믿는다. 최면 치료 역시 위약 효과와 다르지 않다고 폄하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최면을 귀신이나 점술, UFO와 같은 범주로 묶어버리기에는 어폐가 있다. 과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최면 상태 특유의 뇌 활동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면을 거는 네 가지 방법
피험자가 최면에 빠질 마음의 준비를 갖췄다면, 최면술사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그를 최면으로 이끌게 된다. 최면 전문가들이 최면을 유도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회중시계 움직이기
피험자 앞에서 회중시계를 움직인다. 시계에 집중해 주변의 다른 자극을 무시하게 만드는게 목적. 피험자가 시계에 완전히 집중하게 되면 낮은 어조로 말을 하면서 긴장을 풀도록 안심시킨다. 주로 최면술 초창기에 각광받았던 기법으로 지금은 그다지 효과가 없어 잘 쓰이지 않는다.

강력한 명령 내리기
매우 갑작스럽고 권위적인 명령을 내려 심리적 부담을 준다. 명령이 강력하고, 최면술사가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면 피험자는 그 상황에 자신의 의식적 통제력을 넘기게 된다. 무대 위 다수의 대중 앞에서 최면을 걸 때 자주 사용하는 기법으로 피험자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당혹감에 심리적 부담이 더해지며 최면술사의 명령에 더 충실히 반응한다.

서서히 긴장 풀기
정신병리학자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최면술이다. 느리고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피험자에게 계속해서 속삭인다. 그러면 피험자는 조금씩 긴장이 풀어지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서 일정 시간이 더 지나면 잠이 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최면에 빠진다.

평정 상태 깨뜨리기
천천히 리듬감 있게 몸을 흔들어 피험자가 평정 상태를 잃도록 만든다. 조금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지난 수천 년 동안 부모들은 아기들을 이런 방법으로 잠들게 했다.



프로이트가 최면을 멈춘 까닭?
정신분석학의 거목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한때 최면에 심취한 적이 있다. 1885년 프랑스 낭시의과대학에서 최면에 대해 공부한 뒤 한동안 연구와 실험을 이어갔다. 그 결과, 최면 트랜스 상태를 경험한 피험자들의 감정 상태가 이전보다 상당히 호전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중도에 최면 치료에서 손을 떼게 된다. 그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면에 동조하지 않는 환자를 깊은 트랜스 상태로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환자가 최면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경우 그 환자의 무의식에 직접 접근하기가 힘들뿐더러, 설령 접근하더라도 환자가 말하는 내용이 꾸며진 것이어서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말년에 이르러 어떤 계기에서인지 다시 최면에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1900년경 이미 그의 주력 분야는 정신분석학으로 옮겨간 상태였다.

트랜스 (trance) 무아지경, 또는 몽환(夢幻)적이라는 의미. 최면에 의해 의식이 소실되고, 마음 속 자율적인 사고와 감정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위약 효과 (placebo effect) 전혀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이라고 속여 환자에게 복용토록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 약에 대한 환자의 믿음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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