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사물 간 인터넷(IOT)에 비해서도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시장이 더욱 초기단계다.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폭발력이 스마트폰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성공적 안착을 위한 몇 가지 고민도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차세대 스마트 디바이스로 각광받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의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글로벌 IT업체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출시 계획을 수없이 밝혀왔다. 하지만 여전히 완성품은 베일에 싸여 있다.
분명한 것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 이후 IT기술 진화의 핵심 콘텐츠이며 2014년부터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리서치 회사 주니퍼 Juniper는 2014년 테크 트렌드 10선을 공개했다. 이 중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3D프린터, 태블릿PC, 모바일 머니, 스마트 시티 등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주니퍼 관계자는 “2014년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분수령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포함한 몇 가지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시장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3년 연말 보고서를 통해 향후 3년간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까지 판매 물량만 무려 1억2,5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술 트렌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출시가 확정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대표 주자는 ‘구글 글래스’다. 이미 구글 글래스테스트 버전은 공개됐다. 상업용 버전의 출시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구글 글래스는 안경 모양의 기기로 직접 손을 사용하지 않아 도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길 안내,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도 웨어러블 디바이스 ‘갤럭시 기어’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갤럭시 기어는 향후 출시되는 스마트폰 ‘갤럭시’시리즈와 호환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주머니나 가방에서 꺼낼 필요없이 손목에 찬 시계 모양의 갤럭시 기어로 조작이 가능하다. 애플 역시 갤럭시 기어와 유사한 ‘아이워치’를 오는 2분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소니의 경우 보다 더 획기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출시로 명가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소니가 앞세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이른바 ‘스마트 가발’이다. 스마트 가발 내부에 센서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장착해 진정한 입는 컴퓨터로서의 가치를 빛내겠다는 의지다. 최근 미국 특허권을 신청한 소니의 스마트 가발은 촬영, 길안내, 프레젠테이션 업무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스마트 가발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혈압 측정’기능은 주목해볼 만하다. 입는 컴퓨터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헬스케어 분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핵심 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 헬스케어·피트니스 분야의 시장 규모가 2016년까지 50억 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성숙하고 안정화 되기까지는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개인 프라이버시의 보호다. 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조업체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구글 글래스가 발표된 직후 IT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무기라고 치켜세웠다. 활용도를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IT기술의 진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실제 테스트 버전 출시 이후 사용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 활동이 구글 글래스로 타인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실제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사용자들은 마음대로 타인의 행동을 촬영할 수 있다. 당연히 타인들은 자신이 허락 없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업체들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종 보안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른다.
프라이버시 보호는 표면적 문제일 뿐이다. 실제 개발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실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의 여부다.
단적인 예가 바로 스마트워치다. 스마트워치는 사실상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서 현재 시장에 출시된 유일한 제품군이다. 향후 시장 전망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워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중 갤럭시 기어는 갤럭시 시리즈로 단숨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의 첫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관심을 끌었다. 현재까지 갤럭시 기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판매실적은 나쁘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기어는 2013년 한 해에만 글로벌 기준 90만 대가량이 판매됐다. 하지만 기능과 성능에 대해서는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IT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포그는 갤럭시 기어 리뷰 기사를 통해 “갤럭시 기어는 아무도 사지 않을, 아무도 사서는 안 될 제품”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로는 다소 비싼 가격(한화 39만6,000원)과 한정된 연동기기, 짧은 배터리 수명이 혹평의 이유였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혁신의 부족’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손 안의 컴퓨터’를 표방한다. 휴대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사용자들은 열광했다. 진일보한 혁신적 기술은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창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는 이 같은 혁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구글 글래스는 스마트폰을 위한 작은 모니터에 불과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보도하기도 했다. 스마트워치 역시 독립된 기기로서의 기능은 전무하다. ‘패션과 IT의 결합’이라는 상징성만을 앞세우기엔 역부족이다. 혁신적 기능 없이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면 시장 자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조기에 회수 하지 못한다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초기부터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