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이 두 혁신가는 수많은 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하지만 테드 TED 의 기획자 크리스 앤더슨 Chris Anderson은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머스크와 잡스의 공통점은 디자인에 대한 무한한 신념이라고 말한다.
PHOTOGRAPHS BY BENJAMIN LOWY
REPORTER ASSOCIATE ANNE VANDERMENY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21세기의 인류 진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가 1년 전 엘런 머스크의 침실에서 일어났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는 몇 달에 한 번씩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때론 아침에 샤워를 하다가, 때론 잠들기 전에, 때론 이번의 경우처럼 새벽 2시에 깨어나서 그런 발견을 했다.
그는 내게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메탄 산소 로켓엔진이 380 이상의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은 그렇게 역사적인 것처럼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로켓이 지구의 고층 대기를 벗어나 화성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화성에는 앞에서 언급한 메탄(CH4)과 액체 탄소(O2)로 쉽게 전환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CO2)와 영구 동토층(H2O) *역주: 월평균 기온이 영하인 달이 반년 이상 계속되어 땅속이 1년 내내 언 상태로 있다이 풍부하다. 화성에서 지구로 다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를 화성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우주 여행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을 갖게 된다.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낼 때 로켓 연료를 가져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엘런 머스크는 20년 안에 인간이 화성을 식민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그 새벽의 깨달음 덕분에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화성 여행자들을 모집할 때 매우 유용할 전망이다. 머스크도 그렇겠지만, 화성에 인류문명을 건설하고 그곳에서 죽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머스크는 전형적인 CEO는 아니다.
엘런 머스크를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많은 꿈을 현실로 바꿔왔다. 큰 성공을 거둔 그의 두 번째 인터넷 회사 페이팔은 창립 3년째 되던 2002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인수됐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컴퓨터 회사 컴팩은 그의 첫 웹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했다). 스페이스X SpaceX로 알려진 그의 우주 탐사 기술 회사(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는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 나른 최초의 민간 기업으로, 나사를 비롯한 여러 업체로부터 수십억 달러가 넘는 주문을 받고 있다. 올 3분기까지 1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한 그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 Tesla Motors는 자동차가 친환경적이면서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올해 초 그는 두 회사를 운영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하이퍼루프 Hyperloop라는 급진적 신개념 대중교통수단을 발표했다). 그밖의 다양한 이유로 포춘은 머스크를 ‘2013년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머스크의 믿을 수 없는 성과와 견줄만한 인물을 찾는다면 오직 한 사람만이 떠오를 것이다. 바로 스티브 잡스다. 비즈니스 혁신은 대부분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한 기업인들도 대부분은 기존 분야에서 계속 확장하고 통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잡스와 머스크는 새로운 부류로 분류될 수 있다. 이들은 연쇄 혁신가(serial disrupters)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잡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설립했고, 그 과정에서 컴퓨터, 음악, 애니메이션 및 모바일 통신 등 최소 4개 분야를 뒤바꿔 놓았다. 머스크는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로켓 발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국가 주도의 우주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도 50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이 전기차를 수용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머스크는 또 태양광 패널 업체 솔라시티 SolarCity에 자본과 아이디어를 쏟아부어, 이 회사를 미국 최대 가정용 태양열 에너지 공급업체로 성장시켰다.
때문에 머스크를 ‘제2의 스티브 잡스’라고 부르는 건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들이 다양한 산업에 관여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것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에게는 매우 드문 종류의 정신적 특성이 있다. 바로 이 특성 때문에 필자는 이 둘을, 그리고 이들의 창의성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천재성은 어디에서 올까? 필자는 엄청난 신념에서 나오는 시스템 레벨 디자인 사고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이탤릭체로 된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 그러면 이제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먼저 눈여겨볼 부분은 잡스와 머스크가 일반적인 의미의 혁신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이 출시해 큰 인기를 끈 상품은 대부분 발명가가 따로 있다. 스티브 워즈니악 Steve Wozniak은 최초로 애플 컴퓨터를 제작했다. 맥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핵심 아이디어는 제록스 파크 Xerox PARC 연구소에서 나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조너선 아이브 Johnathan Ive였다. 또 AC 프로펄전 AC Propulsion이라는 회사가 테슬라의 기술 비전을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 외에도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
잡스와 머스크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카메라를 뒤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특이점은 자신들이 출시한 상품이 판도를 바꿀 수 있도록 보다 광범위한 생태계를 구상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 유통 및 상품을 출시하거나 잠재적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해야 한다. 때문에 이 둘은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디자인 천재인 이유는 단지 만족스러운 모양과 매력적인 유저 인터페이스에 집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시작점은 그보다 더 광범위한 시스템 디자인에 있다. 대부분의 혁신은 새로운 ‘멜로디’일 뿐이지만, 잡스와 머스크에게 디자인은 ‘심포니’ 전체다.
잡스의 경우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아이팟 하나로는 아무런 혁신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팟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상품이 된 건 아이튠즈와 만나 이를 통해 많은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사용자들은 간편하게 온라인에서 음악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머스크의 회사도 너무 근시안적으로 구상했다면 어느 하나도 성공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로켓분야 혁신을 이루려면 말 그대로 수백 가지의 기술 혁신이 필요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술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로켓 발사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큰 그림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과정은 매우 드문 형태의 정신기술 조합을 필요로 한다.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깊은 이해, 강한 디자인 본능, 잠재적 상품을 둘러싼 경제 생태계에 대한 이해, 미래 소비자들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의 조합이 그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마술’은 서로 다른 요소들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무언가 번득 떠오를 때까지 집요할 정도로 이 요소들을 가지고 놀 때 일어난다. 단순화와 시너지, 그리고 명료화의 과정이 일어나면서, ‘이 상품은 굉장히 멋진 성공을 거두게 될 거야’라는 확신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벤처 투자자 스티브 저벳슨 Steve Jurvetson은 수년간 머스크와 잡스를 비교해왔다. 그는 넥스트 NeXT에서 잡스의 직원으로 일했을 때, 함께 산책하며 잡스의 사고방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저벳슨은 또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이자 이사회의 일원으로 머스크의 사고방식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그는 이 같은 과정에서 두 사람의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바로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먼저 그들은 도전과제들을 잘게 쪼개, 각각의 부분들이 완벽을 이룰 때까지 계속 조합했다.
그러면 테슬라의 모델 S 탄생 과정을 살펴보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차가 지속가능성 면에선 매우 훌륭하지만 오래 달리지 못하고, 운전하기에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아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는 너무 비싸고 무거웠다. 여기서 자동차 자체가 아닌 컴퓨터나 전화기에 쓰던 리튬이온 전지를 이용하는 주요 혁신이 일어났다. 물론 리튬이온 전지의 가격도 비쌌다. 그러나 다른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소비자 가전에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졌다. 만약 리튬이온 전지 여러 개를 하나의 배터리로 합칠 수만 있다면, 더 오래 달리고 이상적인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결국 여기서 정답을 찾았다. 이렇게 한 가지 기술 변화로 가장 큰 장애물 두 가지를 제거했다.
머스크는 이러한 통찰력을 얻었던 최초의 인물은 아니었다. 그의 천재성은 핵심 아이디어를 논리적 결론으로 이어지게 하고, 이를 더 큰 그림 - 낮은 비용에 전기차를 제조하고 마케팅 할 방안 - 으로 통합하는 데 있다. 이런 모든 과정은 궁극적으로 테슬라가 대량 판매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7년 전 그는 ‘테슬라모터스 마스터 플랜의 비밀(The Secret Tesla Motors Master Plan)’이라는 기사를 통해 3단계 자동차라는 기본 틀을 발표했다. 먼저 최고급 스포츠카를 선보이고, 이를 통해 4도어 가족용 스포츠카와 대량생산용 차를 생산한다는 것이었다. 그 바탕에는 ‘자동차는 굴러가면 끝이 아니라 갈망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당시 자동차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아이디어가 순진하기 짝이 없다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제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다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잡스는 그의 성공이 리드 대학 Reed College에서 서체수업을 들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 수업의 중요성은 최초의 애플 레이저 프린터에 탑재된 아름다운 폰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잡스는 깔끔한 디자인에 집착했다. 그는 불필요하게 복잡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외관을 매우 싫어했다. 여기에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그의 통찰력과 설득의 기술이 더해져 잡스를 가공할 만한 인물로 성장시켰다. 그는 일부 제품의 상품 가능성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 제품이 강력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잡스와 같은 비전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머스크에게도 잡스와 유사한 특성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친구와 놀기보단 혼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과학, 역사, 만화책을 두루 섭렵했다. 또 흔치 않게 물리와 경영을 복수 전공했다. 그 역시 완벽한 디자인에 집착했다. 테슬라 로드스터 Tesla Roadster를 처음 제작할 때, 그는 직접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점토 모형의 세부사항을 모두 면밀히 관찰하며 형태와 기능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꼼꼼히 살폈다. 그는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 우수성, 그리고 경험적 만족감을 모두 고려해 의사결정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다양한 영역을 두루 아우르며 생각하는 사람은 머스크와 잡스뿐이 아니다. 급진적인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은 이 비전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그렇다면 이 둘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에 틀림없다. 실제 이들에게는 특별한 또 다른 것이 있고, 우리는 이를 ‘신념’이라 부른다.
잠시 철학적으로 사고해보자. 인간의 특성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대안적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어떤 가능성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세부적 요소로 나누고, 다시 섞어 대안적 가능성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다. 만약 맘에 드는 대안이 있을 때, 우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이메일을 보내 누군가를 점심에 초대한 후 그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는 것처럼 아주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상상했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몇 년을 바칠 수도 있다. 이렇게 의도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의지가 없다면 상상했던 미래는 현실화되지 못한다. 그 가능성이 실현하기 어렵고 불가능해 보일수록, 더 큰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에 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신념이다.
신념은 그 가능한 미래가 바람직한 세계관과 일치할 때 생겨난다. 가능한 미래가 더 명확해질수록,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 더 큰 열정을 가질수록, 신념은 더 커지게 된다.
잡스의 비전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었다. 현재의 머스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상상했던 제품들은 다른 사람들도 상상했던 것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애플 맥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은 제록스 파크에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엔지니어로 팀을 구성해 1년간 이 부품들을 조립하고 실제 제품으로 만들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또 민간 우주 항공회사를 꿈꿔온 기업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3번의 실패에도 명확한 비전을 갖고, 지속적인 의지를 굳게 지킨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념은 단지 개인적 동기를 넘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도 매우 획기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잡스의 유명한 ‘현실 왜곡 능력(reality distortion)’ *역주: 현실적 근거가 없을 때에도 믿게 만드는 재주은 이미 그 효과가 여러 번 입증됐다. 머스크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잡스만큼이나 설득에 능하고, 반대의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내적 논리와 본능을 믿는다.
머스크만 가진 ‘현실 왜곡 능력’에는 2가지 사례가 있다. 그는 테슬라 모델 S에 탑재할 혁신적 기능을 찾던 중, 운전자가 다가가면 밖으로 나왔다가 운전 중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으로 다시 들어가는 문 손잡이를 착안하고 매우 흥분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했다. 온도에 상관없이 수만 번 작동할 수 있어야 하고, 얼음을 깰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만 아이의 손이 낄 경우 즉각 작동을 멈출 만큼 섬세한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자동차 패널 내부에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는 필자에게 “엔지니어들과 수도 없이 대화하면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를 두고 ‘어려운 기술’라고 말하기보단 ‘이렇게 멍청한 아이디어는 처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해냈다. 이는 아주 멋질 뿐만 아니라 우리 자동차의 핵심 기능이 됐다.”
머스크는 재사용 로켓을 만들어야 한다고 수개월 동안 스페이스X 직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당시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 으로 인해 재사용 로켓을 만드는 일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게 입증됐다’는 것이 업계에 자리잡고 있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이 반박할 때마다, 머스크는 제대로만 한다면 두 자릿수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걸 수학적 계산으로 보여주었다. “로켓의 재사용 없이는 절대 화성을 식민지화할 수 없다. 항해를 마친 모든 배를 불태워야 했다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와 마찬가지다.” 이제 스페이스X에서는 재사용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이 회사의 그래스호퍼 재사용 로켓(reusable Grasshopper rocket)은 정밀한 통제하에 우주상공을 맴돌며 작동하다가, 다시 2441피트를 날아 기지로 되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메탄과 액화 탄소를 연료로 하는 화성 식민지 운반체(Mars Colonial Transporter)를 만들기 위해선 아직 몇 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그 구상은 빠른 속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강한 신념은 특정한 형태의 집착으로 이어진다. 잡스는 상품 디자인의 모든 면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심지어는 아무도 볼 일 없는 부품 디자인까지 신경을 썼다. 머스크도 같은 스타일이다. 모델 S 생산 첫 몇 달 동안, 그는 직접 자동차 하나하나를 면밀히 살피는 데 몇 시간씩을 할애했다. 그러다 전조등이 3mm 정도 비뚤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선바이저 나사가 잘못돼있는 것을 보고 “눈에 비수가 꽂힌 기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디자인 기술은 2개의 매우 다른 레벨로 운영된다. 큰 그림이 되는 시스템 레벨 system-level 디자인과 세부적인 마이크로 레벨 micro-level 디자인이다. 전자가 가끔 발생하는 대단한 발견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매일 매 시간 이뤄지는 발견이다.
그들의 강한 신념은 또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 그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멸시를 받을 수도 있다. 잡스는 그가 멍청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머스크에게는 잡스와 같은 일화가 별로 없지만, 그 역시 다른 사람과 불화가 많았다. ‘어리석은 사람을 너그럽게 용서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사실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크게 웃으며, “그렇게 해야 하나요? 왜죠?”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냥 멍청한 사람은 무시해도 되지만, 거만한 멍청이는 사고를 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은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잡스나 머스크 같은 사람을 위해 일한다면, 평온한 삶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다. 하지만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의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자신의 ‘절대적 신념’을 통해 직원들에게 영감을 준다. 스페이스X 직원인 돌리 싱 Dolly Singh은 Q&A 사이트 쿼라 Quora에 2008년 팰컨 Falcon 로켓 발사가 3번 연속 실패한 후 머스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글을 올렸다. 통제실에서 나온 머스크는 큰 충격에 빠진 직원들에게 다시 힘을 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라고 말했다. 싱은 “대부분 직원들은 지옥의 문까지 그를 따라갈 것 같다”라며 “이제까지 그렇게 인상적인 리더십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잡스와 머스크가 강한 신념의 소유자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무엇이 머스크의 신념에 불을 지피고, 잡스에게 영감을 주는지 분석해보면 둘의 차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신념은 명확성과 열정의 조합에서 나온다. 잡스에게 명확성은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라는 디자인에 대한 그의 본능적 인지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 기저에는 미치도록 멋지고 심플하며 아름다운 기술로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그의 열정이 숨어 있었다.
머스크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그의 명확한 비전은 대부분 물리학의 기본 법칙에서 나온다. 머스크는 테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른바 ‘기본원칙 추론(first principles reasoning)’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기본원칙 추론이란 대상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를 찾고, 거기서 논리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이는 ‘유추에 의한 추리(reasoning by analogy)’와는 다르다. 우리는 대부분 유추를 통해 삶을 살아가지만, 이는 약간의 변화만 주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유추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를 버텨낼 수 있는 정신적 힘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면 물리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리는 반직관적인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유추에 의한 추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예컨대 1900년대 누군가가 더 빠른 이동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강한 말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추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단순히 확장하는 것으로 상상력을 제한한다. 그렇게 해선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로켓 디자인을 전혀 몰랐지만, 이러한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스페이스X를 설립할 수 있었다. 그는 나사가 만든 제품을 살펴보거나,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물리학 법칙에서부터 시작했다. x 파운드의 무게를 궤도에 올리기 위해선 y 만큼의 연료가 필요하고, 여기에 필요한 원자재값은 z 정도다. 이 같은 계산 끝에 그는 y+z 값이 나사가 로켓을 한번 쏘아 올릴 때 필요한 비용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따라서 이 원자재를 이용해 스마트한 디자인과 제조과정을 바탕으로 기존 로켓보다 훨씬 더 저렴한 로켓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성공적인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도 기꺼이 스페이스X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수백 가지의 디자인 혁신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는 근본 물리학에 대한 명확한 신념 덕분에 이러한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테슬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그는 테슬라의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a) 물리학 법칙에 따라 전기를 연료로 이용하면 훨씬 더 멋진 차를 만들 수 있고, (b) 3세대 자동차가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으며, (c) 인류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원한다면, 그의 목표는 매우 필수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2008년 말 시장붕괴 상황에서도 그는 자비를 모두 털어 테슬라를 살리고, 모델 S가 탄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물리학자 데이비드 도이치 David Deutsch는 그의 명저 ‘무한의 시작(The Beginning of Infinity)’에서 긍정주의자에 대해 색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는 “긍정주의자들은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관점을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묘사했다. 대신 “물리학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모든 문제는 결국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 정의대로라면, 머스크가 잡스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더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머스크의 명확성이 물리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그의 신념에 불을 지핀 욕망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인류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추구해야 하고, 지구 밖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 이러한 믿음이 오늘날 그를 만드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그는 목표에 다다를 방법을 찾으면, 기꺼이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그걸 이루길 원했다.
신념이 반드시 확실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머스크는 첫 몇 년 동안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가장 가능성이 큰 결과는 실패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놀랄 만한 고백이다. 하지만 그는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땐 성공이 여러 가능성 중 단지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가능성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우주에 대한 인류의 노력이 점차 식어가는 상황에서 누군가 나서 뭔가 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스페이스 X를 시작했다. 그는 나사가 인류를 화성에 보내는 것과 관련해 전혀 진지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세계관에 따르면, 그러한 계획은 인류가 이룩한 모든 진보의 역사를 걸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지구상에서 인류 문명은 지금 수많은 위험에 처해있다. 인류는 장기 생존을 위해 다양한 행성에서 살아야 한다(일부 사람들은 “명백한 사기다. 머스크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일을 꾸미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머스크를 잘 아는 사람들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머스크와 잡스 사이에는 차이점도 매우 많다. 잡스는 한 번도 엔지니어였던 적이 없고, 머스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여전히 훌륭하다. 설득력으로만 봤을 때, 잡스에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머스크도 설득력 있게 주장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계속 나아지고 있지만, 그의 스타일은 엄청난 카리스마가 아닌 조용한 논리가 중심이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적 특성은 단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미래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고 싶은 사람은 그들에게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꿈을 크게 가져라! 돈을 버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마라! 원대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몰두하라! 생각의 범위를 넓혀라! 사고의 범위를 학문의 틀에 국한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친숙해져라! 최대한 단순화하라!(하지만 지나친 단순화는 지양하라). 과학과 최신 기술에 몰입하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라! 급진적이고 창의적인 미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무언가 혁신적인 것을 발견할 때까지 끊임없이 생각하라!
성공은 자신감을 키우고, 다음 도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준다. 잡스가 애플에서 돈을 벌지 못했다면, 애플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키우지 못했다면, 픽사에 모험을 걸지 못했을 것이다. 머스크도 마찬가지다. 페이팔 덕분에 스페이스X에 자금을 댈 수 있었고, 스페이스X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어 테슬라를 설립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왜 잡스와 머스크 같은 예가 별로 없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올바른 정신 자세를 갖췄더라도 처음부터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장소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두 번째 성공을 거둘 기회를 얻지 못한다. 따라서 앞서 말한 모든 정신 자세를 갖춘 미래 기업인들을 발굴해 그들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잡스의 가장 큰 공헌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설립한 게 아니다. 전 세계 혁신적 사상가들의 창의성을 더 강화하고, 훌륭한 기술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데 있다. 마찬가지로, 머스크의 유산은 그가 창출하는 부가 아니라(물론 그는 10년 내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수 있다), 그가 세운 테슬라와 솔라시티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데 있다. 현 자동차업계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세, 탄소 거래제 및 대중교통과 연료효율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변화 등 상의하달식 조치(top-down action)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머스크는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설득 당하기보단, 매료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단지 그래야 하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기차를 구매하고, 하이퍼루프에 모험을 거는 것이 아니라, 저항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혹시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지 못하고, 지구가 자멸의 길로 간다 해도, 우리에게는 화성이 있다. 매력적이고 희망적인 플랜 A와 흥미로운 플랜 B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 두 가지 계획이 대안이 아니라 같은 목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 목표란 인류가 가까운 미래에 하늘을 보며 신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는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그러나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이 자신에게 맞추길 고집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 달려 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의 말이 맞다면, 잡스와 머스크는 비이성의 극치이고, 또 그들 덕분에 세계는 훨씬 더 발전할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TED 기획자다. 그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주식, 솔라시티 주식 및 테슬라 모델 S, 그리고 몇 대의 맥 컴퓨터와 아이팟을 갖고 있다. 그는 화성 왕복 여행권이 판매되면, 무척 사고 싶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기업가 이야기
TALE OF TWO ENTREPRENEURS
중퇴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영학과 물리학 학위를 받은 머스크는 1995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재료과학 및 응용물리학 박사 과정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수업을 듣기도 전에 회사경영을 위해 학교를 떠났다.
잡스는 리드 대학에서 단 1학기만 수강하고 1973년 중퇴했다.
첫 회사
머스크는 1995년 Zip2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해 3억 달러를 받고 컴팩에 매각했다.
잡스는 차고에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업했다.
의상
머스크는 몸에 딱 맞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잡스는 주로 검은색 목티와 청바지를 입었다.
해고
머스크는 2000년 휴가 중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 X.com CEO에서 해고됐다
(그 자리는 공동 창립자이자 친구인 피터 시엘 Peter Thiel이 맡았다.) 그는 후에 “그래서 휴가를 망쳤다”고 농담했다.
잡스는 1985년 당시 CEO였던 존 스컬리 John Sculley와의 불화 때문에 애플에서 쫓겨났다.
권력 다툼
머스크는 2007년 테슬라의 공동 창립자이자 당시 CEO였던 마틴 에버하르트 Martin Eberhard 를 해고했다. 다음 해 그는 스스로 CEO에 올라 회사 회생 작업에 착수했다.
잡스는 애플에 자신이 세운 넥스트를 매각한 후, 1996년 다시 위기의 애플로 돌아왔다. 그는 당시 CEO 길 아멜리오 Gil Amelio를 몰아냈다. 1997년 그는 임시 CEO가 됐고, 2000년 종신 CEO에 올랐다.
수익성 좋은 부속 사업
머스크는 솔라시티의 회장이자 주요 후원자다.
잡스는 1986년 픽사를 인수했다. 그는 CEO로서(넥스트와 훗날 애플까지 운영했다) 최초의 CGI(컴퓨터 형성 이미지 기술)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발표했다(2006년 디즈니는 75억 달러에 픽사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