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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리더십의 딜레마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br>경영자가 지나친 자신감에 빠지면 주변인과 상황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진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낳을 수 있다.

‘자극(刺戟)’과 ‘내성(耐性)’의 인과관계는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사람의 몸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자극이 강할수록 그만큼 내성은 커지고 내성이 커지면 자극 또한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결과는 처음의 의도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영자의 리더십 과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영자는 늘 다르게 보이고 싶어한다. 존경의 증거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리더만큼 불안한 사람도 없다.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구는 리더십 완벽주의에 집착하게 만든다. 좀더 자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스스로 존재감을 느끼고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의 경험이 풍부하다면 자극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웬만한 자극은 성에 차지도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도 감탄할만한 자극을 찾다 보면 현실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리더십을 추종하는 경영자들이 흔히 갖고 있는 심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NPD)’이다. 경영자가 지나친 자신감에 빠지면 주변인과 상황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자신의 구상을 맹목적으로 추진하다 보면 스스로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이는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몇 가지 섬뜩한 정신적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특별한 사람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평범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을 굳이 외면한다. 두 번째는 자신이 남들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이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다. 네 번째 특징은 자신의 뜻에 반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평가절하하거나 무차별적으로 비난을 쏟아 붓는다는 것이다.

GE의 전력담당 사장이었던 로버트 나델리 Robert Nardelli는 ‘리틀 잭 Little Jack’이라 불릴 정도로 도전적이고 책임감과 실행력이 탁월한 GE맨이었다. 그는 2000년도에 제프리 이멜트가 자신을 제치고 GE의 CEO로 선임되자마자 10분 만에 ‘홈데포 Home Depot’의 CEO로 스카우트되었다. 이는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만큼 나델리는 시장에서 눈부신 명성을 얻고 있었다.

홈데포는 1979년 아서 블랭크가 설립한 미국 최대의 주택개량용품 체인업체이다. 당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홈데포는 나델리의 영입으로 새로운 부활을 꿈꾸었다. 나델리 회장은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매우 자극적인 리더십을 홈데포에서 실행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GE의 상징적인 경영혁신 기법들을 과감히 도입했다. 6시그마를 비롯해 신규점포 개설 시 사전 데이터 분석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과거 GE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구조조정의 노하우를 철저하게 홈데포에 적용했다. GE에서 잘 먹혔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나델리 회장은 개인과 개별점포의 실적을 비교해 살벌한 경쟁을 유도했고, 성과주의 문화를 차츰 홈데포에 뿌리내리게 하고 싶었다. 그는 이를 위해 과거 GE 직원들을 영입하여 주요 보직에 배치하는 대신, 수천 명의 기존 홈데포 직원을 해고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다. 나델리 회장의 이러한 자극적인 리더십은 단기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적이어서 수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델리 회장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리더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홈데포는 전통적으로 끈끈한 동료애로 무장된 공동체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던 조직이었다. 급진적이고 일방적인 나델리 회장의 리더십은 고객 접점에 있던 수많은 현장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영업망은 급격한 시스템 변화로 혼란에 빠졌으며 고객들도 홈데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결국 현장 중심적인 권한위임과 고객지향적 기업문화를 지향했던 홈데포는 지나친 표준화와 중앙집중식 의사결정 구조를 지향하는 나델리 회장의 실험에 희생물이 되었다. 그 후 불화와 혼란에 빠진 홈데포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나델리 회장은 이러한 과정에서도 편법을 동원해 과다하게 스톡옵션을 챙겼고, 2006년에는 무려 1억 3,3 70만 달러의 연봉으로 최고 연봉 CEO로 기록되기도 했다. 2007년 홈데포를 떠나는 순간에도 1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퇴직금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나델리 회장은 크라이슬러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결국 2009년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면서 그곳에서도 다시 해고되었다. 이때 나델리 회장은 CNBC가 선정한 최악의 CEO 17위로 선정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홈데포 대주주이자 투자회사인 볼&어소시에이트의 이사였던 빌 슐츠는 “나델리의 사임으로 홈데포의 위험 요소 중 한 가지가 사라졌다”고 혹평을 했으며,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의 노리아 교수는 “나델리는 개인과 개별점포의 실적만 강조했지 직원들이 동료애를 갖거나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나델리 회장의 자극적인 리더십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GE의 대표주자였던 나델리 회장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 홈데포를 위기로 몰아넣을 의도를 갖고 있었던 건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델리 회장은 GE의 회장 자리를 이멜트에게 내어준 것에 대한 자존심 회복을 위해 뭔가 새로운 기회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강력한 자극을 통해 홈데포를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열정과 의욕은 더 강력한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됐고, 그 자극에 스스로 내성이 생겨 점차 현실과 괴리된 리더십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유능한 경영자의 지나친 의욕은 불필요한 자극과 내성을 반복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기대했던 성과와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교훈을 나델리 회장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직원도 고객이다. 고객이 늘 옳은 건 아니지만 고객은 까다롭고 예민하다. 그래서 고객은 언제든지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직원들만 두둔할 의도는 아니지만 직원 또한 고객처럼 까다롭고 예민해졌다. 경영자가 일방적으로 자행하는 자극적인 리더십을 직원들은 더 이상 인내하지 않는다. 미련 없이 몸과 마음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경영자가 직원을 고객처럼 인식할 수만 있다면 나델리 회장과 같은 자극적인 리더십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제구 교수는…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상무이사) 겸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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