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가 국내 유통사에 미친 영향은?

2014년 11월에 있었던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는 국내 유통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국내 유통사들은 해외직구족들의 소비 이탈을 막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 카피 행사까지 벌이며 결사 항전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는 국내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목요일) 다음날 금요일을 뜻하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유통사들의 최고 대목 시즌이다. 미국 유통사들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3일간 상품 가격의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특수 세일 기간에 들어간다.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인 까닭에 이날만큼은 소비심리가 되살아나 이전까지 적자(Red Figure)였던 매장 장부가 흑자(Black Figure)로 전환한다고 해서 ‘블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에 여러 모로 혼란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줬다. 유가 하락 및 소비심리 회복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소비 파티가 벌어질 것이란 예측과 달리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미국 소비지출은 지난해보다 11%나 감소해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첫 개장일이었던 12월 1일, 미국 주요 유통사들의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며 시장의 실망감을 반영했다. 월마트(1.51%↓), 메이시스(미국 유명 백화점·2.65%↓) 등의 주요 오프라인 유통사는 물론 온라인 유통사인 알리바바(5.06%↓)까지 줄줄이 미끄러졌다.

이에 반해 12월 1일 우리나라엔 ‘국내 유통업체들이 예상을 깨고 오히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의 효과를 봤다’는 다소 의외의 기사가 등장해 시장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최근 소비심리가 많이 회복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소비심리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데다가,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만 기다려온 해외직구족의 영향으로 해당 기간 국내 유통사들의 실적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상식적인’ 예측과 배치되기 때문이었다.

국내 소비심리 되살아났나?

국내 유통사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해외직구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맞불작전을 펼쳤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연상할 수 있는 ‘블랙 세븐데이즈’, ‘슈퍼 블랙세일’, ‘해외쇼핑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등의 이름을 달고 특별 행사에 돌입한 이들 업체는 가격 할인율 역시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를 내걸어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 뒤지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몇몇 업체들은 이 같은 블랙 프라이데이 카피 행사를 통해 눈에 띄는 매출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오픈마켓인 11번가는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00%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도 60%가 넘는 매출 신장을 이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 SSG.com이나 현대Hmall 등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온라인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운 매출 성장을 보이며 블랙 프라이데이 효과를 공유했다.

하지만 모든 유통업체가 호황을 누린 것은 아니었다. 신세계그룹은 SSG.com 외에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특가 할인행사를 벌였지만 효과는 신통치가 못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온·오프라인 간 매출 증감 방향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11월 28일에서 30일까지 3일 동안 이마트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마트 전체 매출은 오히려 2% 감소한 것으로 나와 대조를 이뤘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워낙 큰 까닭에 오프라인 감소분이 온라인의 높은 성장분을 다 잡아먹고도 모자라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이다. 백화점 사들은 더하다. 국내 주요 백화점 사들의 2014년 11월 평균 매출 신장률은 -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오프라인 매출이 온라인 쪽으로 이동한 것이라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대형 오프라인 업체들은 미국 할인가만큼의 가격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규모가 작은 온라인 업체들은 미국과 비슷한 폭의 할인율을 제시했거든요. 큰 오프라인 업체에서 빠진 매출이 작은 온라인 업체들로 흘러들어 가다 보니 착시 현상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국내 소비시장도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국내 온라인 택한 소비자들

지난 11월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해외직구 규모는 기록적인 성장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배송대행업체들의 실적을 통해 유추가 가능하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배송대행 서비스 위메프박스는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해외직구를 목적으로 가입한 신규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배가 넘었다고 밝혔다.

전체 해외배송 신청 건수도 7배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몰테일 등 다른 해외 배송대행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유통사들의 기록적인 매출 성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해외직구 대신 국내 온라인 유통채널을 택한 소비자들도 많았다. 해외직구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블랙 프라이데이 카피 행사에서 온라인 사들은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거래의 편리성’과 ‘최근효과’를 그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말한다. “같은 상품을 국내에서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면 해외보단 국내에서 사는 게 훨씬 더 편하잖아요. 해외직구는 언어나 거래 방법 등에 불편한 점이 많죠. 배송 기간도 길고요. 소비자들은 싸다는 장점 때문에 이들 단점을 기꺼이 감내하는 겁니다. 따라서 상품 가격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굳이 해외직구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최근 언론에서 지속해서 해외직구 피해 사례를 노출하면서 소비자들이 경계심을 가진 것도 이유입니다. ‘최근효과’라고 해서 소비자들은 최근 자주 노출된 정보들을 더 강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블랙 프라이데이가 미친 영향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매출 상승에 무척 고무된 모습이다. 이들은 추석 이후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던 까닭에 매년 꽤 긴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올해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가 화제가 되면서 반짝 매출 상승효과를 봤다. 이들은 지난 12월 12일에도 몇 몇 업체들이 연합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의 반짝 행사를 진행하는 등 블랙 프라이데이 효과를 이어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 이벤트가 남발되면서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국내 유통사들이 미국 추수감사절 이후 연말까지 진행한 여러 블랙 프라이데이 관련 이벤트 중 일부는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나 소비자 기만 등으로 상처만 남긴 행사들도 여럿 있었다. 쥐어짜기 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났다는 시장의 평가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다른 영향들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국내 중소형 제조업체들에겐 큰 시련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주 위메프 위메프박스팀 팀장은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이벤트가 민간 소비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해외직구 식의 소비가 늘면서 국내 내수 기반 제조업체들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와 관련해 재밌는 해석을 내놓는 곳도 있다. 이들은 유통업체별로 블랙 프라이데이의 효과가 크게 엇갈렸다는 점에 주목한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이벤트에서 큰 수혜를 본 곳은 대부분 중소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이었습니다.

대형업체들도 이벤트를 따라하긴 했는데 한계가 있었죠. 이는 소비자가 유통사 브랜드보다는 싼 가격을 택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죠. 따라서 이번에 나타난 유통업체별 블랙 프라이데이 효과 차이는 ‘유통사들의 헤게모니가 유명 대형업체에서 중소형업체로 분산되고 있는 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