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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재벌 삶 보면 나도 신기해 내실 탄탄한 광고회사 만들고 싶다”

INTERVIEW/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지난해 10월 두산그룹의 계열사 인사 하나가 작은 주목을 받았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빅앤트 대표가 두산그룹 광고계열사인 오리콤 부사장으로 임명된 것이었다. 재계와 언론은 당장‘ 후계 구도’에 관심을 가졌고, 증시도 반짝 상승해 시장의 기대감에 호응했다. 광고업계는 대체로 그의 능력을 인정하면서 그의 다음 행보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포춘코리아가 서울 논현동 오리콤 본사 그의 집무실에서 박서원 부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거침없고 군더더기 없이 기자의 질문에 응답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kr

그동안 그룹 회장의 아들이라 일감 수주도 쉬웠고, 실력에 대한 평가도 공정하지 않았다는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습니다. 오리콤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으니 제대로 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셈인가요?
평가는 시장에서 이미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광고든 브랜딩이든 제가 작업실에서 해낸 일들은 시장에서 세일즈로 평가받는 거 아닌가요? 매일유업의 커피사업이나 동화약품 활명수는 제가 일을 맡은 후 1등이 되었습니다. 숫자를 보여줬으니 평가는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 데 제 배경이 힘이 됐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룹 계열사 부사장에 오른 후 ‘경영수업’이나 ‘후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졌습니다. 기업 클라이언트를 폭넓게 만나고 인맥관리도 쉽기 때문일 텐데요.
광고회사가 경영수업의 장이라고 하는 건 언론에서 포장한 말일 뿐입니다. 경영수업은 전략기획실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다른 재벌가 자제와 저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클라이언트를 폭넓게 만나고 인맥을 넓히는 것 역시 업무이지 경영수업은 아닙니다.


광고인으로 끝까지 남겠다는 생각이신가요?
아직 경영자에 대한 생각은 없습니다. 전 광고인으로 남고 싶어요.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제 베이스는 크리에이터일 겁니다.


두산그룹 경영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인가요?
패밀리 비즈니스 측면에선 저에게 권리보다 책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에도 가족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 둡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로 그 책임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광고나 브랜딩,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는 일들을 정말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니, 가족의 일원으로 그룹의 일을 돕는 정도에 만족합니다. 저 말고도 경영을 책임질 집안의 형님들이 많습니다.


부사장을 바라보는 집안의 시선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존중하고 지지해주십니다. 제가 아직 어리니까 귀엽다고 하시고, 제가하는 일들을 재미있어 하십니다. 가족 모임에 가면 어르신들이 웃으시죠. 제 복장만 봐도 재미있으신가 봐요. 우리 가족, 친지 분들 간의 분위기는 대단히 좋습니다.


두산그룹에도 형제의 난이란 게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그 일은 왼쪽과 오른쪽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가족 전체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친인 박용만 회장에게 받은 교육이나 혜택은 무엇입니까?
제가 요즘 자식교육에 대한 상담 문의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아버지가 자녀 교육을 잘하셨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제 삶을 강요하신 적이 없어요. 어릴 땐 “너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해라”라고 말씀하셨죠. 지금은 “당장은 조금 무리란 생각이 들어도 돌이켜 보면 큰 무리가 아니니까 많이 베풀고 배려해라”라고 수시로 말씀하십니다.


오리콤은 국내 최초의 광고회사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광고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데요.
모기업인 두산의 사업 카테고리가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변했습니다. 오리콤의 일감이 줄어들고 규모가 작아진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 승률이나 성과는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양적 확장은 의미가 없어요. 전 질적으로 탄탄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리콤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CI를 변경했고 부사장도 영입했습니다. 이후 오리콤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우선 오리콤은 CI를 통해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그러니까 아이디어 집단임을 선언했습니다. 360도 기업 마케팅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들 계획입니다. 올해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거예요. 기업들이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에 변화가 오고 있기 때문에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론 CSR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한 브랜드 론칭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빅앤트와 오리콤 중 애정이 가는 회사는 어디입니까?
가족 비즈니스가 아니었다면 빅앤트를 떠나지 않았을 겁니다. 빅앤트는 가족이나 부모님이 아닌, 오로지 저 박서원이 이룬 성과이니까요.


빅앤트 경영을 하면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습니까?
사람이 제일 어렵던데요. 정말 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영철학이 궁금합니다. 사내 복지 등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건에 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광고업계 종사자 중에는 단명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머리를 써야 하고 야근도 많고 협력사, 클라이언트, 동료 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루 한 가지씩 직원들을 웃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필기구 세트를 사서 직원들에 나눠줬고, 임신한 직원들에겐 운동화를 선물했습니다. 오늘은 점심 후 비타민을 사서 나눠주고,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했어요. 진정성 있게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선 직원의 행복과 기업의 실적이 밸런스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을 이야기하는데요. 창의적이고 일하기도 좋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본 애플은 창의적일진 몰라도 복지환경은 형편없었어요. 일하기 좋은 기업의 좋은 사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하게 푸시하면 기업 실적은 올라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숫자를 올려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웃으면서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근 미생이란 드라마가 직장인의 애환, 갑을 문화를 진솔하게 다뤄 호평을 받았습니다. 박 부사장께선 직장 경험이 있으신가요?
광고회사 웰컴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미생의 삶을 다 알진 못합니다. 하지만 직장인의 현실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월급통장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하곤 합니다.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마케팅 시도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흐름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신다면?
데이터가 실행의 백그라운드에 깔리면 신빙성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빅데이터를 리서치 툴 정도의 역할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더 큰 무기는 직관력이라 생각합니다. 직관적인 인사이트가 빅데이터 활용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빅데이터는 그런 직관력 창출에 도움을 주는 도구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직관력을 얻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저는 관찰에서 인사이트를 얻습니다. 관찰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유심히 사람들의 행동, 표정 하나하나를 살피죠. 매일유업 커피 프로젝트를 할 땐 커피숍에서 몇 달간 지내며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했죠. 저는 이런 방식으로 얻은 정보를 저만의 스몰데이터라고 부릅니다. B2B나 B2C 모두 결국은 C, 그러니까 소비자에게서 인사이트를 얻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어떤 일을 하든 소비자의 생각이나 행동에서 인사이트를 끄집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광고 인은 누구입니까?
두 분이 계십니다. 항상 제가 조언을 구하는 고영섭 오리콤 대표님, 제가 광고업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박우덕 대표님이십니다. 이 두 분을 스승으로 모신 건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고 대표님은 제가 오리콤으로 오면서 더 가까이 지내며 모실 수 있게 됐습니다. 박 대표님은 빅앤트가 위치한 웰콤시티에서 후배들을 위한 창업을 지원하고 계시죠. 두 분 다 곁에서 뵐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군대에서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군대 동기들과는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저는 입대 후 육군 기무사령부 도서관에 배치됐는데, 동기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아서 전방으로 훈련 보내달라고 소원 수리를 써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작업병으로 보직이 변경됐죠.


일상도 궁금합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합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주말마다 부모님께 요리를 해 드립니다. 지난주에는 닭고기 요리를 해 드렸어요. 클라이언트나 직원들에도 저의 요리를 대접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탁구대를 선물 받아서 탁구를 주로 치고 있어요. 골프나 볼링, 암벽등반, 웨이크보드, 스노보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즐기는 편입니다. 책은 관심 있는 분야 외엔 잘 읽지 않습니다. 주로 요리, 여행, 시집을 읽어요. 특히 시는 광고일을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SNS 활동을 즐기는 건 노출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서입니다. 재밌기도 하고요. 여느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죠? 저도 대중들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의 삶을 보면서 신기해합니다.


머리를 기를 생각은 없으신가요?
앞으로 머리 기를 일은 없을 겁니다. 광고나 디자인 일을 맡기러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제 머리 스타일은 이미 각인되어 있습니다. 이제 머리를 기르는 건 제 삶과 업무에 있어서 큰 리스크가 됐습니다.


강의를 많이 다니시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책임감이나 의무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저만의 방식입니다. 실제로 강의를 통해 인재를 여럿 만나고 또 영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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