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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진화

수십 년간 추락했던 밀러 라이트 Miller Lite의 판매가 부활하고 있다. ‘한물간 맥주’의 대명사였던 밀러 라이트가 회생한 비결은 무엇일까? 독특한 소규모 맥주들이 대세인 시대에 소비자들이 대량 판매하는 저칼로리 맥주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힌트: 맥주캔을 살펴보라) BY JOHN KELL


일등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밀러 라이트 사례를 보자. 1975년 첫 출시부터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 몇 년 만에 연간 판매량이 1,000만 배럴 수준을 넘었다. 밀러 라이트는 일종의 사회현상이었다. 사람들이 제품 광고에 빠져들었다. 부다 스미스Bubba Smit h 와 딕 버커스 Dick Butkus 같은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바에서 밀러 라이트의 주요 장점을 놓고“맛이 훌륭하다”거나 “포만감이 덜하다”며 ‘논쟁’을 벌였다. 이 두 가지 장점이 모든 세대 TV 시청자들의 기억속에 각인됐다.

라이트는 불가능한 업적 - 남성에게 다이어트 맥주 판매하기-으로 여겨졌던 일을 이뤄냈다. 그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맥주 카테고리가 형성됐다. 바로 저칼로리 맥주다. 이 엄청난 성공으로 모방 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곧 버드와이저 Budweiser 와 쿠어스 Coors 가 자체적으로 라이트 라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밀러 라이트의 판매는 1990년 1,900만 배럴을 기록한 후, 20여 년 동안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다 결국 따뜻한 IPA(IndiaPale Ale) 맥주보다도 훨씬 덜 팔리게 됐다. 2008년 밀러 라이트와 쿠어스 라이트가 밀러 쿠어스MillerCoors라는 합작회사로 한지붕 아래에 뭉친 후(밀러쿠어스는 사브밀러SABMiller 와 몰슨쿠어스 MolsonCoors 제품의 미국 시장 판매를 담당한다), 밀러 라이트는 새로운 수모를 당했다. ‘회사 내 가장 잘 팔리는 라이트 맥주’라는 명성을 상실한 것이었다. 크래프트 양조업체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전국적인 브랜드들이 많은 사람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또 도수가 높은 술들이 속속 복귀했다( 전체 술 소비 중 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9년 56%에서 2014년 48%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자 밀러 라이트 같은 주류 대기업들의 미래는 암울해졌다.

하지만 라이트의 장례식이 다가오면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라이트의 관이 땅속으로 내려갈 때쯤, 희미하게 관 뚜껑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죽은 사람이 살아난 것이다! 수십 년간의 침체와 7년 연속 하락을 겪었던 밀러 라이트가 상승으로 돌아섰다. 이 기업은 2014년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300만 라이트 캔을 더 판매했다. 밀러쿠어스에 따르면, 당시 판매량이 52주 평균 대비 몇 퍼센트씩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물론 6개월이란 시간은 밀러 라이트라는 브랜드의 완벽한 회생을 선포하기에는 충분치 않은기간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비어 비즈니스 데일리Beer Business Daily의 편집장 해리 슈마허 Harr y Schumacher 는 “밀러 라이트가 지난 2분기 동안 보여준 상승세는거의 놀라운 수준이었다. 타이타닉이 방향을 트는 것과 같았다. 나는 그들이 마침내 시장 암호를 해독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밀러 라이트가 이런 속도를 유지한다면, 버드와이저를 누르고 미국 시장에서 버드 라이트Bud Light 와 쿠어스 라이트 Coors Light 에 이은 3위 맥주업체로 등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암호를 풀 수 있었던 탁월한 통찰력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그건 겉만 보면 평범한 변화였다. 또 어느 정도는 우연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이제 막 시작된 밀러의 회생은 맥주 산업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성공은 바로 과거라이트 광고를 떠올리게 하는 이분법, 즉 2가지 요소에 달려 있었다. 바로 훌륭한 맛, 아니면 뛰어난 마케팅이다!

톰 롱Tom Long 은 물론 그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는 밀러쿠어스의 최고 경영자로서 밀러 라이트의 품질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 롱은 “맥주 브랜드는 패션 브랜드와 같다. 당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맥주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 및 연계성을 중요시하는 메타 사업(Meta Business)이란 얘기다. 대개 버드Bud 애주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이네킨 Heineken 을 마시는 사람은 정장을 안 입을수도 있지만,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맥주 브랜드 선호도에 따라 소비자를 분류하는 방법을 더 자세히 보려면, 포춘 홈페이지를 참조하라).

최근 몇 년간, 라이트 맥주가 음주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불분명했다. 동안을 자랑하는 올해 56세의 롱 - 말이 느린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이다 - 은 ‘ 제품의 진정성’ 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했다. 비록 그가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겠지만, 과거 라이트는 진실한 제품이라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것 같다.

’77롱이 거느린 팀이 그것을 ‘ 간접적’ 으로 발견했다. 회사는 지난해 단기 프로모션 차원에서 오리지널 캔에 라이트 맥주를 담아 판매했다. 판매가 활기를 띠면서, 밀러쿠어스도 재빨리 모든 병과 캔, 그리고 컵 받침에 하얀색 라벨을 붙였다. 10년 이상 동안 사용해왔던 파란색 라벨을 버린 것이었다. 획기적인 시도였고, 지금도 그 복고풍 디자인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건 얼마나 진정성을 갖추고 있을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기업 역사를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밀러 라이트의 뿌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블링거 다이어트 맥주(Gablinger’sDiet Beer)가 첫선을 보였다. 미국인들이 허리둘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시기였지만, 남성 애호가들은 다이어트 맥주라는 생각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었다. 개블링거와 비슷한 맥주들이 외면받던 시기였다.

이때 밀러가 등장한다. 밀러는 개블링거를 1970년대 초 인수했다. 당시 밀러의 마케팅은 기적같은 결과를 낳았다. 밀러는 여느맥주처럼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밀러는 캔의 ‘ 여성적인’ 표기를 없애고, ‘고급 필스너 맥주(FinePi lsner Beer)’ 라는 글자 크기를 키워 물 탄 맛이 나는 맥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건장한 남성들이 농담을 나누면서도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절대로 말하지 않는 광고를 내보냈다. 새로운 맥주 카테고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끼어들면서 밀러의 마케팅은 타격을 받았다. 1990년대 말 한 TV 광고에 ‘딕 Dick ’ *역주: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속어이라는 표현이 사용돼 사람들이 맥주보다 광고 자체에 주목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다른 광고들도 미숙하게 ‘의리(bro-style)’라는 남성성을 강조하면서 맥주라는 말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밀러는 포장에서도 실수를 거듭했다. 맥주캔 색깔이 흰색에서 은색으로, 그리고 파란색으로 바뀌었는데 매번 특색이 없었다.

밀러는 마케팅만으로 브랜드가 직면한 모순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크래프트 양조업체들이 라이트의 맥주 맛을 모방했다. 애호가들이 맥주 맛에 대해 높은 안목을 갖게 된 것도 분명한 현실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도수가 낮은 맥주를 원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지금도 많은 소규모 맥주 제조사가 도수와 칼로리가 낮은 술을 양조하고 있다(그들은 ‘맛이 가볍다는’ 느낌을 피하기 위해 ‘세션’ 맥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도수가 낮은 술을 부를 때 쓰이는 업계 용어가 되었다). 제조조합(Brewers Association)의 수석경제학자 바트 왓슨Bart Watson 은 “미국 맥주 시장의 4분의 3은 라이트 맥주나 세션 맥주에 속한다”고 말했다.

롱은 밀러의 광고 전략이 맥주를 지키지 못했고, 사실상 크래프트 양조업체들에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재료와 제조과정, 그리고 우리의 유산을 부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새로운 포장이 그런 점을 개선할 여지를 마련해주었다. 그 방법은 예상되는 일부 고객층 젊은시절부터 라이트를 기억하는 45세 이상의 남성-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부 고객층까지 흡수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맥주만을 원한다고 생각했던 밀레니엄 세대가 그들이었다. 밀러쿠어스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그 결과 21~27세 연령층에서 라이트의 시장 점유율이 1년 만에 6.2%에서 7.5%로 상승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맥주를마시는 사람들이다.

앤호이저-부시Anheuser-Busch에서 25년간 일한 마케팅 임원 밥라키Bob Lachky 는 “밀러 라이트에도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경쟁사 마케팅을 언급하며 “쿠어스 라이트는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버드 라이트는 우유부단하다. 이들은 시장을 제대로 읽지못하고 있다. 반면, 밀러 라이트는 싫증 난 라이트 라거 음주가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지금은 업체들이 일관된 메시지를 찾아내 스스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트의 최근 TV 광고는 고무적이다. 한 광고는 ‘밀러 라이트.우리가 라이트 맥주와 당신을 탄생시켰다’고 외친다. 또 다른 광고는 한 농부의 손에서 계속 떨어지는 홉( hop)*역주: 맥주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내는 곡물과 맥주 제조업자가 필스너 맥주를 가득 채운 유리잔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이미지들은 크래프트 맥주 광고에서 더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정말 라이트의 맛이 좋은가? 당신의 입맛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분명히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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