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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준비 잘해야 진정한 경영의 고수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창업자는 후계자를 선택하고 키우는 비법을 아는 것이 자신의 업적과 명예를 오래도록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가습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창업( 創業)만큼 고귀한 일도 드물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면만 고려해도 창업자는 존경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창업자에 대한 해석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기업가 정신’을 의심 받는 창업자는 오히려 정신 나간 욕심쟁이로 취급되거나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도 너무나 쉽게 용서 받는 특혜의 대상이란 빈축을 사기도 한다.

‘정신(精神)’이란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과 마음’이라고 한다. 창업자가 창업 초기에 가슴 깊이 간직했던 기업가 정신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특히 창업자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존경의 대상이 된다면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업이 생존하는 한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은 창업자의 명예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창업자는 선수(選手)와 고수(高手)로 조심스럽게 구분해볼 수 있다. 선수는 창업하여 자신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괄목 할 만한 성과를 이룬 뛰어난 인물이다. 반면에 고수는 자신이 이룬 업적과 명예를 유지할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노련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고수는 선수 출신이지만 선수라고 해서 모두가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는 근본적으로 ‘자기 성장동력’이 강하다. 막판까지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챙기려다 보니 후계자를 준비할 여유가 없거나 때를 놓치기도 한다. 본래 강한 리더십이 더 큰 후유증을 남기는 법이다. 원조(元祖)를 뛰어넘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계자를 선택할 시기를 놓쳤거나 선택한 후계자가 못 미덥다면 그만큼 창업자의 후계구도는 시간과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후계자는 숙성된 만큼 성장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반면에 고수는 후계자 준비를 자신의 마지막 승부수로 굳게 믿는다. 권력을 손에 꼭 쥐고 있는 것보다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자신의 업적과 명예를 지켜줄 믿을 만한 후계자를 준비하는 것이 추후 억울한 일을 겪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믿을 만한 후계자를 키우는 고수의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엄격한 검증과정’을 공식화하라.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후계자 검증과정이다. 후계자는 자식을 포함한 그 누구든 대상이 될 수 있다. 후계자를 선택하는 검증과정은 가장 엄정해야 한다. 자식도 예외일 수 없다. 엄격한 검증과정을 통과한 인물만이 후계자로 선택되어야 한다. GE의 존스 회장은 싸움닭이지만 철저하게 검증된 잭 웰치를 후계자로 선택하여 GE를 초우량기업으로 성장시켰고, 자신 또한 존경의 아이콘이 되었다. 잭 웰치라는 훌륭한 인물을 후계자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잭 웰치 또한 수많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오랜 검증과정을 통해 제프리 이멜트 현 회장을 선택했고, 그는 지금까지 GE의 변화와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존스와 웰치 회장은 더욱 오랜 시간을 남들로부터 존경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을 더욱 빛내줄 후계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들은 후계자를 맹목적인 관계나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지속시켜줄 가장 확실한 존재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래서 후계자를 엄격하게 준비했고 기꺼이 자신의 권력을 이양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성과를 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기업가 정신이 없다면 조직 내부의 권력투쟁에 휘말리거나 스스로 교만해져 사회적 비난의 당사자로 추락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별다른 고통 없이 부모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후계자라면 가장 고통스럽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만약 겸손하지 못한 후계자가 창업자의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물려받고 정신 나간 짓을 한다면 내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로부터 부모 잘 만나 출세한 철부지 후계자로 낙인 찍혀 존경은 고사하고 창업자가 이루었던 명예마저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 따라서 ‘ 기업가 정신’ 을 목숨걸고 지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후계자가 될 수 있는 문화적 혹은 제도적 장치를 내부에 마련해두어야 한다. 정신 나간 후계자가 스스로 정신 차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많은 인내심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셋째, 냉철한 ‘멘토(Mentor) 군단’을 만들어라. 권력을 물려받은 후계자가 초심(初心)을 잃고 행여라도 ‘완장효과’의 희생자가 된다면 큰일이다. 물려받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무차별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자신에게 권력을 물려준 창업자에게 오히려 적대감을 드러내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것은 끝나고 만다. 또한 물려받은 권력을 자신이 이룬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후계자는 가장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 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한 판단력과 초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언해줄 다양한 멘토 군단을 곁에 둬 후계자가 자신의 리더십을 항상 점검하고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만약 ‘낮술 먹은 사람’처럼 부모도 못 알아보는 사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후계자를 선택한 창업자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늘 후계자 곁에서 냉철한 조언을 해줄 멘토들을 준비하는 것은 재산과 권력을 물려주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다. 권력주변에는 항상 달콤한 기회주의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넷째, ‘내부갈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내부갈등이 심해지면 외부와의 갈등에 무기력해지는 법이다. 가장 잔인한 전쟁이 바로 내전(內戰)이다. 내전은 깊은 흉터를 남긴다. 후계자가 있다면 선택 받지 못한 후계자도 있다. 이들이 협력자가 아닌 적( 敵)이 된다면 지뢰를 밟고서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선택 받지 못한 후계자의 슬픔과 섭섭함을 해소해주는 섬세한 배려나 다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내부갈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후계자에게도 내부결속과 협력을 이끌 수 있는 지혜와 배려, 그리고 겸손을 가르쳐야 한다. 내부갈등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내부의 적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기꺼이 끌어들이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남 좋은 일만 만드는 꼴이 된다.

최근 어느 대기업 오너 일가(一家)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계구도 갈등은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불러왔다. 후계자 준비가 부실했던 탓이다. 이젠 세상이 달라졌고 보는 눈이 많아졌다. 돈으로 막을 수 없는 일도 많아졌다. 사회적 불평등과 부의 세습을 용인하기 힘들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고 연합하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고 정교해졌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로부터 미움을 받거나 외면을 당한다면 모든 것이 시끄러워진다. 요즘은 시끄러운 기업을 정부도 가만두지 않는다. 국민의 의지를 외면하는 정부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자는 후계자를 선택하고 키우는 비법을 아는 것이 자신의 업적과 명예를 오래도록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신제구 교수는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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