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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유커가 '다시' 찾고 싶지 않은 한국



"한국, 한 번 가볼 만한 나라지 두 번은 아닙니다."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인 왕즈웬씨. 그는 지난 국경절 연휴 기간 서울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업상 서울을 몇 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 왕씨는 남대문 시장에서 쇼핑을 한 후 남산타워를 가려고 택시를 잡았다. 더듬더듬 한국말로 목적지를 말하자 택시기사가 부른 요금은 20만원. 남산에서 기다렸다가 호텔로 돌아가는 요금까지 포함했다고 하지만 터무니없는 요금에 말문이 막혔다. 어이가 없어 주변 다른 택시를 이용하려고 하니 중국인이 말이 많다는 불쾌한 답만 돌아왔다. 왕씨 가족의 서울 여행에 대한 기억은 바가지요금과 무시를 당했다는 불쾌함뿐이다. 대다수 선량한 택시기사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극소수의 몰지각한 택시기사를 만났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중국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끊겼던 지난 여름, 한국은 난리가 났다. 유커 유입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물론 호텔·여행업종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유커 유치에 공을 들였다. 그 덕분인지 '골든위크'로 불리는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유커들이 다시 한국을 찾으며 면세점과 백화점·관광지 등이 활기를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이번 국경절 연휴 유커 유치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기간 유커들이 선호한 국가는 일본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태국·한국·홍콩·마카오 순이다. 태국에도 밀리며 한국은 3위로 떨어졌다.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국경절 연휴 7일 중 4일 동안 해외로 나간 유커는 모두 400만명. 그중 10%인 40만명이 일본을 찾았다. 일본을 찾은 중국인들은 1,000억엔(약 9,696억원)이 넘는 소비를 하고 돌아갔다. 이 기간 한국을 찾은 유커는 17만명. 지난해 국경절 이들의 한국 관광 평균 소비액으로 계산하면 4,091억원으로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국경절에 방문한 유커들이 내년에 다시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유커들의 한국 재방문율은 20.2%에 불과하다. 10명 중 2명 정도만 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말이다. 반면 일본의 재방문율은 81.4%에 달한다.

메르스로 유커들의 영향력을 실감했다면 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인프라는 하드웨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인에 대한 태도 변화도 포함된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휴게소의 유사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을 2시간 넘게 기다리게 하고 하루에 2~3번 억지쇼핑을 강요하는 등 여전히 그들을 '봉'으로만 여기는 행태는 우리 스스로 한국 관광을 저가 상품으로 만들고 있지 않나 고민해야 한다. 유커 유치를 두고 경쟁하는 일본과 태국·싱가포르 등은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유커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단체관광객 비자, 복수 비자, 가족관광 비자 등을 발급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항공노선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중저가 생활필수품을 판매하는 상점에서 5,000엔 이상 물건을 사면 소비세 8%만큼을 깎아 면세가로 판매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본의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고급 식도락 여행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등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여행상품도 선보였다. 태국은 고소비층 유커 유치를 위해 정부가 저가패키지 상품을 근절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싱가포르는 2006년부터 중국 관광 전문인력을 양성해 비즈니스와 관광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산업 BT마이스(Business Travel+MICE)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 내수시장이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유커들이 한국 방문에서 겪는 불쾌함은 12억 시장의 소비자들을 등 돌리게 만드는 역효과만 낳는다. 중국 시장을 잡으려면 알아서 한국을 찾고 한국 상품을 살 것이라는 낙관론부터 버려야 한다.

/김현수 베이징 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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