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봇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콜린 앵글이 2002년 가정용 로봇청소기 '룸바'의 보급을 시작한 이래 우리의 삶은 한층 풍요로워졌다. 13년이 흘러 최근 출시된 최신 모델 '룸바 980'의 경우 바닥의 종류를 구별해 최적의 방법으로 청소를 할 만큼 똑똑해졌다. 이런 추세라면 미래의 모델은 청소는 물론 개인 집사의 역할을 해줄지도 모른다.
룸바 980은 어떻게 실내공간을 매핑하는 건가?
로봇 진공청소기로서 룸바는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한군데도 빼먹지 말고 가서 청소를 해야 하는 게 숙명이다. 매핑도 이 임무를 효율적으로 완수하기 위함이다. 일단 룸바는 집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광학센서와 소프트웨어로 자신의 이동내역을 기록한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고, 저곳에는 뭔가가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실내의 지도를 만들어 모든 장애물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 매핑 기술에 기반해 별도의 플랫폼을 개발함으로써 향후에는 사용자가 휴대폰으로 집 안 가족들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남편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고, 그에 맞춤화된 ‘지능형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능형 임무라는 게 뭔가?
사람의 움직임을 매핑하면 그 사람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남편이 거실에 있다면 아마도 TV를 시청하기 위함일 개연성이 높다. 즉 로봇에게 남편이 거실로 이동하면 TV를 켜고, 거실을 떠나면 TV를 끄라는 임무를 미리 지정해 놓을 수 있다.
듣자하니 스마트홈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매핑의 정확도가 향상될수록, 지형지물에 대한 3차원(3D) 정보를 많이 확보할수록 집안을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도록 사전 프로그래밍하기가 쉬워진다. 로봇이 자신의 위치와 쓰레기통의 위치를 알면 쓰레기가 발견됐을 때 알아서 치울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장난감들을 어디에 정돈해 어떻게 정리해 놓아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로봇 집사는 팔을 이용해 물건을 치우거나 뭔가를 고치는 로봇이었으면 한다. 가족이 집을 비우는 낮에는 집안을 정돈하거나 고장 난 것을 고치면서 화재, 가스누출, 도둑 등의 보안을 책임지고 저녁에 가족이 돌아오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그런 로봇 말이다. 물론 사람과의 상호작용 여부는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무슨 의미인가?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용자라면 집사 로봇과의 소통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연장선상에서 내가 생각하는 스마트홈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다. 대개는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처럼 항상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전지전능한 스마트홈을 지향하는데, 이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돈이 드는데다 사생활의 개념이 모호해진다. 때문에 나는 시스템이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도, 격리될 수도 있기를 희망한다. 시스템을 격리시켜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반려로봇 시대가 올까?
그럴 수 있다. 사람들은 이미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처럼 룸바에게도 이름을 지어주고 있다. 우리 집만 해도 1층을 맡고 있는 룸바를 ‘로즈웰’이라 부른다. 집에서 키우는 푸들 강아지 ‘다프네’는 처음 로즈웰을 쫓아다니며 브러시를 물어 뜯는 등 적대적 성향을 취했지만 금세 좋은 관계로 발전했다. 요즘은 다프네가 대기 중인 로즈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