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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갈피 못잡고 있다"

통화신용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개정된 한국은행법상 연간 물가억제 목표와 통화관리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한국은행은 새해들어 1주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방향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따른 적자재정 누증, 경기회복 판단의 혼선, 유로화 출범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혼미, 원화환율 급락 등 국내외에서 불안요인이 겹치고 있는데도 통화당국은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바람에 일각에서는 실물경기가 본격 회복되기에 앞서 자칫 증시와 부동산 부문의 거품만 부풀린 채 경기회복의 에너지를 탕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 7일 올해 첫 전체회의를 열고 새해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했으나 연간 통화관리 방향이나 물가억제 목표를 확정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3% 수준에서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개정 한은법상 정부 목표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할 법률적 책임이 주어진 한은은 주무부서인 재경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물가억제 목표 제시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한은은 이달 중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현재 6.4%인 콜금리를 약간 하향조정하는 수준에서 안정되도록 운용하기로 의결했다. 한은은 최근 과도한 원화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 누증과 외국인투자자금 유입 증가,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해외부문의 통화증발 압력만 따져도 통화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나 연간 목표선이 설정되지 않아 국내외시장의 움직임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환율정책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원화환율이 속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재경부는 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은행(IBRD) 등의 구제금융을 당초 계획대로 조달, 외환시장의 달러공급 우위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연초 환율 폭락세가 이어지자 재경부는 외채 조기상환과 공기업·금융기관의 해외차입 억제 등 환율방어 대책을 강구하는 등 불과 한달 사이에 외환수급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 등 환율운용에 실질적인 정책수단을 갖고 있는 한은은 재경부의 정책혼선을 적절히 견제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일관, 원화환율의 수직 하락과 그에 따른 수출위축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기영(鄭琪榮) 삼성 금융연구소장은 『대내외 통화증발 요인과 환율하락 요소를 방치할 경우 자칫 외환위기 이후 지난 1년간 고통을 감내하며 이룬 경제회생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의 적기 대응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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