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경쟁이 시작됐다. 미래의 먹거리에 집중하라.'
미국의 대표적 거대 복합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경영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과거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손을 뻗쳐 사업을 확장해온 전략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데 이어 팔방미인형보다는 한우물을 판 인재를 전진배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E가 수십년간 고수해온 옛 경영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길(New GE Way)'을 개척하기 시작했다고 7일 보도했다. GE식 신(新)경영의 핵심은 인적 쇄신이다. GE는 전구와 같은 가전제품에서부터 금융, 에너지, 의료기기, 항공기 엔진까지 아우르는 거대 기업답게 여러 사업 분야를 두루 거친 인물을 경영진의 핵심으로 중용해왔다. 예를 들어 존 크레니키 부회장은 지난 2005년 GE에너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화학ㆍ조명ㆍ운송ㆍ플라스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하지만 GE 내에서 '팔방미인'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GE 역시 이익을 낼 수 있는 핵심사업만 솎아내는 가지치기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한우물만 판 인재의 가치가 수직 상승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GE항공 CEO에 취임한 데이비드 조이스다. 그는 GE에 몸담은 28년 동안 비행기 사업에만 매진해왔고 마침내 GE항공을 그룹 내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캐시카우'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지난해 4ㆍ4분기 GE가 수주한 인프라ㆍ제조업 부문 주문액은 286억달러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크레니키 부회장은 이에 대해 "더 이상 GE에서 나처럼 복잡한 이력을 가진 CEO를 찾아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혀 문어발식 인재가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내비쳤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 역시 신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E는 2000년 이후 플라스틱ㆍ보험ㆍ미디어 등을 비롯해 약 370개의 사업을 매각하면서 군살 줄이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이멀트 회장의 구상은 미 경제월간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의 기고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발ㆍ디자인ㆍ생산 담당자들이 전 공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E 안에서 전문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한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구축하면서 군살 줄이기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GE는 지난해 해상 컨테이너 리스업체인 GE시코를 25억달러에 중국 하이난공항그룹(HNA) 등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2010년 말에는 자회사 GE캐피털의 멕시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업부를 스페인 은행인 산탄데르에 팔아치우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오리건주(州)에 있는 풍력발전단지 셰퍼드플랫의 지분을 구글에 넘겼다.
시장은 GE의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미국의 케이블뉴스채널인 MSNBC는 "GE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사상 최초로 최고 신용등급을 상실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면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심어줄 만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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