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갑게 식었다. 지난 3일 만났던 팡전(63)씨도 전광판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 새 팡 씨의 계좌는 추가로 12만위안의 손해를 보며 보유한 주식자산의 절반이 날아갔다. 팡씨는 "잠도 오지 않는다. 이제 정부도 믿지를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한 남성이 벌거벗은 채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건물 입구에서 항의하는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합성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정부를 원망하는 개미투자자들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중국 증시 폭락은 서민과 노령층의 주머니까지 털었다. 증시가 한창 오르던 4월 이후 뒤늦게 뛰어든 개인들은 이번 폭락장으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허난성 창거 출신으로 헤이처(黑車·불법택시) 기사인 천위펑(37)씨는 주식 투자로 지난 2년간 번 돈을 거의 다 날린 것은 물론 차마저 담보로 잡힌 상태다. 천씨는 "주식이 무섭다. 팔리지도 않는다"며 "하루하루가 지옥"이라고 말했다. 신용투자는 투자자들을 순식간에 빚쟁이로 만들었다. 6월 말 기준 상하이A시장의 신용거래 규모는 2조위안(한화 약 362조원)에 달한다. 특히 1조위안이 넘는 비은행권, 이 중에서도 P2P(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 거래) 금융을 통해 자기 자금의 5배가 넘는 돈을 빌려 투자한 개미들은 이미 파산상태다. 자칫 주가 폭락이 이어질 경우 대규모 채무불이행으로 금융권 전반에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신용거래는 멈추지 않고 있다. 반등장에 올라타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궈타이쥔안증권 지점을 나오는 길에 누군가가 손에 명함을 쥐어줬다. '급전 가능. 당일 입금'이라고 적힌 명함이 건물 복도 바닥을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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