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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머슴대접 하는 곳엔 전우애 없어… 존중·배려 문화 정착돼야 폭력 근절"

정두근 예비역 중장


"군대 내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하는 것만이 정답입니다. 그외에 어떤 대책이 나와도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7일 서울시 마포구에서 만난 정두근(62) 예비역 중장은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 등 최근 연이어 터지는 군대 내 사고들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육군 제6군단장과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 등을 역임한 정 중장은 지난 2003년 32사단을 지휘할 때부터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정 중장은 재임 시절 선임병과 후임병 간에 존대어를 쓰도록 했다. 상대방을 '군인' 이전에 '사람'으로 대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군인이 사람으로서 존중 받을 때만 이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군대에서 '새끼'라는 말은 때론 농담에 불과하다. 욕설도 '가볍다'고 누군가에 의해 판단되면 친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좌절의 언어이자 혼돈으로 밀어넣는 압력과도 같다. "자신을 머슴처럼 여기는데 전쟁이 나면 누가 전우를 보살펴 작전을 수행하겠어요." 군대 내 폭언은 아군이 아군을 향해 겨누는 총부리와 같다고 정 중장은 말했다. 또 노예처럼 상대방을 대하는 군대 문화는 일제의 잔재라며 빨리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에서 그들은 그저 평범한 젊은이들일 뿐이다. 하지만 군대에서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라고 정 중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윤 일병 사망의 주도자로 지목된 이모(26) 병장. 그도 이등병 시절, 언어폭력의 '피해자'였다. '나이 처먹고 그거밖에 못하냐' '군대가 만만하냐'라고 선임병들은 말했다. 이는 누군가는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 군대 문화를 보여준다. 결국 상대방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존대하는 병영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 말고는 없다고 정 중장은 강조했다.

최근 군대 내 사고방지 방안으로 국방부는 "군 장병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 중장은 "저 아이들이 스마트폰이 없어서 사고가 났느냐?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곁가지 건드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가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거다.

일각에서는 상호 존중의 병영 문화에 대해 "군기가 빠진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 중장은 "옆에 있는 사람이 내 동료라는 것을 느끼게 될 때 진짜 군 사기가 올라간다. 바로 이것이 전투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문화가 왜 확산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당시 군 수뇌부들이 이런 문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장군들에게까지 욕설을 내뱉는 이들이었으니까"라고 답했다. 결국 군 수뇌부의 인식 개선이 먼저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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