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카자흐스탄ㆍ러시아ㆍ벨라루스ㆍ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장장 1만214㎞를 잇는 '신(新) 실크로드(Silk Roadㆍ비단길)'가 새로운 중국~유럽 물류노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중부 내륙 허난(河南)성의 물류거점도시 정저우(鄭州)를 출발해 독일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까지 가는 첫 정기 국제화물열차가 지난 18일 신발ㆍ의류ㆍ타이어ㆍ자동차부품 등을 싣고 기적을 울렸다.
△중국과 유럽이 이 열차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간. 5주 정도 걸리는 해상운송보다 2주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시범운행을 거쳐 내년부터 연간 50차례 이상 왕복운행하면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수출입 화물이 오가게 된다. 기원전 2세기 무렵부터 비단ㆍ향신료 등의 유통경로로 활용되며 번성했던 실크로드가 철도 실크로드로 거듭나는 셈이다. 중국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북 가장자리를 따라 파미르 고원~이란 고원~지중해 동쪽 해안까지 이어지는 이 무역로 일대는 번영을 구가했으나 1300년대 이후 해상 운송로가 개척되고 중국의 중심이 내륙에서 베이징ㆍ상하이 등 연안으로 옮겨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러시아도 지난 5월 극동 연해주의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낡은 철로(54㎞)를 걷어내고 궤도폭이 1,520㎜와 1,435㎜로 다른 양국 열차가 모두 다닐 수 있는 복합궤도 철로를 새로 까는 공사를 마쳤다. 올해 말 나진항 화물터미널 공사까지 마무리하면 러시아산 석탄을 수출하고 중국 훈춘철도와 연결해 중국 물동량 유치에도 나선다. 나진항 개보수가 끝나는 대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해 유럽으로 오가는 한국ㆍ일본 등의 물동량까지 끌어들이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종단철도(TKR)를 복원해 러시아의 TSR, 중국의 만주횡단철도(TMR)ㆍ중국횡단철도(TCR)와 잇고 일본과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동북아~유럽철도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불안정한 남북관계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나진항이 중국 북동부 내륙과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기지, 동북아~유럽 환적화물기지로 발돋움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임웅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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