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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넥슨·엔씨소프트 빅딜에 거는 기대


지난 8일 오후 국내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게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보유 중이던 회사 지분 14.7%를 처분하고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엔씨소프트 경영권이 넥슨으로 사실상 넘어간 것이다.

양사는 빅딜 이유를 전략적 제휴라고 밝혔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왜' '무엇 때문에'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주식시장에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국내 업계 1, 2위라는 두 회사의 영향력만큼 게임주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일을 '국내 게임업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뉴스'라고 말할 정도다.

국내 게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뉴스

8,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한 김택진 대표, 엔씨의 새 주인이 된 넥슨 김정주 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면서 게임은 물론 포털주까지 요동쳤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관한 조그마한 소식이라도 들리면 증시는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이다.

업계나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지만 당사자들은 느긋하다. 갖가지 설에 대해 침묵모드다. 해명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 모두 그들의 의기투합이 국내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큰 뜻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을 믿어달라고 한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글로벌 게임시장은 이미 국경이 없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지분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사는 글로벌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지적처럼 글로벌 게임시장 경쟁은 치열하다. 무엇보다 국내 게임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외국산 게임에 밀려 국내 게임업계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실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에도 미치지 못했던 외국산 게임의 국내 PC방 시장 점유율은 최근 60%에 육박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리그오브레전드'는 외산 게임으로는 6년 만에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지난 5월 선보인 '디아블로3'는 게이머들이 몰려들면서 다운되는 일까지 벌어질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 게임순위 선두를 달리던 엔씨소프트 '아이온'은 물론이고 리니지1와 리니지2는 점유율이 반토막났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블레이드앤소울을 앞세워 상황을 역전시키겠다는 각오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넥슨과의 빅딜 소식 이후 엔씨소프트 내부 분위기 또한 좋지 않아 보인다.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감축 등으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자칫 최대 자산인 우수 인재들이 줄줄이 빠져나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의 전략적 제휴 목표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병 당시 내세웠던 원대한 목표가 시간이 갈수록 퇴색돼 버린 제휴의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1이 2가 되는 게 아니라 도로 1이 되거나 이보다 후퇴한 기업으로 전락한 인수합병(M&A) 말이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불확실성 제거해야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조직원과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억측만 확대 재생산되고 조직이 무너지는 일은 순식간이다. 최근 시장에 무성했던 구조조정설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대응방식은 그래서 걱정스럽다. 쉬쉬하다가 마지못해 조직개편이라고 무마하고 넘어가는 태도로는 회사를 떠나야 하는 조직원이나 투자자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불확실성이 항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건 김정주 회장이나 김택진 대표가 얘기하는 시너지 창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거리가 먼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외산이 범람하는 어려운 시기에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게임 한류'의 불을 지피는 글로벌 게임 강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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