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거 내가 발명한 로봇이야. 나 발명가 될 거다" 막 초등학교 들어간 늦둥이 아들 녀석의 말을 듣고 멈칫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도 아니고 웬 발명가라니. 발명에 관계된 일을 하는 필자조차 발명가라는 말에 뜨악해할 정도면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발명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도 짐작할 만하다. 피땀 흘리는 노력과 실패, 발명의 가치를 몰라주는 사람들의 괄시와 냉대까지. 발명가는 고난의 길을 걷는 엉뚱하고 별난 사람들로 인식된다.
그런데 발명이란 게 증기기관이나 전구같이 인류 문명사를 바꾼 거창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임지가 뽑은 지난해 최고의 발명품 대열에 올라간 셀카봉은 여행 중 혼자 사진을 찍는 데 애를 먹은 사람이 만들었다. 가정 필수품인 밴드 반창고는 부엌일에 서툴러 손을 자주 베는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에서 나왔다. 집 안 청소의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은 평범한 주부는 스팀 청소기를 발명해 대박을 쳤다. 이렇듯 일상의 불편함을 없애려는 작은 시도, 사랑하는 이를 위한 배려의 마음이 발명의 원천이다. 우리 생활이 곧 발명의 무대이고 주위의 평범한 이웃들이 발명가인 것이다.
우리만큼 발명에 남다른 열정과 소질을 가진 민족도 없다. 금속활자와 한글, 거북선·신기전·측우기 등 세계에 자랑할 만한 발명 유산이 즐비하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특허 출원 건수는 21만여건으로 세계 4위 규모다. 인구 100만명당 특허 출원 건수로는 세계 1위다.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을 이룬 기적의 역사 바탕에는 우리 피에 흐르는 '발명 DNA'가 있었다.
한때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영어 대신 다른 일어나 중국어 공부하라는 게 아니었다. 삶의 필수 조건이 된 영어를 학습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습관으로 만들라는 게 요지였다. 발명도 마찬가지다. 발명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기술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이 자원인 창조경제 시대에 발명은 이제 우리 삶의 일부이자 생활이 돼야 한다.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1441년 세종대왕 때 측우기를 발명한 날을 기려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특히 올해는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날이다. 그리고 이날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주인공은 바로 우리 국민 모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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