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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의 머니 서바이벌 ](5) ‘산 집’과 ‘사는 집’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전세 대란이 상시화되는 모습이다. 이걸 회피할 방법은 뭘까.

나는 집을 사라고 권한다. 특히 지금처럼 저금리 일 때. 실수요자는 집 구매를 고민해 보기 바란다. 집을 샀다가 물리면? 어차피 전세로 살아도 보증금 상승 문제가 있다. 내가 산 집과 내가 사는 집을 분리하는 거다. 이건 경험담이다.

2005년 말. 해외 특파원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보니, 서울 부동산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전세 한 칸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피 튀기는 전투를 벌였다. ‘버블 세븐’에 대한 전면전. “집을 가지고 있으면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겠다”는 정책 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 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투기를 잡기 위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나오는 와중에 무주택 서민에 대해서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줌으로써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생애최초주택자금 대출도 그런 대책 중 하나였다. 내가 이 대출을 쓰게 된 것은 전적으로 회사 총무팀장 덕이다. 직전까지 해외 근무를 했던 나는 ‘서류상’ 정부 대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연봉 기준선 바로 밑에 있었다.

특파원이었던 내 연봉이 그렇게 낮았던 이유는? 해외 근무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려고, 총무팀장이 본봉은 최대한 낮추고, 나머지는 모두 수당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은행에 제출한 대출 서류 중 세금 명세서 상의 내 연봉은 어쨌든 본봉 기준이었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이 가능했다.(나처럼 제도의 허점(?)을 노린 사람들이 많았던지, 곧바로 대출 기준이 되는 연봉에 각종 수당이 포함됐다.)

이렇게 대출받아 산 작은 아파트가 우리 가족의 주거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난 그 아파트에 실제로 살았던 적은 없다. 전세나 월세를 줬다. 보증금에 돈을 조금 더 보태 내가 살 집은 따로 구했다.



처음 3년은 거치식 분할 상환이라 이자만 냈다. 그 기간 동안 월세 받아 대출 이자를 내고도 현금이 남았다. 월세 이율이 대출 이자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3년 후에는 집 시세 자체가 올라서 전세로 돌렸다. 내가 산 집과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시세가 연동돼 있으니 전세 계약 갱신할 때 고민이 크지 않았다. 두 집 보증금에 차이가 있었지만 감당할 만 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금리 차이, 즉 스프레드 때문이다. 월세 이자> 담보 대출이자> 정책자금 대출이자 순으로 금리가 낮았는데, 나는 총무팀장 덕에 가장 낮은 대출이자를 쓸 수 있었다.

지금의 전세 대란은 저금리 때문이기도 하다. 낮은 금리에 전세 대출이 가능하니까, 굳이 집을 사려고 하지 않고, 전세로만 몰린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는 반드시 오른다. 정책자금 대출은 2~3%대 금리도 있다. 장기 고정금리로 집을 사서, 전세나 월세로 돌리다가, 여차하면 들어가 살면 된다.

주택 시장이 향후에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우리는 내 집 혹은 남의 집에 살아야만 한다. 내가 산 집과 내가 사는 집이 굳이 같지 않아도 된다면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 싼 집 하나 사두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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