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 24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SK와 SK C&C의 합병에 반대하는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찬성과 반대의 표 차이가 불과 1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위원회의 회의석상에서 의결 전문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위원회 내부의 의견충돌이 다음달 예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합병 비율이 주요 이슈였던 SK-SK C&C 합병 사례와 달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는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껴 있기 때문에 둘을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금융투자업계(IB)에 따르면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가 SK와 SK C&C의 합병을 반대하기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4대5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가 결정하지 못하는 민감한 내용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의사 결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9명 위원 중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이뤄진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국민연금기금본부는 6대3이나 5대4의 비율로 합병 찬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회의 결과 반대가 과반수가 넘는 5표가 나오면서 적잖이 놀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24일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SK와 SK C&C의 합병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국제적인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양 사 간 합병에 찬성하기로 했고 국내 기업지배구조원 역시 찬성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가가 SK C&C 주식 43.43%를, 최 회장 일가와 SK C&C가 SK 주식 31.86%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합병 의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위원회가 열리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합병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합병 비율과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을 문제 삼아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위원은 "위원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SK합병과 관련, 찬성과 반대 두 논리를 담은 보고서를 모두 참조한 후 현장에 와서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찬성과 반대 진영 간에 격론이 벌어진 것이 맞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이날 오전에 시작된 회의는 4시간이 넘게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SK와 SK C&C의 합병에 반대했지만 실제 표 차이는 박빙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선 어떤 목소리를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을 SK 사례와 단순히 비교하기 힘들다는 의견과 합병 비율이 핵심으로 같은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원은 "SK와 SK C&C 합병 안에 대해 합병 비율 등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던 위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건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위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단순히 합병비율 등의 문제를 떠나 외국계 투기 자본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위원들도 이런 점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SK-SKC&C의 전례를 감안하면 17일 합병 주총 2~3일 전에 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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