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한국은 닮은 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고 상시적으로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하며 천연 자원이 없어 인적자원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없던 것 을 창조해 낸다’는 주제와 관련해서도 두 나라는 비슷한 고민을 해왔다. ‘창조경제, 이스라엘에서 배운다(강태영 김영훈 이원재 외, 포스코경영연구소, 2014)’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술 벤처를 통해 지난 65년동안 50배 이상 경제성장을 이룬 이스라엘의 사례에서 창조경제의 실행방안을 알아본다.
◇창업하려면 뻔뻔해야 한다?
이스라엘에는 ‘후츠파’라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 콕 집어 번역하긴 어렵지만 ‘뻔뻔하고 당돌하다’, ‘철면피’ 정도로 해석된다.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고 줏대있게 의사를 표현하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후츠파는 ‘형식타파(Informality)’, ‘질문존중(Questioning Authority)’ ‘팀워크(Teamwork)’ ‘융합강조(Mashing-Up)’ ‘위험감수(Risk Taking)’ ‘끈질김(Tenacity)’ ‘실패존중(Learning from Failure)’. 이 일곱 개의 단어로 대표된다.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기업가 정신’의 근원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심지어 창업하지 않는 사람을 낙오자로 평가절하 한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후츠파’에서 비롯된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마음’과 도전정신이야 말로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다.
◇변호사 VS 엔지니어
이스라엘에서는 기술과 창의력을 보유한 사람을 우대하는 풍토가 있다고 한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가 필수적임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공계 출신 엔지니어는 경력이 짧더라도 5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데 반해 같은 경력의 변호사 월급은 300만원이라고 하니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변호사보다 기술자를 우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변호사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자국의 법체계를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기술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자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하나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해 낸다. 이에 비추어 보면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필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죽음의 계곡을 이어주는 다리, 요즈마 펀드
벤처캐피탈의 관심은 기업의 생성 초기단계가 아니라 이미 이윤을 창출하는 후기단계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기초연구와 기술개발을 지나 이윤을 창출할수 있는 마지막 단계 사이에 창업초기 벤처들이 자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이 존재한다. 요즈마 펀드는 기술개발을 막 끝냈거나 성장 초입단계에 있는 벤처들에 자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펀드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벤처투자규모는 2011년 기준 0.12%로 이스라엘 0.66%의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융자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시대에는 융자가 아닌 투자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 책은 이를 위해서 투자 인센티브 강화 및 벤처캐피탈 규제 일원화가 이루어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식 창조경제의 약점
이스라엘식 창조경제가 능사는 아니다. 이스라엘 창업가들은 회사를 키워보려는 의지가 약하다. 기업을 창업하고 매각하기까지 유럽은 6.8년, 미국은 6.6년 걸리지만 이스라엘은 고작 3.8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업매각풍토가 만연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에는 그렇게 많은 창업이 이루어 지는대도 우리가 알만한 대기업이 없다. 이스라엘에 위치한 글로벌기업들의 R&D센터는 자랑거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재유출의 허브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외국투자자들에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의 기술벤처가 성장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었지만 동시에 국부 유출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한국, 절대 이스라엘을 따라하면 안된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창업국가’의 저자 사울싱어는 “한국의 창조경제 모델은 이스라엘을 따라 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스라엘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창업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는 것이다. 사울싱어는 대한민국이 이스라엘에는 없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우리는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 대기업이 거의 없다. 한국의 창조경제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어떻게 상생모델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성공실패가 판가름 날 것이다. 한국만의 창조경제 모델을 만들어라.”고 조언한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이 필요하단 뜻이다. 자칫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책은 대기업이 미활용 특허이전, 전문분야 멘토링을 통해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로 나서는 모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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