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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공무원들의 적반하장

국민연금 깎은 장본인이 "왜 하향평준화 강요" 핏대

국민 들러리 세워 초점 흐려

공무원 펀드는 정치권 문제… 국회 특위 구성해 결론 내야


적반하장(賊反荷杖). 조금 내고 너무 많이 받아 적자보전에 향후 10년간 53조원의 세금이 수혈돼야 하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때 지급률이 깎이는 걸 막지 못해놓고 왜 뒤늦게 연금의 하향 평준화를 강요하느냐"며 핏대를 세우는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기득권 방어에 집착하다 보니 국민연금 지급률을 확 떨어뜨린 장본인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라는 사실을 까먹은 모양이다.

여야는 2007년 국민연금법을 고쳐 가입기간 1년당 급여율을 1.5%(40년 60%)에서 오는 2028년까지 1%(40년 40%)로 낮추기로 했다. 이걸 다시 높이려면 현재 사용주 기여분을 포함해 9%인 보험료율을 20% 안팎으로 올려야 한다. 예정된 급여율을 높이지 않더라도 중장기적 재정안정을 도모하려면 보험료율을 13~14%로 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사용자와 가입자들의 부담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급여율을 올려 공무원·국민연금을 중향(中向) 또는 상향 평준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공무원연금으로 쏠린 여론의 관심을 흐트러뜨리려는 꼼수일 뿐이다.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이야 연금이기주의에 빠져 그렇다고 치자.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들마저 공무원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연금 삭감폭을 줄여주기 위해 안달이라는 데 있다. 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다룰 안전행정위원회의 여야 간사는 정부와 공무원노조·학계·정치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민대타협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는 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꼼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개혁안에 대한 공무원과 국민 간 괴리 현상을 막아야 한다"거나 새누리당의 용역을 받아 김용하 전 한국연금학회 회장 등이 내놓은 43% 더 내고 34% 덜 받는 안에 대해 "너무 폭력적"이라는 두 간사의 발언은 공무원노조의 주장과 판박이다.

반면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당시 여야와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대타협위 같은 것을 만들자고 한 적이 없다. 정부와 사학연금 가입자인 대학교수 등이 수십년 뒤 연금재정이 파탄 난다며 개혁안을 만들었고 여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과 오랜 샅바싸움을 하다 대선을 앞두고 벼랑 끝 타협을 했을 뿐이다. 그런 여야가 '귀족연금'인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하향 평준화니 뭐니 하며 공무원들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처한 재정위기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당장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중환자다. 이대로 두면 국민이 혈세로 메워야 할 적자 보전액이 향후 5년간 18조원, 10년간 53조원이나 된다. 3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퇴직자가 8월 말 기준 전체의 22%(7만5,000여명)나 되고 그 수도 2012년 말에 비해 33% 증가했다. 400만원 이상도 859명에서 2,326명으로 171% 늘었다. 반면 200만원 미만 수급자는 3.3% 줄었다. 후한 연금제도와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공무원 월급이 크게 오른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 가입기간 1년당 급여율은 기준소득월액의 1.9%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혁에 참고하겠다고 한 오스트리아 공무원의 1.78%보다 높다. 그런데 그곳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는 임용시기에 따라 10.25~12.55%로 2012년에야 7%로 오른 우리보다 3~5%포인트 이상 높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정과제다. 싹수가 노란 국회 안행위에 맡겨서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동력으로 삼아 청와대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여야가 범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결단을 내려야 넘을 수 있는 장벽이다.

/임웅재 논설위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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