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금융회사의 생존전략은 물론이고 금융 소비자들이 돈을 굴리는 방식도 확연하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하는 예금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예금을 예치하는 기간도 짧아졌다. 반면 매달 분산해 저축하는 적금은 늘었다. 운용처와 기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변화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지난 7월에 이어 10월 또다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저금리 시대가 추세로 굳어지자 목돈을 한꺼번에 맡기기보다는 기간을 짧게 하면서 분산 예치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상황을 보면 기준금리가 또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데 시중금리가 상승곡선으로 바뀌려면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고 이 때까지는 가계에서 지금과 같은 운용 패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매달 3조4,000억원가량 늘던 은행 예금이 9월에는 3조1,000억원이나 급격하게 줄었다. 은행 예금은 5월에 5조4,000억원 늘기도 했지만 7월 금리인하 이후 유입속도가 확연히 줄었고 9월에는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대신 적금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올 들어 6월까지 평균 4,800억원씩 증가하던 적금은 7월 이후에는 7,300억원씩 늘고 있다. 50% 이상의 성장세다.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금리가 낮다 보니 예금보다는 적금 방식으로 분산 예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9월 말 현재 예금은 지난해 말보다 4.3%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적금은 20.5%나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으로서는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 금리를 높여가면서 예금을 끌어들일 필요성이 줄었다"면서 "덩치 큰 예금을 유치하기보다 적금 유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복리가 적용되는 특판적금 등을 출시하는 것은 자금유입 속도를 조절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은 3%대 상품이 주를 이루지만 특판적금의 경우 4%대가 주를 이룬다.
예금의 예치기간이 짧아지는 것도 저금리의 여파다. 특히 1년 이상의 예금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7월 이후 1년 미만의 예금은 3개월간 7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1~2년짜리 예금은 3조919억원(7~9월) 줄었고 2~3년짜리 예금도 1조6,362억원 감소했다. 1~3년짜리 예금이 3개월간 4조7,000억원 넘게 빠진 것인데 상반기 16조원이 유입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은 9월 '저금리 시대~경제 패러다임 바뀐다'는 제하의 시리즈를 게재한 데 이어 최근 시중자금의 변화와 금융당국 및 금융회사들의 전략 변화 움직임을 반영해 2부로 저금리 시대의 변화상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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