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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르쇠 국감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현장은 '모르쇠 남발장'을 방불하게 했다. '내 탓없음'을 자랑하는 경연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날 국감의 초반 주요 화제는 지난 7월 서초구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였다. 관리 소홀과 방재대책 부재를 꼬집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은 예상 가능한 것이었으나 이에 대한 진익철 서초구청장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산림청이 우면산 일대를 산사태 1급 위험지로 진작에 분류해놓은 것을 알았느냐"는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진 구청장은 "공문 형태로 전달이 안 돼 몰랐다"고 덤덤히 말했다. "배수로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 어쩔 수 없었다"고만 답했다. 진 구청장은 집중호우가 휩쓸고 간 인명에 대해 어떤 애도의 뜻도 내비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뻔뻔했다. 산사태의 명확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무능했다. 그저 국감 내내 "피해 주민들과 이미 법적 보상 문제에 관한 합의가 끝났다"는 식의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물론 국감을 주관한 행정안전위원장조차 진 구청장에 반성과 성찰의 태도를 촉구하는 씁쓸한 풍경이 벌어졌다. 권영규 시장권한대행의 자세도 마찬가지였다. 의원들은 우면산 산사태 합동조사단이 '폭우로 인한 배수로 막힘이 산사태 원인이었다'는 초등학생 수준의 발표만 내놓은 대목을 지적하며 서울시가 원하는 조사결과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사단이 구성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단장의 제자가 3명이나 조사단에 포함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권 대행은 그러나 이 교수의 폭로를 외면한 채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 탓'만 피해가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한 것이다. 결국 우면산 산사태에 관한 한 이날 국감은 무의미했다. 국민들은 이번 서울시 국감에서 확고부동한 방재대책을 당국으로부터 듣고 싶었다. 뼈저린 반성과 책임통감도 기대했다. 그러나 그 바람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물폭탄에 흔적도 없이 휩쓸려 내려간 우면산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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