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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접착ㆍ코팅 능력을 가진 홍합을 이용해 인체의 손상된 뼈 치료기간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포스텍 화학공학의 차형준 교수팀과 조동우 기계공학과 교수팀, 이종원 가톨릭대 의학과 교수팀이 인체의 뼈 조직에 이식하기 위해 사용되는 '3차원 지지체(3-dimensional scaffold)' 표면에 홍합접착단백질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홍합 이용, 뼈 4배 빨리 재생된다=일반적으로 3차원 지지체는 조직재생에 적합한 구조적 이점을 가지기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다. 3차원 지지체는 뼈 조직 재생을 위해 인체에 삽입되는 물질이다. 예컨대 인체의 귀 이식을 위해 실험용 쥐에 귀 모양 세포를 키우는 데 쓰이거나 치과의 임플란트 치료과정에서 잇몸에 삽입하는 물질 등으로 보면 된다. 일종의 거푸집과 같으나 인체에 함께 이식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3차원 지지체는 자유형상 가공기술을 통해 제조되는데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단면형상을 원하는 형태로 딱 들어맞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그동안의 문제는 이러한 3차원 지지체 표면에 생물학적 기능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지체 표면은 주로 고분자(플라스틱) 성분이다. 그런데 세포는 플라스틱에 친화적이지 않다. 세포가 잘 성장하고 생물학적 기능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지체 표면에 물리ㆍ화학적 처리를 해야 하는데 최 교수팀의 이번 연구로 세포친화적 지지체를 훨씬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매개물이 바로 홍합이다.
연구팀은 홍합접착단백질에 의한 3차원 지지체를 쥐의 파손된 두개골에 이식했을 때 아무것도 이식하지 않은 쥐보다 4배 이상의 뼈 재생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주변 조직과의 부작용도 없었다.
연구팀은 홍합을 이용한 이번 연구로 인체의 뼈 손상 치료기간이 부작용 없이 기존보다 4배 정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식대로라면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4~6개월 걸리던 임플란트 치료기간이 1~3개월로 줄어든다. 차 교수는 "의료 및 조직공학용 생체소재로서의 기능성을 동물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인체조직 재생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ㆍ신종플루 진단 및 면역센서에도 적용=앞서 최 교수팀은 홍합접착단백질의 뛰어난 접착력과 항체결합단백질의 항체결합력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도 개발했다. 이 단백질은 항체를 항원이 존재하는 다양한 표면에 정확히 효율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흔히 임신이나 신종플루 감염 등과 같은 각종 신체상의 변화나 질병을 확인하는 진단 키트는 주로 항원항체 반응을 원리로 한다. Y자 모양의 항체는 다리모양 부분이 표면에 고정된 채 팔처럼 뻗어 나온 부분이 항원을 인식한다. 팔 부분이 항원을 인식하려면 다리 부분이 표면에 고정돼야 하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방향성을 갖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즉 들쭉날쭉한 형태로 고정돼 항원을 인식하는 효율성이 떨어졌다. 물론 유전공학적 방법을 통해 항체를 일률적으로 고정시킬 수는 있었지만 특정 표면에만 가능했던 것이 단점이다. 이에 차 교수팀은 유전재설계를 통해 홍합접착단백질의 접착력과 항체결합단백질의 결합력을 모두 지니는 신개념 항체표면 고정화용 링커를 개발해냈다. 다양한 표면에 항체를 효율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최 교수는 "임상ㆍ환경ㆍ식품ㆍ국방 분야 등에 사용될 면역 센서 개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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