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배추와 대파가 중국산보다 싸졌다. 이 같은 기현상은 천수답식 농업정책으로 수급불균형이 발생한데다 정부가 공급과잉 상태에서 수입을 계속하면서 국산 배추ㆍ대파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형마트에서는 중국산 배추와 대파를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다.
25일 관련업계 및 농수산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매시장에서 배추 상품 1㎏은 458원에 거래되고 있다. 1년 전 가격인 1,605원보다 71.5%나 떨어졌다.
가격이 단기간에 폭락하다 보니 국산이 중국산보다 더 싸졌다. 이날 현재 중국산 신선배추 수입가격은 1㎏당 500원 내외로 국산 배추 소매값보다 42원가량 비싸다. 수입가에 유통마진이 더해지면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 같은 가격역전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는 중국산 배추가 사라졌다. 국산보다 비싼 중국산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산 배추는 장기계약으로 가격과 관계없이 사용해야 하는 중소 급식업체나 식자재 회사, 일선 식당 등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파도 마찬가지다. 대파 상품 1㎏은 1,776원으로 1년 전의 4,476원보다 60.3% 하락했다.
중국산 대파 가격은 1㎏당 2,500원가량에 수입된다. 여기에 유통마진 등을 포함하면 값은 더 올라간다.
국내산 배추와 대파 가격이 폭락한 것은 지난 2010년 채소값이 폭등하면서 농가 재배면적 증가로 공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김장배추 재배면적은 1만7,326㏊로 전년보다 28.0%(3,786㏊) 늘었다. 대파 재배면적은 4,081㏊로 전년보다 11.6%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공급과잉 상태에서 중국산을 계속 수입한 것도 가격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산 배춧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중국산 신선배추는 765톤 수입됐다. 국내산 배춧값이 폭락한 10~12월에도 중국산 신선배추는 33톤이 반입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9월만 하더라도 운임과 보험료·관세 등을 포함한 중국산 신선배추의 수입가격은 국내산 배춧값의 60% 수준에 불과했지만 국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 10월 이후에도 중국산을 들여오게 한 것은 정부의 판단이 잘못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을 유통업체에서 취급하는 게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산 가격이 안정되기 전까지 유통가에서 중국산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