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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경상흑자와 자본흐름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일본과 유럽연합(EU)의 통화가 달러화에 추세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는 도무지 움직이지를 않는다. 연초에 1,130원대까지 가더니 다시 1,070원대로 하락했고 원·엔 환율은 급기야 900원선이 붕괴됐다. 그도 그럴 것이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2월까지 36개월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는 6.3%를 기록해 독일의 7.5%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는 이 비율이 더 높아져 8%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보유액도 4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는 외화를 국내에 쌓아 둘 게 아니라 해외에 옮기는 방안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2007년 비슷한 이유로 외환의 물꼬를 해외로 트기 위해 해외투자의 양도차익에 대해 한시적으로 비과세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화 강세를 기대해 해외로 나가는 자금에 대해 환헤지를 하면서 정책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만 노출시켰다. 총론은 옳았지만 각론에서 틀렸던 것이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수요 부족으로 흑자가 단기간에 줄어들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환율이 절상되고 기업은 해외로 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이나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환율은 싫든 좋든 제조업에 기반한 수출 경제에서는 핵심적인 변수이므로 마냥 자유롭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되는 외환에 대응해 자동조절 기능을 하는 해외투자를 잘 작동하게 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가격이 비싸지면 해외 자산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달러가 해외로 투자되면 환율 절상 압력이 줄어든다. 물론 이때 환헤지 비율은 낮아야 한다. 만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달러 수요가 증가해 원화가 급격하게 절하되면 해외투자로 나갔던 돈이 다시 국내로 돌아와 국내시장에 부족한 외환을 공급해준다. 해외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외화자산을 팔아서 원화로 바꾸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러한 자동조절기능이 세제 간의 차이로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양도차익 비과세이지만 해외주식에는 과세한다. 종합소득종합과세 한도가 2,000만원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해외주식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다. 해외주식에서도 간접투자와 직접투자의 세제가 다르다. 펀드로 투자하면 배당소득이 돼 종합소득과세에 합산되는 데 반해 주식을 직접 사면 양도차익으로 분리과세 된다. 리스크가 더 큰 종목투자가 자산가들에게는 리스크가 분산된 간접투자보다 과세상 유리한 셈이다. 이런 부분을 빨리 고쳐 국내와 해외 간 자금흐름의 자동조절장치를 만들어 놓아야 경상수지 흑자 누증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괴적 효과를 방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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