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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인해 건전성 규제 충족에 비상이 걸렸다. 외환은행 인수로 자금이 들어가면서 자기자본은 줄어든 대신 손해 볼 위험이 높은 대출자산은 늘어나 내년에 은행과 금융지주에 도입되는 '바젤Ⅲ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하나금융의 기본자본비율(Tier1)은 8.27%로 10개 금융지주사들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사 중 유일한 8%대로 지주사 평균인 10.44%에도 2%포인트 가까이 부족하다. 하나금융의 Tier1은 지난해 말 9.43%에서 올 3월 말 8.45%, 6월 말 8.27%로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다.
Tier1이 낮아지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1.31%로 농협(11.23%)과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Tier1은 은행의 실질적인 자본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BIS비율에서 보완자본을 제외하고 산출한 지표다.
하나금융의 자본건전성이 나빠진 것은 올 초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자기자본은 줄어든 대신 외환은행의 대출확대로 위험가중자산이 4조4,000억원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외환은행 지분 4%를 추가 인수해 2∙4분기에도 추가 하락했다.
문제는 하나금융이 부실위험이 큰 대출을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내년에 도입되는 바젤Ⅲ 규제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 대해 내년부터 바젤Ⅲ 규제기준을 도입할 방침으로 내년 말까지 Tier1을 8.5% 이상으로 맞추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Tier1은 8.27%로 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 Tier1은 바젤Ⅰ 기준에 따른 것으로 바젤Ⅲ 모형을 도입하면 수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로 대규모 자본∙자산 이동이 함께 일어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새로운 규제를 따르기 만만찮다.
당국은 내년 말 기준으로 바젤Ⅲ를 지주사들의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 지주사들에 대해서는 지도를 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인 검토 결과 지금이라도 바젤Ⅲ 모형을 도입해 Tier1을 계산하면 현재보다 2%포인트가량 높게 나온다"며 "내년 시장상황에 따라 대출을 잘 조절하면 규제사항을 지키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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