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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통위원의 무게
입력2011-03-04 17:54:58
수정
2011.03.04 17:54:58
"그래봤자 N분의1인데요… 뭘."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통화위원회원 장기 공석 사태에 대한 한국은행 관계자의 자조 섞인 말이다. 7명이 정원인 금통위가 '6인 체제'라는 절름발이 상태로 운영된 것은 지난해 4월 말 박봉흠 전 금통위원이 임기만료로 물러나면서부터다. 무려 10개월간 기준금리 결정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진 금통위원이 자리를 비운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이어진 셈이다.
한은이 청와대(대한상의 몫)에 금통위원 추천을 요구한 게 지난해 3월 초이다. 사실상 1년 이상 금통위가 방치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초 취임한 김중수 총재가 7명 정원을 모두 채운 정상적인 금통위를 연 것은 단 한번에 불과하다.
금통위원 부재가 길어지다 보니 한은 내부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조차 "7명 중 한명 정도 없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 없지 않느냐"는 비아냥까지 들려온다. 'N분의1'논란을 불러일으킨 한 금통위원의 말대로라면 금통위원 개개인의 역할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합의제로 운영되는 다른 기구와 비교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헌법수호의 최고 기관인 헌법재판소는 9명의 헌법재판관이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3명(행정처장 제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단순 계산상으로 헌법재판관은 9분의1의 의결권과 대법관은 13분의1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무려(?) 7분의1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금통위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금통위원과 달리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 임명을 1년이나 방치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기능면에서도 금통위의 역할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금통위의 금리 결정은 채권·주식시장뿐 아니라 금융거래를 하는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3월 금통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 경기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한은의 선택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N분의1'이 빠진 금통위가 3대3 동수로 의견이 엇갈려 금리결정을 못할 수 있다는 기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금통위원의 무게를 무시한 청와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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