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정부3.0 서비스디자인으로 실현을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장

핀란드에는 정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시트라(Sitra)’라는 중장기 국가발전 비전 연구기관이 있다. 1967년 창설된 시트라는 공공기금으로 운영되지만 정부가 자칫 소홀히 할 수 있는 과제들을 연구하고 이를 국가정책에 반영한다. 그 가운데 마르코 스테인베리(Marco Steinberg) 시트라 전략디자인부서장이 소개하는 국민중심의 공공서비스 사례를 눈여겨 볼만하다.

1950년대 덴마크의 한 도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수영장 이용객이 감소했다. 공무원들은 그 원인을 시설의 노후화로 판단하고 건축가에게 수영장 시설개선이나 신축 여부를 물었다. 두 달 뒤 조사를 마친 건축가는 공무원들과 만나 전혀 다른 해답을 제시했다. “수영장이 낡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최근 변경된 버스 시간표입니다. 시민의 출퇴근 시간에 맞지 않는 수영장 버스 운행시간이 시민들의 수영장 이용을 줄어들게 한 원인입니다.”

시민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왜 중요한 지를 알게 해주는 사례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이처럼 서비스의 품질이나 시간, 예산 등 공공자원의 투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민이 필요한 공공서비스 정책을 추진했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공서비스 정책으로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나 삶의 질로 봤을 때 국민이 직접 참여해 공공서비스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것은 잠재된 고객의 욕구를 발견하고, 참여자의 행동에서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디자인 고유의 역할이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면 국민의 마음에 있는 다양한 요구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행정자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함께 기획하고 운영 중인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은 수요자 참여형 정책기획 모델로서 주목 받고 있다. 계획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정책 공급자인 공무원과 수요자인 국민, 서비스 디자이너 등이 함께 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세심하게 디자인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 활동이다. 7명 내외로 구성된 팀이 현안에 대해 현장조사,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한다. 또 워크숍 등을 통해 수요자 관점에서 문제를 재해석하고 해결방안을 찾는다. 공무원은 구상된 아이디어를 씨앗 삼아 이를 구체화해 사업에 반영하고 추진하게 된다. 지금까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250여개의 과제에 1,3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정책 기획에 수요자 중심의 정부3.0 혁신전략으로 디자인 방법을 활용하는 이러한 시도는 국가 운영방식에 큰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책 실패는 수요자의 니즈를 잘못 파악했거나 문제 정의를 잘못한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 기획 단계에 디자인적 접근 방법으로 수요자의 욕구를 고려해 정책을 구상하는 것은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국민들의 표현되지 않는 심정을 포착해 내는 것은 한편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드는 번거로운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수영장을 새로 지을 것인지 버스 시간표를 바꿀 것인지 돌이켜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