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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TPP 어물쩍 참여 시사… 또 '깜깜이·졸속 협상'되나

고위 당국자 잇단 참여 신호… 조바심 드러내

향후 협상력 밀려 한중 FTA 전철 밟을 수도

FTA 열등국 日은 美 방문해 한국 가입 견제

윤상직 장관. /=연합뉴스

문재도 산업부 2차관. /=연합뉴스

최경환 부총리. /=연합뉴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고위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협상이 마무리 단계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한국 정부가 사실상 '참여 선언'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직 협정문도 나오지 않은 협상에 참여 신호를 너무 빨리 전달하면 상대국과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해 TPP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일본의 대한국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TPP가 거의 막바지 단계로 1라운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1라운드가 타결되면 바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TPP 가입시점에 대해 정부 최고위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주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미국 정부에 TPP 참여를 문의했다는 외신 보도에 이어 최 경제부총리까지 가세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안팎에서는 현재 관심표명 단계인 우리 정부가 TPP에 공식 참여를 결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언론은 "한국이 TPP 가입을 문의했다가 미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보도했지만 일각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지진아인 일본이 대한국 견제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과 세계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이 TPP 후발주자인 한국으로부터 참여 통행료를 더 받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TTP는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12개국 간 FTA다. TPP 협상은 미 의회에서 미 대통령에게 협상 권한을 위임하는 무역신속협상권(TPA)만 통과되면 상반기 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달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기간 중 TPP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TPP 참여 발언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실무 협상력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협상 준비 중인 사안을 두고 정치적으로 접근해 조바심을 보이면 협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통상관료는 "협상은 원래 참여와 타결 시기, 협상 범위를 정해놓지 않고 시작해야 약점이 없다"며 "하지만 아직 타결도 안 된 TPP에 계속 참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협상이 타결된 뒤 공개한 협정문을 보고 우리가 체결한 다른 FTA와 업종별 개방 수준을 비교해 전략을 짜고 참여 선언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윗선에서 밀어붙이면 타결 당시 상품 개방내용과 합의내용이 제한적으로 알려져 '깜깜이' 협상이라고 지적을 받았던 한중 FTA 협상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중 FTA는 2년간 협상을 끌어오다 지난해 논의가 급진전되며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양국 정상회담 때 타결을 선언했다.

민간 싱크탱크 연구원은 "국내적으로 (협상 전략에 대한) 결단을 안 내리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 상대국들이 쌀 개방을 물고 넘어지면 협상은 한 번에 뒤집어지는 것"이라며 "일찍 참여 선언한다고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 산업 경쟁분야 문제가 얽혀 있는 일본과 협상이 더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최근 나오는 TPP 참여 발언이 미국과 상대적으로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정치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으로 미국에 외교적 양해를 구한데다 최근 워싱턴 일각에서는 한국을 제외한 '미·일·호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국배제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 TPP가 타결돼도 정식 발효 시점은 1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 모르고 참여 시점은 계속 열려 있다"면서 "(최근 발언들은) 정부가 무언가 정치적인 주도권을 위해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판단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참여에 대한 어떤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김학도 통상교섭실장은 "참여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관심표명 단계에서 협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참여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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