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은행원들이 지점에 출근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인 오전7시30분.
이날 김종준(사진) 하나은행 행장은 서울 을지로 본점 인근 설렁탕 집에서 강동 지역 등의 지점장 25명과 아침을 먹었다. 영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자 마련한 자리였지만 지점장들은 주눅든 눈치가 역력했다. "격의 없이 말하고 당장 생각나는 게 없으면 안 해도 된다"며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자 그제야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다. 김 행장은 건의사항을 들은 뒤 "직원들과 지점 상황을 공유하고 미진한 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설렁탕 조찬'이 끝난 후 이들이 향한 곳은 하나은행 본점 7층 임원실.
지점장들은 놀라면서도 호기심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사 이후 단 한번도 보지 못한 이가 대다수였기 때문. 이들은 행장의 집무실ㆍ회의실ㆍ접견실 등을 쭉 둘러봤다.
김 행장은 "여러분들이 이곳의 주인이 될 사람"이라며 "목표의식을 갖고 열심히 뛰어달라"고 주문했다.
하나은행 수장에 오른 지 한달 남짓 된 김 행장의 현장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점장들에게 행장실을 공개하며 이들의 열정에 불을 지핀 것은 김 행장 리더십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 바쁜 일정에 쫓기는 김 행장은 틈틈이 시간이 빌 때마다 영업점을 방문하고 있다. 점심 때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영업점을 들러 직원들과 식사하고 너무 바쁜 날에는 출근시간을 당겨 아침에 영업점을 둘러본다.
얼마 전에는 오전6시에 열차 편으로 대전에 내려가 일대 지점 10여곳을 일일이 방문했다. 이 지역은 하나은행이 1998년에 인수한 충청은행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여서 애착이 각별하다.
노조 끌어안기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경북 문경의 STX연수원에서 열린 하나은행 노조 분회장을 대상으로 한 교육장에 들러 "직원들을 위해 애써주는 노조에 감사하다. 회사를 위해 화합해달라"고 덕담했다는 후문이다.
김 행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수시로 "기반을 더 다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객들이 하나은행 통장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점점 팍팍해지는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스마트뱅킹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막연히 트렌드를 추종하기보다는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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