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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동차 연비 거품 빼자


'삼국지'에 차재두량(車載斗量)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물건이 대단히 많음을 뜻하는 한자어다. 요즘 여기에 딱 들어맞는 물건들 중 하나가 자동차다. 과거에는 부의 상징이었던 자동차가 2,000만대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생활필수품이 됐다.

표시연비 부풀리기에 소비자 불신

자동차는 값비싼 물건이다 보니 구매할 때 이것저것 고려할 것이 많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 '가장 소유하고 싶은 차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6%가 '연비가 좋은 차를 갖고 싶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인 '출발시 빠르게 치고 나가는 차'를 선택한 소비자와 불과 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과거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크기ㆍ배기량ㆍ가속력ㆍ승차감과 같은 것들을 우선시했다면 불과 몇 년 사이에 자동차 구매의 패러다임이 연비 위주로 바뀐 것이다.

이는 자동차가 소비하는 에너지 비용이 가계 소비지출의 12.3%에 달할 만큼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이유가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교통비가 가구당 월평균 30만원이 넘어 식료품 다음으로 소비지출이 많은 항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가장 많은 소비지출 항목으로 올라설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96%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석유를 수입하기 위해 지출하는 돈이 매년 약 1,000억달러에 달한다. 경제활동을 위해 자동차의 사용은 앞으로도 필수불가결할 것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적은 연료로 멀리 달릴 수 있는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자동차 업계가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답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확인하는 표시 연비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표시연비 과장논란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연비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들은 객관적인 연비수치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깨닫고 표시연비와 체감연비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고 정확한 연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주행모드를 변경해 시험을 하고 연비 시험결과에 보정계수를 적용하거나 자동차를 악조건하에서 시험하는 등의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도 2012년부터 주행모드를 변경하고 악조건을 반영한 보정계수를 적용하는 등의 연비제도 개선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그간 자동차 산업 발전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작사 편의 위주로 운영돼왔던 자동차 연비제도를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목표를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5월 초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표시연비와 체감연비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제작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자동차 연비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 표시연비를 소비자가 체감하는 연비에 가까워지도록 연비 산출식을 보완해 표시연비가 3~5% 정도 낮아지고 연비표시 위반업체에 대해 기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대신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소비자단체가 연비 사후관리 과정에 참여토록 하고 사후관리 결과를 모두 공개해 연비제도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기준 강화 체감연비에 가깝게 해야

연비는 운전자의 운전습관, 주행 환경에 따라 편차가 커지기 때문에 연비 산출식을 보완했다 하더라도 표시연비와 체감연비 사이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체감연비에 가깝도록 표시연비 시험방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소비자들의 연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연비가 향상되면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16%를 차지하는 수송 부분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효과가 클 것이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연비제도가 운영돼 '표시연비가 체감연비다'라는 말이 상식처럼 통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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