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여당 다선의원들의 조언이 새삼스레 눈길을 끄는 건 우리 정치가 그만큼 암울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 됐건만 단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대선불복과 막말을 내뱉은 일부 야당 의원도 문제지만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해당 의원들을 국회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155명이나 우르르 몰려간 여당도 똑같은 막장 드라마의 주연이다. 4자 합의로 국회 정상화가 이뤄졌다고는 하나 과연 내용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부호만 늘어가는 판국이다.
정치불신만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한때 67%를 넘었지만 얼마 전 53%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부정적 평가는 20%대에서 이제 40%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여기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대통령 눈치만 보는 새누리당의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자기 함정에 빠진 셈이다. "지도자라는 자들이 최고영도자의 심기만 생각하는 게 북한만의 이야기인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어디 박근혜 키즈 이준석씨만의 생각일까.
배려와 타협이 사라진 정치는 이미 정치가 될 수 없다. 국민 잘살게 하라고 맡겨둔 힘을 허투루 사용해 정당정치 무용론이 나오게 해서도 안 된다. 수십년간 영향력을 유지해온 정치 9단들이 왜 포용을 말하는지, 다수의 힘만 믿고 비밀보호법을 밀어붙인 뒤 지지율 급락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의 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누리당은 다시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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