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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서영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정부가 지난해 말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후 찬반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중 허용 가능 의료기기 범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려 하자 가두 홍보에 나서는 등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의사단체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국민 3명 중 2명이 찬성하고 환자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의사단체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국가의 면허 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두 단체의 입장을 들어봤다.

● 찬성-서영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환자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 덜고

한의진료 더 정확하고 안전해져


지난 2014년 12월28일 정부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다는 규제 기요틴 결과를 발표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의 요구를 마침내 정부가 받아들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부 발표 후 5개월여가 지났음에도 양의사단체의 반발 등에 부딪혀 아직도 별다른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다.

자격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진료에 활용하는 것은 이제 논쟁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X레이나 초음파 등을 사용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다.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 3명 중 2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보다 더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한의학의 효과를 직접 확인시켜주는 것이 가능해져 국민에게 더욱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한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국민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발목이 삔 염좌 환자의 경우 한의원에 내원했다가 골절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양방 병의원에 가서 X레이를 촬영한 뒤 다시 한의원으로 돌아와 한의학적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불필요한 이동으로 인한 고통은 물론 1만4,000원의 불필요한 양방 병의원 초진 진료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한의사의 X레이 촬영이 가능해진다면 한의원에서 '원스톱 진료'가 가능해져 환자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셋째,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한의 진료 체계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18일 1,000만 직능인과 720만 중소상공인 260여 단체의 모임인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들은 국민이 필요에 따라 양방과 한의를 선택하고 선택에 따라 최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의와 양의 모두 의료기기를 공정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국민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하고 있음에도 양의사들은 자신들의 눈과 귀를 막고 이를 '포퓰리즘'으로 치부해버리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의학은 이 시대와 함께하는 현대의학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살아 있는 의학이다. 언제까지 한의학을 '음양오행 원리에 기반한 현대 과학과는 동떨어진 학문'으로 악의적으로 폄훼하며 400년 전 동의보감 시대의 한의학으로 묶어두려 하는가. 음양오행 이론 등은 한의학 기초이론의 일부에 불과하며 X레이나 초음파로 관찰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론을 기술하기 위한 논리적 언어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의료인으로서 한의사는 한의학의 현대화·과학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현대 한의학의 발전을 책임질 것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가장 중요한 국민의 건강 증진과 생명 보호를 위해 이제 더 이상 늦출 수도 없고 늦출 이유도 없는 지상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반대-강청희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경제적 관점서만 바라본 근시안 정책

한의사 전문성 떨어져 국민 건강 위협


지난 2014년 12월28일 정부는 경제단체의 건의를 토대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등을 포함한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만 주안점을 둔 이번 정책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은 도외시했다. 국가가 부여한 면허의 자격과 업무의 영역, 즉 각기 다른 전문직 간의 경계를 무너뜨려 오진과 의료사고, 불법적인 의료행위까지 확산시킬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나라는 의학과 한방이라는 이원화된 면허 체계로 구분돼 있다. 따라서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행위를, 한의사는 한방 의료행위를 하도록 규정돼 있고 영역 간의 교차 진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의학과 한방이 이원화돼 있는 것은 의학과 한의학의 학문적 기초와 원리, 환자 진료에 대한 접근방식(의학은 근거 중심의 과학적 방법에 기초를 둔 임상의학, 한방은 동양철학적 원리에 근거한 진료)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방에서 주장하는 교양과목 수준의 짧은 교과과정 이수만으로 의과적 진단기기와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X레이)를 포함한 각종 의료장비를 질병 분류 체계가 상이한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엄격한 국가의 면허 체계를 부정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문가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학문적 원리, 교육 과정, 임상적 경험 등을 충분히 쌓은 의사에게도 환자의 질병 진단과 판독, 그리고 치료과정은 매우 신중하고 세밀함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피해는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같은 사태를 앞장서 조장하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하고 이원화된 면허 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의료 이원화 체제로 돼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한의학과 비슷한 전통의학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일원화 체제에서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이 공존하는 형태다. 다른 해외 유수의 의료 선진국에서는 한의학을 대체의학 개념의 하나의 범주로서 의학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인식에 더불어 최근 세계의사회(WMA)에서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와 비용을 증가시키고 환자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현행 의료 체계를 부정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실험대에 올리는 정부를 국민들은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스스로 경제논리와 안전불감증으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

단 한 명의 국민,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보호받아야 하고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전문가 단체로서 정부에 주지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더 이상 경제적·정치적 잣대로 국민 건강을 외면하지 말고 의료 일원화를 포함한 전반적인 의·한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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