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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격진료 허용



원격진료를 두고 논란이 재연됐다. 환자가 의사를 직접 마주보지 않는 상태에서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장비를 이용해 진료를 받는 원격진료 허용을 두고 10여년의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주요한 사례로 원격진료를 언급하면서 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들이 적극적으로 의료법 등 법개정을 통해 이의 허용에 나설 참이다. 현재 기술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선진국답게 관련 장비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현실에 있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반대입장이다. 동네 소규모 병의원 체계의 붕괴와 함께 의료사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찬성 정기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교수

의료 소외계층이 최대 수혜 대상
특정지역 등 단계적 도입 고려를


원격의료는 의사가 원격지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진료와 만성질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원격질환관리로 구분할 수 있다. 현행 법에서는 환자와 의사 간의 직접적인 원격진료는 허용되지 않고 환자 쪽에 의료인이 있어야 하는 간접적 원격진료만 허용돼 있다. 원격질환관리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지만 건강보험 수가 책정을 비롯한 정책실행이 지연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진료유형을 정형화하기 어렵고 서비스 이용에 대한 관리상의 난점 때문에 행위 하나하나에 수가를 지급하는 현행 국민건강보험하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의사협회 및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반대 논지는 원격진료가 의료취약지구나 거동이 불편한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의 보편적 제공이라는 혜택을 줄 수 있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국토가 광활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소외계층이 원격진료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이 허용한 대로 도시에 있는 의사가 환자가 있는 원격지 의사를 통해 원격진료를 해도 진료비는 물론 이를 통해 처방된 의약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도 원격진료로 처방된 약값(보험 비적용)과 병원에서 처방된 약값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고령화로 만성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즉시 개선해야 할 정책과제이다. 이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지금도 약 30만명 정도로 3,000여개 요양원과 3,200여개의 보건소에 의지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정책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격진료의 단계적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의사와 환자 간의 직접적인 원격진료는 간접적인 원격진료를 시행하면서 의료계 전반에서 경험과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추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직접적인 원격진료는 수출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제특구 등에 국한해서 허용하는 방안도 제기된 바 있다.

원격질환관리는 산업으로서 성장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의협도 그 의학적 효과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분야다. 원격질환관리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경우 연 161만명이 이용하는 3,788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5년 이내에 5,545억원 규모로 성장해 연 1만4,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원격질환관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의원을 대상으로 도입한 '만성질환교육관리료'를 의료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책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조기에 시행될 수 있다. 원격의료의 퍼스트무버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전체 원격의료의 70% 이상을 원격질환관리 분야가 차지하는 것을 보면 이 분야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행돼온 원격의료에 대한 논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증적 관점보다는 이념적 이슈에 초점이 있었다. 급속한 고령화와 글로벌 경쟁 속에서 향후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낭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찾아가면서 하나씩 엉킨 실타래를 풀겠다는 의지와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원격의료가 창조경제의 핵심과제인 정보통신기술(ICT)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의료 분야를 융합한 첫 번째 성공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반대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동네의원 줄어 의료접근성 후퇴
정확성 떨어져 의료사고 늘 것


미래창조과학부ㆍ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에서 유헬스(U-Health)를 거론하면서 원격진료가 허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부처는 보건의료와 국민건강이 아닌 산업화 관점으로 원격의료에 접근하고 있어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우려를 표하며 입장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정부나 정치인들이 원격진료를 주장할 때 가장 먼저 내세우는 명분은 '의료접근성의 강화'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의료접근성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는 동네마다 촘촘히 들어선 개인의원들 덕분이다. 그리고 이 개인의원들은 모두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 생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원격진료가 허용된다면 원격진료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누구나가 그것도 매스컴을 통해 잘 알려진 유명 의사들에게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병의원 배분의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결국 동네의원들의 붕괴를 가져와 오히려 의료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으로 의료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 사례를 통한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사인력이 전문의인 의료환경과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오지 환자가 거의 없으며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ㆍ법적ㆍ기술적 문제 등으로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비 절감이라는 한계편익 효과는 희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구글헬스는 미국 국민들의 원격의료서비스 이용한계에 직면해 원격모니터링으로 환자비용은 1조1,000억원 절감되나 장비구입 등 추가비용은 1조3,000억원으로 서비스 이용의 인센티브가 전무했기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이다. 이것이 허용되는 경우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원격의료는 치료기술이 아니며 대면진료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원격의료가 시진ㆍ촉진ㆍ타진ㆍ청진 등의 기본적인 진찰행위를 통한 대면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그 가치를 대신할 수 없다. 원격진료의 경우에는 환자 정보에 대한 정확성이 대면접촉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의료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원격진료에 따르는 오진에 따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환자가 감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의사에게 책임이 있는가. 혹은 통신기술을 제공한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원격처방과 원격조제는 어찌할 것인가. 여러 현안들이 발생하게 된다.

유헬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좋은 편이 아니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62.4%의 의료소비자들이 유헬스 도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야 이용할 의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적인 안전성 등이 확인된 후 이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90%가 넘는 응답자가 유헬스가 활성화돼도 대면진료를 계속 이용할 것으로 대답했다. 아무리 완벽히 준비됐다고 해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만족할 수 없다면 결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으며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전문의ㆍ의료기관 접근성이 뛰어나고 의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원격의료 도입 논의는 불필요한 과제이므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와 산업계도 원격의료나 원격진료의 환상에서 깨어나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섣부른 시도가 5,000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필수적인 의료체계의 기반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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