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92곳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SK텔레콤과 한화생명보험 2곳뿐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상장 계열사 17곳 가운데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곳이 없다. 또 현대자동차(10곳), LG(11곳), 롯데(8곳), 현대중공업(3곳), GS(8곳), 한진(5곳), 두산(6곳) 등의 그룹도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상장 계열사가 한곳도 없다.
SK그룹은 상장 계열사 18곳 중 1곳, 한화그룹은 6곳 중 1곳이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집중하는 ‘누적투표제’ 개념으로, 이 경우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는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 동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 사건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배임, 탈세 사건 등 재벌 총수의 전횡이 심각해 집중투표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제도가 도입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대기업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행 상법에는 기업이 정관에 규정을 두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집중투표제를 외면하는 것은 총수의 의결권 행사와 이사회 장악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재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 집중투표제가 다시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재계는 집중투표제가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자칫 외국계 자금으로 하여금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그러나 “규제를 푼다고 당장 기업들이 우려하듯이 소액주주들이 간섭하고 나서진 않을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찾는 차원에서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중투표제와 함께 상법 개정안에서 논의된 서면투표제와 전자투표제도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92곳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한곳도 없다.
서면투표제는 그나마 12곳이 채택하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 상장 계열사 6곳 중 두산,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 4곳이 채택해 눈에 띄었다.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도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서면투표제는 주총 참석률을 높여 소액주주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한편 이들 제도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들간의 28일 회동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주목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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