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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중간점검] 현대상선, 내년 1조 필요… 동부 이상 자산 팔아야 지원

한진해운, 유상증자 후 SPC에 대한항공 자산 동시편입


"이제 기업 구조조정의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본 게임은 내년부터다."

금융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가 사뭇 진지한 어투로 던진 이 말에는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함축돼 있다.

STX·쌍용건설·동양 등 올 한 해 산업계와 금융계를 휩쓸었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금융당국이나 채권은행 모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내년부터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이 내놓은 자구책만 믿고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핵심 자산 매각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에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올 한 해 기업 구조조정이 실패한 사례를 복기해보면 경영진이 보유자산 매각을 꺼리면서 결과적으로 기업도 회생하지 못하고 피해만 더 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진그룹과 현대그룹 계열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진행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현대그룹은 동부그룹과 같이 매각 대상 회사를 패키지로 묶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파는 구조조정 방안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알짜 자회사인 현대증권 매각을 포함해 다각적인 유동성 확보 방안을 산은 측과 논의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아직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내년 1·4분기까지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해운업황 개선시기가 늦춰질 경우를 대비해 자구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SPC를 통한 자산매각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를 통한 자산매각은 재무적투자자(FI)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사모펀드(PEF)를 만들고 PEF가 소유하는 SPC에 그룹이 소유한 계열사 주식·부동산 등을 묶어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현대 입장에서는 일단 현금을 취할 수 있고 금융감독당국과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산매각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SPC를 통한 자산매각에 나설 경우 현대증권이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줄곧 현대증권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최근에는 "검토하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와 함께 현대그룹이 소유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과 경기 양평 현대종합연수원 등 부동산 자산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내년에 필요한 자금은 기업어음(CP) 4,000억원, 이자비용 2,600억원, 선박금융 3,000억원 등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현대그룹이 동부와 같은 과감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지 않는 이상 금융권의 지원을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과감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와 자산매각에 대한 구체화 작업이 선행돼야 현대상선이 내년에 불거질 수도 있는 유동성 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한진해운은 장기적으로 SPC를 통한 자산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기는 현대그룹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과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 유동성을 공급받아 한숨을 돌린 뒤 내년부터는 대한항공과 함께 비핵심 자산들을 정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우리·농협·하나 등 4개 은행은 한진해운에 대한 3,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지원을 위한 내부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한항공도 한진해운 측에 지난 11월 1,5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이 내년 1·4분기에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한진해운의 대주주는 대한항공으로 바뀐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대주주'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당분간 최 회장에게 경영을 맡길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SPC를 통한 자산매각은 그다음 단계다. 한진해운은 앞서 국내외 터미널 유동화(5,000억원), 부동산 및 유가증권 매각(887억원), 기타 자산매각(4,588억원) 등의 자구책을 제시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자산뿐 아니라 대한항공도 일부 자산을 추가하는 형태로 SPC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이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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