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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당 인증비용 수천만원… 꽃 피우기도 전에 사업 접어

[인증 부담에 녹색中企 멍든다]<br>KC·KS인증 등 3가지 따야 LED 조달시장 참여 가능<br>자금력 부족하면 진입못해 매출 부진→도태 악순환



수도권의 LED조명 제조업체인 T사는 LED조명사업부 분할을 준비하고 있다. 한때 이 회사는 LED형광체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무서운 아이들'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눈물을 머금고 LED사업을 접기로 했다. LED조명 부문의 연구개발 및 인증비용 지출이 가중되자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량사업이던 전자부품에까지 타격을 주자 어쩔 수 없이 '사업 철수'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됐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는데도 과도한 인증비용의 벽을 넘지 못하고 백기투항한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녹색산업인증에 대한 중소기업의 불만이 거세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녹색산업에서 인증제는 불가피하지만 '인증의 열매'를 따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ㆍ시간 등의 부담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녹색산업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인증제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녹색산업은 LED업종이다. LED업체들이 조달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KCㆍKSㆍ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 등이 필수다. 컨버터 내장형 LED램프를 기준으로 이 세 가지 인증을 모두 획득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1,500만원선(시험비ㆍ공장심사비ㆍ승인비 포함). 또 기관이나 단체마다 요구하는 인증이 달라 녹색인증이나 중소기업우수제품인증ㆍ친환경인증 등을 추가로 따야 할 경우도 많아 제품 하나당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인증비용이 2,000만원을 웃돌 때가 다반사다. 여기에 외부 컨설팅비용이 추가되면 전체 인증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대부분의 중소 LED업체들은 인증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없어 외부 컨설팅업체에 인증획득을 의뢰하는 형편이다. 이때 KS인증의 경우 모델 한건당 1,000만원, 모델 3~4개를 묶어 패키지로 이용하면 2,000만원 수준에서 인증대행 수수료가 책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LED업체조차 인증비용으로 연간 1억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며 "LED시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인증비용이 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자금이 부족한 중소 LED업체들은 조달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매출부진으로 도태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에서 LED조명시장 규모는 약 458억원으로 57개사가 진출했다. 이중 상위업체 18곳이 전체의 96%인 440억원을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천기술 등 뛰어난 기술력을 지녀도 다양한 인증을 갖지 못하면 LED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며 "결국 기술력보다는 자금력이 있는 LED업체만이 생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사정은 태양광이나 풍력ㆍ바이오 등 다른 녹색산업도 마찬가지다. 풍력단조의 경우 오랫동안 기술이 이어져 내려오던 분야여서 물성이나 제원ㆍ사이즈 등의 규격에 대해서는 업체끼리 자체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추가로 인증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거나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해 세계일류상품인증이나 녹색기술인증 등을 따내려는 소모적인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인증 발행기관에서 실적을 위해 업체 간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토로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비용이 드는 태양광업계는 정부가 올해부터 인증비용의 일부를 보조해주고 있다. 하지만 인증비용 자체가 워낙 많고 제품마다 일일이 인증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사인증제도가 있어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인증절차가 간소화됐지만 대상이 협소해 실효성은 낮다"면서 "태양전지 셀 회사를 교체할 경우 기존 제품의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인증획득을 위해 과도하게 소요되는 기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LED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KS인증의 경우 처리기간이 최대 9개월 소요된다. 해외에서 직접 시험을 진행하는 UL이나 해외 인증도 2~3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증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약개발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업계 역시 임상시험을 위한 처리기간이 길기는 매한가지. 한 관계자는 "바이오업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임상을 마쳐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게 관건이지만 임상허가에 법적으로 규정한 시일인 145일을 딱 맞춰 허가를 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업무를 주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이 확대되며 임상시험 의뢰건수가 매년 평균 30%가량씩 늘어나고 있지만 조직구조나 인원이 과거 수준에서 정체돼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종 인증 난립은 공신력 훼손으로 이어져 인증이 객관적인 기술이나 성능 보증보다는 단순히 업체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측면이 크다"며 "전세계 녹색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발 빠른 시장대응이 중요한 만큼 인증 제에 대한 개선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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