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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형님 콤플렉스

유교적 가치관이 인정한 '묵시적 권위'<br>"형이 잘돼야 집안도 잘된다"<br>가부장제 속 부모의 '제1 대리인'<br>오래된 가족 이기주의 극복해야



SetSectionName(); [리빙 앤 조이] 형님 콤플렉스 유교적 가치관이 인정한 '묵시적 권위'"형이 잘돼야 집안도 잘된다"가부장제 속 부모의 '제1 대리인'오래된 가족 이기주의 극복해야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대통령의 형제가 또 한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왜 잊을만하면 형제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일까. 가부장제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한국의 사회 통념상 대통령들이 형제, 특히 형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공과 사를 구분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사회학자들의 풀이다. 특히 가족 내 서열상 형의 권위를 넘어서지 못하는 동생이 형의 잘못된 처신을 보고도 못 본 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형제들끼리 흔히 느낄 수 있는 무의식적인 강박 관념이나 미묘한 갈등을 ‘형님 콤플렉스’라는 이름을 붙여 진단해봤다. ◇ 대통령 형제 문제는 공사(公私) 구분 어려운 한국적 인식이 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큰 형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후 둘째 형인 건평 씨가 세무 공무원을 하며 동생 뒷바라지를 할 정도로 실질적인 맏형 역할을 했다. 그런 노건평 씨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이런저런 청탁 사건으로 물의를 빚다 2005년 세종증권을 농협중앙회로 매각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말 구속 수감됐다. 노 전 대통령은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노인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며 노건평씨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공개비난했다. 이 발언은 남 전 사장의 자살을 촉발시켰다. 노건평 씨의 구속이 결정된 후에도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도 있겠지만 동생으로서의 도리도 있다”며 사과를 거부해 공인이기보다 사적인 관계를 앞세운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형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대통령의 집안 역시 공부 잘한 둘째 상득에게 집안의 관심이 집중됐고 그에 맞게 대학교 공부까지 시켰다. 정작 이 대통령 본인은 담임 교사가 어머니를 설득해 동지상고 야간부에 가까스로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에게 둘째 형은 우상이자 최대의 지지자이면서 역할 모델이었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통령 집권 초기 측근그룹이 벌인 권력 투쟁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세인들의 구설에 올랐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는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뒤인 1988년 새마을본부 공금 7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강제 교체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로 형 기환씨까지 구속됐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형들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공사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한국적인 인식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함 교수는 “한국은 개인의 영예가 곧 가문의 영예가 되는 가족 공리주의,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이기 때문에 가족이 연루되면 봐주는 경향이 높다”며 “공공의 선을 우선시해 가족이라는 이유로 합리화가 되지 않는 서구와는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공공의 선이 가족의 이해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지킬 수 있는 규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가부장제라는 유교적 관념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보편적인 정서에서 기인한 현상”이라며 “문제는 이러한 유교적인 도덕적 가치관이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폐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우리 사회는 동생이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고 사적인 영역에서는 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러한 정서가 혹여 형이 잘못을 했더라도 제대로 지적하거나 잘못을 막는데 장애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장자 선호 사상 예로부터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형은 가정의 위계질서를 상징했다. 장형부모 형우제공(長兄父母 兄友弟恭)이라 해 맏형의 자리는 부모와 같고 형은 동생을 사랑하고 동생은 형을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가족의 질서는 가족 중 남성 연장자의 최선의 판단으로 유지되는 만큼 형은 가부장제 사회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명심보감’에서 ‘참을 인’(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가 없고, 제후가 참으면 큰 일을 이루고,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하고…”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교 문화에서는 형제에게 한 몸과 같은 우애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맹자는 형제가 무고한 것을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중 하나라 하여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 했고 천하난득자형제 이구자전야(天下難得者兄弟 易求者田也:천하에 얻기 어려운것은 형제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전답 즉 재물이다)라고도 했다. 이처럼 유교 사회의 전통 아래 형과 동생의 위계 질서와 맏형의 권위 및 책임감이 무한히 강조되다 보니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맏형에 대한 경외심이 지나친 ‘엘더포비아’(elder와 phobia의 합성어)가 몸에 밴 사람들이 유달리 많다. 경남 함안 출신인 황준석(61)씨는 형(64)에게 아침마다 전화로 문안 인사를 한다. 각자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바쁜 직장 생활을 해 왔지만 대학 시절 형을 따라 서울로 유학온 후 항상 고향의 부모를 공양하듯 형에게 순종하는 태도가 몸에 밴 것이다. 황 씨는 “어렸을 때 서당에서 사서삼경을 배우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 부모와 형에 대해 아래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었다”면서 “부모님도 돌아가신 지금은 형이 부모 대신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정해성(64) 씨 역시 환갑이 지난 지금도 형의 말이라면 꼼짝하지 못한다. 명절 때 성묘를 가서 벌초를 하는 것도 수십 년간 정 씨의 몫이었으며 형이 이사라도 갈 때면 직장에 연차휴가를 내서라도 이사를 도와야 직성이 풀린다. 정 씨는 “나이 차이가 세살 밖에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보다 공부도 잘 했고 내가 어려울 때면 경제적ㆍ정신적으로 도움을 주는 존재가 바로 형님”이라며 “때때로 집 사람이 형님 일에 너무 머슴처럼 나선다고 타박하지만 나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고 우리 또래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부장적인 질서 속에서는 부모의 ‘제1대리인’을 장남으로 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남의 특별한 권위를 인정하게 되고 장남도 아버지에 준하는 태도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그러나 “조선 시대의 유교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성 세대에서 뿌리 박힌 현상이며 자녀가 한두명 뿐인 현 세대에게 장남과 차남을 차등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동서양에 공존하는 장남 콤플렉스와 차남 콤플렉스 대부분의 장남은 모든 면에서 장남 노릇을 잘 해야 한다거나 장남 노릇을 잘 못하고 있다는 ‘장남 콤플렉스’에 빠져 있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장남들은 너나없이 동생들에게는 너그럽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진로 선택시 적성보다는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해석이다. “장남은 집안의 기둥인 만큼 동생들보다 더 배워야 하고 공부도 잘 해야 한다”, “형은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니 품행도 바르게 해야 한다” 등 장남에게는 어른들의 과도한 주문이 주어진다. 그러나 과도한 책임이 부담스러운 형은 부모의 기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은밀한 바람도 갖고 있다. 특권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것이 장남이라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반면 무거운 의무 대신 재산상의 보호를 받는 장남과 달리 아무런 보장 없이 사회에 던져지는 차남들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난과 개척 끝에 성장해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진취적이거나 모험적인 사고와 행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장남보다는 큰 일을 이뤄내는 경향이 많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특히 동생들에게는 형의 과도한 책임보다는 형의 특권만이 도드라져 보이기 마련이다. “왜 부모님은 형에게 주는 것을 나에게는 주지 않을까”라며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차남은 무의식적으로 형의 권위를 탐하면서 변화와 혁명을 꾀하는 이른바 ‘빅 콤플렉스(Big Complex)’를 갖고 있다. 픽션 속 '형제 콤플렉스'… 드라마·영화 단골 소재 동서양을 막론하고 형제간의 갈등이나 콤플렉스는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 이야깃속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2006년 방영된 TV드라마 주몽은 갈등을 겪는 형제들의 콤플렉스를 다양하게 버무려 놓았다. 금와 왕의 장남인 대소는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기고 태자 자리까지 위협하는 동생 주몽에게 심한 열등감을 갖는다. 대소의 동생인 영포는 전형적인 차남 콤플렉스에 빠져있다. 아버지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형인 대소에게는 무시당하고 동생인 주몽에게는 치이는 영포는 이 같은 환경으로 인해 자연스레 악인의 길을 걷는다. 대소는 주몽을 죽음의 위기에 몰아넣고 금와의 병중을 틈타 권력을 장악하기도 했다. 2005년 흥행작인 영화 '나니아 연대기 1편-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는 장남인 피터와 차남인 에드먼드가 사사건건 대립한다. 피터와 에드먼드의 갈등은 아버지가 사망한 뒤 가족의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다투는 형국이다. 집에 포탄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사진을 갖고 나오기 위해 집안으로 뛰어드는 에드먼드의 모습에서 부권에 대한 강한 집착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에드먼드는 얼음마녀와 손을 잡으면서 형을 배신한다. 2004년 개봉한 한국영화 '우리형'에서 형(신하균 분)과 동생(원빈 분)은 연년생 형제다. 형 성현은 언청이로 태어났지만 다정하고 공부도 잘해 집안을 일으킬 책임을 떠안은 실질적 가장으로 성장한다. 홀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형에 반해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동생 종현은 형과 사사건건 대립한다. 이들 형제는 인근 지역 최고 퀸카 미령에게 반하면서 형제싸움은 2라운드에 돌입한다. 그러나 형이 자신에게 원한을 산 사람에 의해 죽게 되자 동생은 뒤늦게 형을 사랑했다며 울부짖는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한옥에 살어리랏다 돈벌이보다 특급 호텔의 자존심 외국인 입맛 잡는 '임금님 수라상' 화려하게 아름답게 '빛의 진화' 형님 콤플렉스 냉장고, 한달에 한번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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